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가고 싶은 학교 스포츠클럽으로 만들어요

중화중학교 스포츠클럽

글. 채의병 / 사진. 이승준 / 사진제공. 중화중학교

‘학교는 왜 가야 해요?’ 학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지 않은 교사가 몇이나 될까? 스포츠클럽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을 위한 <서울교육>과 일선 선생님들이 내놓은 대답과도 같다. 학교에 오는 이유를 찾지 못한 학생, 자존감을 찾지 못한 학생이 학교에 오는 이유와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게 도와주고, 건강한 신체와 소통, 신뢰 관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활동이 바로 스포츠클럽이기 때문이다. 이런 놀라운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남자야구팀 경기날 중화중학교를 찾았다.

스포츠클럽이 있어 학교에 가고 싶은 학생들

중화중학교(교장 임영환) 운동장은 언제나 운동하는 학생으로 가득하다. 운동장에서 학생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이다. 중화중학교 운동장의 모습이 이처럼 변화한 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년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스포츠클럽 활성화 정책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그때 이미 저희 학교는 축구사랑반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때마침 스포츠클럽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죠.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큰 효과가 있을지 몰랐어요. 그런데 하루하루 학교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모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체험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이제는 중화중 교사 모두가 학생들에게 스포츠클럽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적극 홍보하고 다닙니다.”

임영환 교장 선생님은 처음 축구사랑반을 만들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사항이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들이었다고 덧붙였다. 학교에 재미를 못 느끼고 일탈행동을 하려는 학생들을 우선순위로 모집해 축구도 하고, 등산도 하고 가끔은 자장면도 먹는 등의 활동으로 시작했다.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학교에 흥미가 없던 학생들은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크게 고무되어 다른 종목을 신설하고 보다 많은 수의 학생을 스포츠클럽 활동에 참가시키면서 중화중학교 스포츠클럽은 또 하나의 전통이 됐다.

“남자축구, 여자축구, 야구, 농구반을 운영 중입니다. 처음에는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들만 선발했지만 지금은 중화중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특수반 학생도 참여를 원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전까지 생활지도 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포츠클럽을 운영한 이후부터는 특별히 생활지도가 필요 없게 되었어요. 학교폭력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심지어 지각하는 학생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성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학업성취율이 높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 중화중학교는 스포츠클럽을 권유하는 교사와 어느 스포츠클럽에 들어갈지 고민하는 학생들로 들썩인다. 오랫동안 고민하는 것도 가능하다. 매주 한 번씩 방과 후에 연습을 하는데 참여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기초 체력을 키우고 기술을 단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화중 스포츠클럽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참여’에 있기 때문이다.

실수를 배우는 교육, 스포츠클럽에서 찾다

매월 3월이면 서울시교육감배 학교 스포츠클럽이 시작된다. 보통 1학기에 지역별 예선을 치르고 2학기에는 본선 대회가 열리는 일정이다. 중화중학교가 참여하고 있는 종목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종목은 단연 남자축구다. 중화중 남자축구팀은 7전 6승 1무로 승점 19점으로 리그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다른 종목들은 아직 ‘슬로우 스타터’로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반등의 기회를 노리는 건 중화중 남자야구팀도 마찬가지. 취재를 위해 찾은 중화중학교에선 남자야구 리그전이 한창이었다. 동부 B조 예선전에서 인근에 위치한 경희중학교를 만난 중화중 남자야구팀의 얼굴엔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프로 선수들의 모습처럼 그라운드 위의 자신에 흠뻑 젖어든 모습이었다. 심판도 친구나 선생님이 아닌 종목별 공식 심판이 참여하는 ‘정식 경기’이니만큼 시합에 참가한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4개 학교와 예선전을 벌이는 만큼 상대방의 장점과 약점도 이미 파악했다.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합은 언제나 긴장된다. 하지만 긴장하는 만큼 설레는 게 스포츠클럽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김현율 체육부장 선생님. 시합을 하루 앞둔 날에는 밤잠 설치는 학생이 적지 않단다.

