지금 서울교육이 만난 사람

서울시민이 교육감에게 묻는다

서울시교육감 조희연과 교육 가족들의 대화

인터뷰. 김지영 편집위원 / 정리. 이중기 / 사진. 이승준

안녕하세요? <지금 서울교육>의 학부모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영입니다. 오늘은 서울교육의 수장인 조희연 교육감님을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 등 다양한 분들과 함께 만나보려고 합니다.
서울시민으로서 서울교육에 궁금했던 점과 앞으로의 방향성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던 그 현장 속으로 <지금 서울교육>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김지영 2016년 올 한 해는 다양한 교육 이슈가 있었는데요. 먼저 이 질문을 교육감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매년 OECD 국가들의 행복지수를 보면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매년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어떤 대책을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조희연 행복지수 꼴찌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은 과잉경쟁으로 얼룩진 교육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거죠. 인공지능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창의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궁극적으로 왜 우리가 교육을 받을까요?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한 거잖아요. 저는 지금 교육이 완전히 도구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를 하느냐고 물으면 좋은 대학 가기 위해서, 좋은 대학을 왜 가느냐고 물으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끝없는 도구화가 이어지죠. 행복지수 꼴찌는 우리 교육을 새롭게 혁신해야 하는 출발점이라 여겨야 한다고 봅니다. 혁신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교육으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최태성 다음 질문은 제가 드리겠습니다. 요즘 시국에 국정 역사교과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대처 방안이 궁금합니다.

조희연 저는 국정교과서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이 정답을 암기하는 교육을 넘어서야 하는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전혀 맞지 않죠. 교육청 차원에서도 철회하거나 아니면 1년 유예하는 방식의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정과 검인정을 혼용하는 방법도 있고요. 저도 역사 교사들에게 여쭤봤어요. 그런데 99%가 반대하시더군요. 어떤 형태로든 막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회나 유예를 전제로 해서 대화라도 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영신 광장이 무척 뜨겁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살아 있는 민주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 어수선한 시국에 다시 민주주의가 회자되고 있는데 실질적 학교 민주주의가 작동되려면 학교의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요?

조희연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교실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저희는 ‘교복 입은 시민’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주체의식, 권리의식, 자치의식을 키우는 교육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육 효과가 꽤 누적돼서 시민적 학생, 주체적 학생으로 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주체가 함께 토의하고 협력하고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학부모조례도 만들었잖아요. 각 주체들이 자기 목소리, 자기 발언을 가질 때 학교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지영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부모회 법제화가 큰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이왕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에 대한 질문을 더 받아볼까요?

* 최태성 대광고등학교 교사. 역사 과목을 가르치며 KBS 1TV <역사저널 그날> 고정 패널, EBSi 사회탐구 한국사 강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최태성 제가 또 질문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고 하는데, 그 명제에 대한 회의감도 많이 드는 시절입니다. 토론 문화가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교육감님께서 토론 문화 활성화를 서울교육에 어떻게 불어넣을지 실질적 대안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희연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민주주의 핵심에는 토론이 있죠. 토론은 서로 수평적으로 정당하고 대등하게 소통하는 겁니다. ‘교복입은시민’ 프로젝트의 학생자치, 학생들의 토론 동아리 활성화 노력도 이와 맥락이 같고요. 교실에서도 ‘질문이 있는 교실’이라는 정책을 통해 수업 혁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를 통해 교장, 교감 선생님과 평교사 선생님이 수평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청도 학습하고 토론하는 교육청이라고 해서 한두 달에 한 번씩 책 읽고 토론을 합니다. 이번에는 조정래 선생님이 한국 학교의 문제점을 지적한 <풀꽃도 꽃이다>라는 책을 읽고 깊이 토론을 해볼 생각입니다.

김지영 이번에는 학생에게 질문 기회를 드려보겠습니다. 서울위례별초등학교 6학년 손주하 어린이, 교육감님께 어떤 점이 궁금하세요?

손주하 저는 6학년이 되어서 친구들과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하고 수육을 먹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육감님은 초등학교 때 가장 인상적인 일이 무엇인가요?

