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맞춤법보다는 자유로운 상상력에 날개를!

초등 문자 교육과 글쓰기 교육에 대해

인터뷰. 전은영 편집위원(서울강명초등학교 학부모) / 정리. 채의병 / 사진. 이승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은 상상력과 창의력의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시기다. 무척 중요한 이 시기에 우리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혹시 창의력과 상상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건 아닐까? 이날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어떤 교육으로 자라나고 있을까?

한글 교육, 어떻게 시작했나요?

전은영 오늘은 초등 저학년의 글쓰기에 대해서 특히, 한글을 접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데요. 요즘에는 한글 교육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죠. 아이들 한글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초등학교 1학년 한글 교육과정이 있음에도 왜 미리 공부하게 되는 건지에 대해 우선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성기주 학교에 들어가면 알림장도 쓰고 받아쓰기도 하잖아요. 학부모 입장에서는 한글을 모르고 입학하면 학교생활이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공부를 시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대부분 한글을 아는 상황이라 학교에서는 한글 교육을 더 소홀히 하게 되는 것 같고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게 되는 것처럼 계속 반복적인 문제가 생기게 되죠.

허윤선 학급의 3분의 2 이상이 한글을 떼고 학교에 들어가요. 한글을 떼지 못하고 학교에 가면 오히려 문제인 것처럼 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김배선 저는 유치원에서 빠른 쓰기를 가르치는 게 아이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 아이가 6세 때 유치원 선생님이 글씨 연습을 많이 시키셨어요. 그런데 6세 때는 아직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아서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는 게 힘든 때예요. 그 나이 때는 10분, 20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무척 힘들거든요. 7세 단계의 쓰기는 글자 연습을 시키는 게 아니라 쓰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주는 수준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아이 선생님께도 글씨 연습을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아이가 어느 순간 “엄마, 나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나봐”라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라고 많이 속상했어요. “지금은 더 많이 놀고 한글은 더 나중에 배워도 돼”라고 이야기했지만 저도 힘들었죠. 저는 유치원 때는 그림이 많은 책이 아이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색채와 형태를 보며 상상력과 예술적 감성을 키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을 간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박영미 요즘에는 한글 교육을 하지 않는 유치원도 많아요. 그런 유치원을 선호하는 엄마도 많이 늘었지만 막상 한글을 떼지 않고 학교에 가면 힘들어지죠. 받아쓰기를 하면 친구들은 100점 받는데 혼자 10점, 20점 받으면 자신감이 없어지니까요.

허윤선 그러니까요. 받아쓰기가 별거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입학하면서 자존감이 확 떨어져요. 그러니까 엄마들이 더 한글 교육에 신경을 쓸 수밖에요.

성기주 저는 한글 교육을 시키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한글을 아직 떼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봐달라고 부탁드렸죠. 2학년 때도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10개 중에 2개도 맞히고 빵점도 맞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울면서 빵점을 맞았다고 전화한 거예요. 괜찮다고 말해줬더니 받아쓰기 성적이 나빠도 크게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어요. 엄마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허윤선 아이들은 반 분위기나 선생님의 눈빛, 엄마의 반응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엄마의 반응이 제일 중요하겠죠.

전은영 학교나 선생님, 학급에 따라 차이가 있잖아요. 초등 교육과정에 한글 학습 과정이 있지만 아이들이 한글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진도를 나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지 않나요?

허윤선 저희 아이는 한글을 알고 들어갔지만 학교에 들어가서 1년 동안 천천히 한글의 원리를 다시 공부했어요. 단순히 ㄱ, ㄴ이 아니라 한글의 원리를 세세하게 배우면서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과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같은 글자에 대해 생각하는 점, 느낀 점을 서로 표현하면서 차이점과 공통점을 자연스레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더 많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성기주 저희 아이도 그렇게 배웠어요. 예를 들면, ‘아’는 품어주는 느낌, ‘우’는 무거운 느낌, 그런 식으로 글자 하나하나의 느낌을 서로 공유하고 각 글자가 들어간 시를 지으면서 글자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박영미 저희 아이 때만 해도 그냥 ㄱ, ㄴ 식으로 쓰고 외우기만 했는데요. 혁신학교로 바뀌면서 좋아진 점이 많다는 걸 실감하네요.

김배선 제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가장 크게 느꼈던 문제점은 국어와 수학 교육 과정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어요. 수학이지만 한글을 다 깨쳐야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 당혹스러웠죠. 교재가 없어도 수학 교육이 가능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수학 교육과정은 재구성되어야 할 것 같아요.

허윤선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1학년 수학 과정은 1부터 50까지 수의 개념을 아는 거라고 알고 있는데 수학익힘책은 문장제 문제를 풀게 하고 있기 때문에 한글을 모르면 아예 풀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한글 공부를 미리 시킬 수밖에 없게 되죠. 1학년 단계에서는 글자를 몰라도 할 수 있도록 과목별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김배선 저학년들이야말로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이 서로 많이 이야기하고 직접 찾아보고 탐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유치원 아이들도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에 더 집중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허윤선 어릴 때 함께 협력하고 만들고 체험하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6~7세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는 한글 교육이 전부인 것처럼 될 때가 있어요. 학교에 입학해서 한글을 배우고 교과 과정도 그에 맞게 진행된다면 엄마들도 한글 교육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겠죠.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에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이해, 대화,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전은영 제가 오늘 토론을 위해 여러 자료를 찾다 보니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실질문맹이 가장 많은 것으로 되어 있었어요. 지문을 읽고 뜻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죠. 심지어 약 설명서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허윤선 우리는 받아쓰기를 하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 글자 교육을 하잖아요. 그것도 조기에 하다 보니 오히려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게 된 건 아닌가 싶은데요.