“매 경기 정말 진지하게 임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실수도 자주 합니다. 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프로 선수들보다 더 당황하지요. 이런 부분이 스포츠클럽에선 중요해요. 실수를 통해 몸으로 익힌 경험은 쉽게 지워지지 않거든요. 또 개인플레이가 아닌 팀플레이기 때문에 동료와의 호흡, 책임감 등을 저절로 배우게 됩니다. 스포츠의 가장 큰 미덕은 실수한 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니까요. 스포츠클럽은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에요. 앞으로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이겨낼 예방주사입니다. 그래서 승패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역 예선은 참가 학교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환경은 아직은 열악하다. 운동장이 작은 학교도 있고, 농구공이 바운드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한 시설을 가진 학교도 적지 않다. 정규 시합을 치를 구장이 있으면 하는 게 김현율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학교 스포츠클럽 선생님들의 바람이다.

“시합을 정식 구장에서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경기를 하면 학생들에게 더 자극도 되고 흥미 유발도 될 테니까요.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경기장 문제도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힘

김현율 체육부장 선생님은 앞으로 여학생 스포츠클럽 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여학생들은 스포츠 활동에서 소외되기 쉽지만 스포츠는 여학생들에게도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학생들의 스포츠클럽 활동 참여율이 낮습니다. 하지만 저희 학교 여자축구반만 보더라도 여학생들이 열정적으로, 그리고 즐겁게 참여하고 있어요. 분위기만 조성한다면 여학생들의 참여가 더 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중화중학교는 올해 농구반을 새로 만들었다. 농구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작년부터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는 담당 선생님이 생기면서 정식으로 출범했다. 또 올해 교사배구대회를 열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아 내년에는 배구반을 새로 신설할 계획이다. 스포츠클럽이 만들어지고 활동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사와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는 것도 중화중학교 스포츠클럽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스포츠클럽 활동은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키워준다. 임영환 교장 선생님은 스포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이 밥 먹을 때 쓱 다가가서 너 아까 경기 뛸 때 멋있었어. 진짜 멋있더라. 칭찬하고 인정해주면 그 순간 아이가 바뀝니다. 아이가 바뀌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해지면서 이게 학교가 해야 할 일이구나 느끼죠. 갈고 다듬으면 되는구나. 스포츠를 통해 가능하구나. 이런 부분을 느끼면서 선생님들이 더 열정적으로 지도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신이 나는 선생님, 칭찬으로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학생들. 스포츠클럽 활성화는 감사와 신뢰로 서로를 바라보며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바탕이다. 오늘보다 내일 더 큰 긍정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중화중학교의 스포츠클럽에 자꾸 관심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 포지션이요? 포수예요. 처음에는 투수의 빠른 공 잡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눈보다 미트가 먼저 움직여요.”

2학년 남자야구반 박현민 학생

박현민 학생은 야구를 좋아하긴 했지만 정작 야구를 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야구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중화중학교에 야구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할 것 없이 선택한 게 벌써 1년하고도 반이 흘렀다.

“야구반 훈련이 있는 화요일이 가장 기다려져요. 매주 두 시간 정도 야구 훈련을 하는데요. 평소에는 주로 기초 체력을 키우고 기술을 배우는 훈련을 해요. 시합이 있으면 실전 훈련이나 보충 훈련을 하고요. 사실 스포츠클럽 아니면 따로 운동할 시간 내기가 힘들거든요. 운동할 시간도 마련하기 힘든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잖아요.”

박현민 학생의 야구반 활동에 부모님은 처음엔 공부에 더 전념했으면 하는 마음에 반대를 했다. 하지만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매일 변하는 현민 학생의 모습을 보고 지금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부모님의 지원 아래 박현민 학생은 힘든 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단다.

“보기만 할 때는 몰랐는데, 직접 하려니까 생각보다 힘은 들어요. 하지만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에요. 야구 기술이 늘어나는 것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친구들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이기적인 면도 많이 없어졌고 페어플레이 정신도 배우고요. 스트레스도 풀리니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오늘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져서 너무 아쉬워요. 속상해하기보다는 다음에 더 잘하자고 친구들끼리 격려해주려고 해요. 올해는 어려울지 몰라도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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