조희연 저는 시골에서 살았어요. 지금은 학생들이 운동을 너무 안 하는데, 저희 때만 해도 축구를 엄청 좋아했어요. 그래서 틈만 나면 축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저는 방과후학교에서 주산을 배웠어요. 당시 큰 형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가 방학 중에 내려와서 저에게 그러더군요. “야, 지금 전자계산기가 나왔는데 무슨 주산을 배우냐?” 그래서 주산을 중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저는 친구들과 방과후에 같이 배우고 추억을 쌓은 게 재미있었던 거 같습니다.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좋은교사운동과 서울시교육청이 가정방문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 (왼쪽부터) 윤상혁 한성여자중학교 수학 교사로 현재 <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심수현 상담심리전문가로 현재 구로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센터장을 맡고 있다. / 손주하 혁신학교인 서울위례별초등학교 6학년 달반 학생이다. / 김영준 혁신학교인 삼각산고등학교 3학년 6반에 재학 중이다.

손주하 교육감님. 요즘 초등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원을 많이 다니면서 수면 시간도 줄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원보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더 많은데, 학원이 그것을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희연 행복지수 꼴찌라고 했는데, 우리 공교육이 학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가죠. 초등학생도 대여섯 개씩 학원을 밤 10시~11시까지 다닙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인데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하루에 밤 12시까지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는 기숙학원이 운영된다고 하더라고요. 비정상도 보통 비정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초등학생을 학원에서 수 시간을 보내게 하는 건 아동학대라고 생각합니다. 인권문제로 다뤄야 해요. 앞으로 바꿔나가겠다 이렇게 약속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지영 기성세대가 만든 교육환경에서 가장 힘들어하고 있을 것 같은 삼각산고등학교 3학년 김영준 학생에게 다음 질문 기회를 드릴게요.

김영준 저는 12년 동안 학교교육을 받아온 학생으로서, 이 교육이 대학을 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이 기간의 교육이 실질적인 삶을 위한 체험 위주의 교육이라기보다는 원론적이고 유동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교육이 학생들에게 정말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교육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조희연 저는 교육이라는 게 두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로 나가서 직업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술적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고요. 또 공동체에서 한 인간으로서 이웃과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이 입시에 의해서 결정되고 왜곡되고 도구화되는 상태에 있어요. 지금은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지 실타래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에 도달해 있지요. 그런 점에서 보면 김영준 학생이 있는 혁신학교가 해답이 될 수 있죠. 교육청도 입시에 매몰된 국영수 중심 암기식 교육으로 왜곡된 중고등학교 교육을 혁신교육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김지영 전 CBS 리포터이자 두 아이의 학부모다. 현재 <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지영 다음은 한성여자중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재직하고 계신 윤상혁 선생님 질문해주시죠.

윤상혁 교사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벌써 20년 차가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교사 초년 시절만 해도 선배교사들로부터 “교직사회에 직급은 있을지언정 직위는 오직 ‘교사’ 하나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교사로 지내오는 동안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해가 가면 갈수록 교사라는 수식어 앞에 부장이니 수석이니 하면서 위계가 만들어지고 정작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날이 갈수록 초라해지는 느낌입니다. 교육감이 교사의 역할과 교사의 사기 진작을 위해 생각하고 계신 것을 듣고 싶습니다.

조희연 윤 선생님 말씀하신 대로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생활 지도하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게 저희의 큰 목적입니다. 학교 업무 정상화, 교원 업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노력하고 있고요. 역설적으로 교육부나 교육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공문이 내려와서 이를 처리하는 일이 선생님들의 상당한 업무이기도 합니다. 대학처럼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요. 대학은 총장을 역임했어도 퇴임하면 평교수로 퇴직을 합니다. 이걸 학교 현장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교장, 교감, 수석 교사, 연구부장 이런 걸 단기적인 보직개념으로 생각하는 거죠.

윤상혁 교육감님 공약 중에서 ‘질문이 있는 교실’과 ‘일반고 전성시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앞선 두 개의 정책이 아직까지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교육청에서 앞장선다고 되는 건 아닌 거 같고요. 학교에서는 어떻게 발맞추어나가야 할지 그런 걸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조희연 교육청은 선생님들이 아래로부터 솔선수범해서 하시는 일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서 더 잘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역동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그것을 교육청의 행정적, 재정적 정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어요. 예컨대 ‘질문이 있는 교실’을 통해 교실 안에서 훨씬 창의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혁신 방법에 대해 기존의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반고 전성시대’는 저희 예산이 누리과정 등으로 부족한 상태지만 1억 내외의 예산을 일반고에 지원해드리면서 아이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라. 심지어 대학 입시 포트폴리오에 기록되는 다양한 활동이 돈이 없어서 못하지는 않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김지영 학교와 교육청이 함께 발맞추어 진행해야겠네요. 이 자리에는 시민 대표로 와주신 분들도 계신데요, 이번에는 시민 대표로 오신 심수현님께 질문 기회 드리겠습니다.

