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모든 학생은 자신의 빛깔을 뽐낼 자격이 있다

석관고등학교의 인성 회복 교육프로젝트

석관고등학교가 달라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수의 학업 중단 학생이 발생했던 석관고가 매년 300여 명에 달하는 학생이 모범상을 받을 정도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지속적인 관심과 소통을 위한 노력에 있었다.

글. 이중기 / 사진제공. 석관고등학교

석관고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시작되다

2016년 석관고등학교(교장 유장전)는 모두 277장의 모범상을 준비했다. 지난해 유난히 ‘모범적인’ 학생들이 입학해서가 아니다. 여느 때와 똑같은 학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석관고는 이렇게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석관고등학교 생활지도부 부장 민병배 선생님은 변화를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연속성’이라 강조한다. 한두 번 하고 마는 일회성 교육 활동이 아니라 겨울에 어린 싹을 틔운 화분을 다루듯 지속적이고 세밀한 관심과 사랑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석관고등학교는 학업 중단 학생들이 많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2015년만 해도 전교생의 36%에 해당하는 약 400명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 내 저소득층 가정 비율도 높았고, 결손가정이나 가정불화 등으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학생도 적지 않았다. 이런 문제들이 겹치며 석관고등학교는 한때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선생님들에게도 피하고 싶은 학교로 자리 잡아가고 갔다.

"담임 선생님들 노력이 컸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신입생들이 학교 문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각 반에서는 처음 일주일 동안 담임 교사가 학부모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을 파악하는 동시에 ‘선생님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지요. 첫 단추를 잘 꿰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한결 쉬워집니다. 처음 일주일이 지난 2016학년도를 바꾼 일주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빛을 찾는 그날까지!

학업 중단은 어느 한 순간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결석이 하루 이틀 쌓여 수업일수가 모자라게 되거나 벌점이 1점 2점 쌓여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이 커져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학업 중단 위기에 몰린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학업에 대한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석관고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에는 무결석반이 여럿 나왔어요. 각 반마다 자주 결석을 하는 학생들이 있기 마련인데 대단한 결과죠. 담임 선생님들이 자주 결석하는 학생들을 집중 관리한 덕택에 이룬 변화입니다. 매일 아침 ‘모닝콜’로 등교를 권유하고 전화로도 오지 않는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직접 가정에 방문해 함께 등교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도 차츰 학교생활에 흥미를 붙여간 것 같습니다."

벌점제도 바로 징계로 연결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보다 많고 다채로운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벌점을 받은 학생은 벌점을 상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가해 벌점을 상쇄할 수 있다. 예컨대 시 낭송을 잘하는 학생은 ‘시 암송 활동’에 참가해 일정 점수 이상 획득 시 벌점을 상쇄받거나, 해당 연도에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은 ‘나도 전문가’로 인정되어 벌점을 상쇄받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학생 맞춤형 벌점 상쇄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새 쌓인 벌점으로 쉽게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 다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신뢰 아래 학생들은 자연히 학교와 그리고 선생님과 가까워져 갔다. 이와 함께 학업에서도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모든 활동을 학생 개인의 성취감과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학생 대 선생님이 펼치는 운동 경기 '함 붙어볼까'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참가만 해도 벌점을 상쇄해주지만 이기게 되면 더 큰 점수의 벌점을 상쇄해주도록 했죠. 학생들이 의지를 갖고 참여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다. 가정에서 원인이 시작된 만큼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선 학교만 바뀌어서 되는 게 아니라 가정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가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만으로는 가정의 변화를 일으키기는 요원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게 석관고 선생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생업에 바쁘시다 보니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잘 오시지 않아요.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오지 못하면 전화로 상담하면 됩니다. 꾸준하게 학생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거죠."

업무의 연속성도 석관고가 해결할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생활지도부에서 활동하던 선생님 중 올해도 남아 있는 선생님은 민병배 선생님이 유일하다. 고된 업무이기 때문에 생활지도부 업무는 연속성을 가지기 어렵다. 학생들과 긴밀한 관계 형성은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걸 고려할 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석관고의 여러 노력이 안착되어 시스템화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게 중요해요. 그럼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태도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도 진심으로 다가가고 소통할 수 있어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건 태풍의 거센 바람이 아니라 태양의 따사로운 볕이었다는 이솝 우화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석관고등학교의 변화는 이처럼 가시적이면서도 점진적이다. 그리고 오늘까지의 변화보다 내일의 변화가 더 기대된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빛을 찾고 그 빛을 영롱하게 가꾸어갈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의 모든 학교에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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