김배선 쓰기와 읽기보다는 듣기와 말하기가 기본이 되어야 해요. 많이 듣는 경험을 해야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데 조기 독서교육으로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교육만 하니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없었던 거죠.

성기주 어릴 때는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이야기를 해주는 게 더 좋다고 해요. 활자를 몰라도 들으면서 자신만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각각의 발달 과정이 있는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점점 더 빨리빨리 해내기를 바라죠. 글자 교육도 마찬가지로 강요하는 것 같아요. 연령에 비해 과도한 교육을 요구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창의력과 경쟁력에서 더 뒤지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거죠.

박영미 그 시기에 놓친 건 나중에 다시 보충해야 되는데 결국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될 거예요. 한글을 조금 늦게 배우고 빠르게 배우는 게 결국에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어느 시기가 지나면 결국 비슷해지는데. 우리 사회가 뭐든지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게 교육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거 같습니다. 이제는 다시 ‘천천히’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생겨나고 공감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거 같아요.

김배선 유치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10년 전과 비교해서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해요.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다 안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진짜 자극적이지 않으면 눈을 돌리지 않는 아이도 많고 집중력도 떨어지죠.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게 어른들이 아닌가 싶어요.

허윤선 무엇보다도 아이의 다양한 측면을 무시하고 점수 하나로 모든 걸 평가하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겠죠. 선생님들 역시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해서 변화를 만드는 게 쉽지 않겠지만요.

박영미 저희 아이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한 유치원에서 생활하다 학교에 갔는데 아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했어요. 아이가 많으니까 선생님께서도 어쩔 수 없으셨겠죠. 저학년은 학급 인원을 더 줄여야 선생님이 학생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지금 30명이 넘는 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선생님이 세심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없고 그러니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교육도 어렵죠. 한글을 미리 공부시켜서 입학시키는 건 엄마들도 그런 학교 상황을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은영 1~2학년 때는 받아쓰기가 문제라면 3~4학년이 되면 글쓰기가 문제가 되죠. 중학교에 가면 또 논술을 걱정하게 되고요. 자기 표현이 중요한 시대라는 건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글쓰기와 자기 표현 능력은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까요? 또 엄마들은 아이의 학교 숙제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껴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성기주 학교에서는 할 게 많으니까 글쓰기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배운 걸 익힐 시간이 없으니까 결국 숙제로 해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초등학교 교육 과정의 목표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서 모든 국민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인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 교육은 그런 중요한 건 다 빠지고 지식만 주입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박영미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이 없고 모르는 건 스마트폰으로 바로 검색해볼 수 있으니까 익히고 묵히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생략되는 거죠. 요즘엔 인터넷을 검색해야 하는 숙제도 많아졌어요.

성기주 저희 아이가 1학년 때 한 치, 두 치 할 때의 ‘치’를 알아오는 숙제가 있었는데 인터넷을 검색해서 아이들 모두가 3.3cm라는 답을 알아왔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정작 cm를 모르니까 그게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아는 아이는 없었던 거죠. 엄마들도 인터넷 검색해서 3.3cm라고만 알려줬지 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없었던 거예요. 선생님께서는 한 치는 손가락 한 마디쯤 되는 거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으셨는데 아이들은 그냥 검색해서 얻은 답을 머리로만 알게 된 거죠.

박영미 저학년일 경우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가 사실 엄마의 부담이 될 때가 많아요. 공부한 것을 복습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숙제, 혹은 엄마가 아이의 공부 수준을 확인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창의력을 키우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은영 일기도 매일 써야 하는 숙제가 되면 부담이 되죠. 마지못해 하는 글쓰기 숙제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풍부한 글쓰기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하나의 모범답안만 강요하지 않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다양함이 인정되는 것이 우선되어야겠죠. 우리 교육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하면서 오늘 자리 마무리했으면 해요.

박영미 저희 아이가 2학년 때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맞춤법을 지적하지 않으셨어요. 맞춤법을 고쳐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학부모들에게 맞춤법을 자꾸 지적하면 글쓰기의 흐름이 끊어진다고 하셨어요. 우선은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죠. 이런 선생님처럼 나무보다 숲을 보며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또 엄마도 아이를 좀 내버려두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도 혼자 보내는 시간 속에서 혼자 일어설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는 것 같거든요.

김배선 내 아이를 낳고 보니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해맑은 얼굴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오히려 표정이 어두워지고 웃음이 사라지는 걸 봤거든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마음껏 개성을 발휘할 수 있게 교육 현장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마치 가지를 다 꺾어놓고 풍성한 열매를 바라는 것과 같은 분위기니까요.

성기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희 아이도 유치원에 들어가서 규칙이라는 말을 제일 먼저 배워왔거든요. 규칙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자유가 더 허용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또 학교가 지적인 능력만 중요시하고 그것만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각자의 재능을 찾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허윤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교육의 기본 목표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래요. 민주 시민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고 추구해나가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엄마들도 더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김배선 학부모 /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을 키우며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성기주 학부모 / 초등학교 2학년, 5학년인 두 딸을 키우며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영미 학부모 /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키우며 학부모회 6학년 간사를 맡고 있다.
허윤선 학부모 / 초등학교 2학년, 5학년인 남매를 키우며 학부모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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