심수현 저는 구로구에서 왔고요. 교육감님 만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생생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현장 이야기를 전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혁신교육지구 활동을 하면서 대안적인 정책의 자리가 아닐까 했는데 현장은 의사소통 과정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매일같이 치열하게 의사소통하고 생생하게 민주적인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만든 교육감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달하고 싶습니다.

* (왼쪽부터) 안영신 학부모이자 <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박철민 강동구에 거주하며 자녀를 혁신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이다. 허선희 학부모이자 송파구 마을예술창작소 ‘이루다손’의 보조스태프와 송파아이쿱생협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학교 공교육을 더욱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서울시와 구청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이 집중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주는 사업이고요. ‘마을결합형학교’라고 마을과 학교가 협력하고 구청과 학교 관련되신 분들이 함께 협력하는 모델도 있습니다. 수평적 소통을 시작하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배움과 효과가 있겠지요. 새로운 협력 방식도 개발할 수 있고요. 서울 25개 구 중 20개 구청에서 ‘서울형혁신교육지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지역 사회 교육 생태계 내에 여러 교육 기관 간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심수현 또 하나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자유학기제’나 ‘오디세이학교’ 같은 정책들이 공교육 체제에 들어온 것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실행과정에서 결국 입시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까 봐 염려됩니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교육정책이 정착되려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까요?

조희연 좋은 지적이십니다. 현재 입시위주 교육에서 새로운 출구를 만들려는 노력이 ‘오디세이학교’입니다. 학교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대안교육을 학교 공교육 내에서 하도록 한 겁니다. 다만 대학 입시가 딱 버티고 있으니까 좋은 취지의 정책인데도 왜곡되는 면이 있는 거 같아요. 교육청도 대학 입시를 바꾸려는 정책적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김지영 이번 질문은 학부모이면서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허선희 학부모님이 이야기해주시죠.

허선희 저는 마을과 함께하는 방과후학교 시범사업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마을교육자원을 활용해 방과후학교의 질을 높이고, 마을교육 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는 ‘마을과 함께하는 방과후학교’ 시범사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자치구가 사회적 협동조합을 발굴 육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던데요. 마을예술창작소, 사회적 기업, 청소년쉼터 공간 등도 방과후학교와 연계해 수업을 할 방안이 있을까요?

조희연 마을과 함께하는 방과후학교를 위해 큰 방향으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8개 지자체와 협의해서 학교가 담당하는 방과후학교 중 비교과는 마을 지역사회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교과는 교사들이 진행을 하고요.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구청과 업무협약을 맺어 표준적인 모델을 만드는 등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허 선생님이 참여하고 계신 마을교육기관들이 질 높은 그리고 학교와 협력하는 방과후 비교과 활동을 많이 담당해주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안착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지영 또 한 분의 시민 대표 박철민 님 질문해주시죠.

박철민 제 아이들이 혁신학교를 다닙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을의 생태, 이웃, 직업 등 다양한 교육이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을 교육의 인적, 내용적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장기적 비전 및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의 중장기적 비전에는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 차원이 있겠지요. 제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시대, 로봇시대에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겠고요. 그런 고민을 교육청 전체 수준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20~30년 후에 이상적인 학교 운영 모델은 지금 학교의 자율성보다 100배, 200배는 높아져야 될 겁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평가하는 데 훨씬 많은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마을과 학교의 관계를 변화시켜가는 굉장히 중요한 선도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과정에서 마을과 학교가 교육을 둘러싸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고민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지영 학부모 입장에서는 토론 기회가 많았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토론도 막바지에 다다르는데요. 이 자리를 빌려 꼭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영신 새로운 창의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소설가 공선옥 씨가 ‘해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숨과 틈이 있는 교실’과 맞닿아 있는 거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해찰하는 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숨과 틈이 있는 교실 어떻게 구현하실 생각이신지요?

조희연 굉장히 중요한 말씀이시고요. 우리는 잠 안 자는 경쟁, 안 놀기 경쟁, 안 쉬기 경쟁을 하는 겁니다. 이게 미래 사회에서 창의교육이 아니에요. 100% 실패하죠. 저는 쉼이 있는 교육, 여백이 있는 교육, 해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의 모든 학생이 1년 꿇었으면 좋겠어요.(일동 웃음) 중3에서 고1 올라가는 1년 동안 해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지난번에 덴마크 애프터스쿨 회장님이 오셔서 서울시교육청과 대안교육 전문가와 함께 중3에서 고1 사이 전환학년, ‘갭 이어(Gap Year)’라고 표현하는 시기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야 삶을 가꾸는 교육이 될 거 같아요. 또 안성맞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놀이와 결합된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 방안을 대폭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영준 현재 나라도 힘든 상황에서 많은 청소년이 광화문에 나가서 자신의 뜻을 표출하고 하는데요. 어른들이 보기에 ‘청소년들은 공부나 할 것이지 뭣하러 시위에 나왔냐’ , ‘너는 아직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 혹시 여러분은 이 청소년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희연 여기에 대한 대답은 최태성 선생님께 부탁 드리겠습니다.

최태성 역사적으로 들여다보면 일제강점기 그 혹독했던 시대에 항상 중심에 선 사람들은 학생들이었습니다. ‘3.1 운동’ , ‘6.10 만세 운동’ , ‘광주학생항일운동’ 때도 그랬고요. 현대사도 마찬가지였죠. ‘4.19혁명’처럼 언제나 학생들이 시대의 그릇됨에 ‘아니올시다’라고 말해왔습니다. 저는 학생들은 역사의 거인이었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나는 독수리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성세대들은 그 독수리를 닭장 속에 가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닭장 속의 독수리는 길들여져서 자신이 독수리인 줄 모르는 거죠. 어른들이 주는 점수를 쪼아 먹으면서 자신이 닭인 줄 아는 겁니다. 닭장 속을 뛰쳐나오도록 어른들이 도와줘야 하고요. 학생들도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조희연 이렇게 말씀해주실 걸 알고 대신 답변 부탁드렸습니다.(일동 웃음)

김지영 마지막 질문은 제가 드리고 싶습니다. 조희연 교육감님이 선출되고 변화를 기대했던 이들이 많습니다. 지난 2년간의 임기를 돌아보시면서 잘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에 대해 듣고 싶고요.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조희연 저는 ‘중속도’로 가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왜 이렇게 빨리 안 가냐?”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감 온 다음에 학교를 왜 이렇게 들쑤시냐?”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덴마크와 핀란드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의 선생님들은 협동의 교육을 지향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국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굉장히 놀랐고 크게 공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그런 큰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북유럽식 교육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겠죠. 그렇다고 다른 큰 방향이 있느냐 그건 아닌 거 같아요. 그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교육 혁신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육 정책과 관련해서는 1기 혁신교육감 시절의 주요 정책들이 중간에 길을 잃었는데 거의 완벽히 복원하고 확장했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 완벽히 복원했고요. 인권옹호관도 임명해 10명 내외가 학생 인권을 위해 업무를 보고 있고요. 혁신학교도 완벽히 복원해서 임기 내에 200개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도 새롭게 진행해서 20개 구청에서 ‘마을결합형학교’를 실행하고 있지요. 이런 부분들을 흔들리지 않고 이어나갈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새로이 시도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오디세이학교’가 대표적이고요. 그 다음에 유수한 학교라고 하는 서울국제고의 ‘사회통합전형’ , 저소득층 학생들을 50% 배정하는 노력도 했고요. 교복 입은 시민, 학생 자치, 학생 자율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책도 있고요. 세계시민교육에 이르기까지 서울시교육청이 선도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영 모쪼록 남은 임기 동안 우리 어린이, 청소년뿐 아니라 학부모와 시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수 있도록 서울교육이 보다 힘써주시길 당부드리겠습니다. 지금 서울교육이 만난 사람, 오늘의 주인공 조희연 교육감님께 응원의 박수 드리면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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