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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업정보·문화예술정보학교에서 꿈을 찾았다

아현산업정보학교, 서초문화예술정보학교 교사, 학생 대담

산업정보·문화예술정보학교는 아직까지는 낯설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산업정보·문화예술정보학교 학생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로 서울에만 6개의 ·문화예술정보학교가 있다. 조금 늦게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배움의 공간, 산업정보·문화예술정보학교 학생과 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글.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이승준

나의 꿈을 위해 선택한 학교

변춘희 안녕하세요? 산업정보학교와 문화예술정보학교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학교 소개 좀 해주세요.

이현경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조리, 제과·제빵, 만화, 애니메이션, 실용음악, 게임제작, 방송영상 등 직업교육을 하는 학교예요. 공립학교고,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장이 직업학교에 관심이 높아 최근에 지속적으로 늘어서 서울에만 6개가 있어요. 전국에 10개정도 있는데 서울에 유독 많아요. 학생들은 원래 다니던 고등학교 소속이에요. 졸업장도 본교에서 받아요. 추가로 우리학교 수료증도 받으니까 두 개의 학교를 동시에 졸업하는 거라고 보시면 돼요.

정지현 고등학교 입학할 때는 몰랐어요. 2학년 끄트머리에 공부에 흥미를 잃었을 때, 선생님이 이걸 해보면 어떻겠냐고 소개해주셨어요.

변춘희 전에 다니던 학교와 어떻게 다른가요?

노승원 본교와 다른 점은 학교생활이 바쁘고 재미도 있으면서 활기차다는 거예요. 실용음악과에서는 거의 매일 학교에서 ‘버스킹’을 하고, 요리 동아리에서는 등굣길에 그주에 한 번씩 아침밥을 나눠주기도 해요. 과가 많다보니 거의 매일 이벤트가 있어요. 본교에서는 매일 공부만 하고 대학을 어디로 갈까에 골몰하는데 이곳은 정말 자유로워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걸 자유롭게 해볼 수 있어요.

변춘희 고등학교를 가보니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많던데 실기 위주 수업을 하면 자는 학생은 없겠네요?

정지현 전에는 앉아서 국영수 위주로 공부했는데 과목부터 전혀 달라요. 공중보건, 식품영양 등 완전 생소한 걸 배우는데, 본교에서는 학원 다니고 과외하면서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많아서 따라가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모르는 걸 처음부터 같이 출발하니까 쉽게 따라갈 수 있었어요. 수업시간에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여기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따라갈 수 있고 선행학습이 없으니까 같은 노력을 하면 훨씬 잘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스스로 선택했기에 더 재밌고 더 열심히!

변춘희 고등학교 들어갈 때 특성화고등학교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택했잖아요. 그런데 고등학교 와서 선택을 바꾼 이유가 있나요?

노승원 중학교 때는 공부가 좀 쉬웠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와서 공부에 장벽을 느꼈어요. 힘든 시기를 견디다가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에 요리를 직업으로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고 결심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랑은 달리 고등학교 때는 ‘뭘 하고 살아야 하지’라는 문제에 직면해서 고민하게 되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정지현 고 1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철없이 살았어요. 막상 뭘 하고 살아야 되냐를 고민하기 시작하니까 그동안 내가 한 게 없더라고요. 저는 농구, 배구, 축구, 발야구처럼 공으로 하는 운동을 특히 좋아했고 체육 교사를 하고 싶었어요. 운동을 좋아하니까 운동으로 입시준비를 해볼까도 했는데 키가 작아서 신체조건이 안 맞는 거예요. 거기다가 부모님까지 반대가 심하셨어요. 그때 요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친구들과 고민 얘기를 많이 하고 선생님과도 상담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동아리 활동이 계기가 되어 조리를 해 볼 생각을 했고요. 제가 늦게 고3 때 시작했잖아요. 그래서 기를 쓰고 더 열심히 했어요.

변춘희 직업학교를 선택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노승원 저는 부모님이 적극 밀어주셨어요. 제가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셨나 봐요.(웃음) 학생들에게도 공부하기 싫어서 직업학교 간다는 오해를 해요. 제 경우는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요리 관련 책도 읽고 유튜브에서 요리 영상도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친구들도 요리 쪽으로 가면 좋겠다는 지지를 보내줬어요.

정지현 아버지가 조리를 직접 하시지는 않지만 조리 관련 일을 하셔셔 조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세요. 그래서 엄청 반대를 하셨어요. ‘너는 키가 작아서 안 된다. 얼마나 고된 일인데. 너는 얼마 못 버틸 거다.’ 라고 하시는데 정말 속상했어요. 하고 싶은데 계속 반대하시니까 아빠랑 많이 싸웠어요. 열심히 할테니 믿어봐 달라고 했죠. 친구들은 나한테 잘 어울린다고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이현경 저는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상담도 많이 해요. 대부분 인문계를 갔다가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데 대해 인식이 너무 안 좋아요. 공부하기 싫어서 가는 학교라고 생각하시곤 해요. 학부모님들이 공부 못해서 가는 학교가 아니라 기회를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진로를 늦게 결정했을 뿐이고, 다행히 기회가 있어서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절대 늦은 게 아니에요. 진로 상담할 때 부모님이 반대한다고 펑펑 우는 학생들이 많아요.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왔다는 학생이 반이 넘어요. 그런데 졸업할 때는 부모님들도 만족하세요. 처음부터 부모님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녀를 응원해주시면 좋겠어요. 승원 학생은 요리대회에서 라타투이를 곁들인 삼겹살을 만들어서 프랑스도 다녀왔어요. 지금은 ‘고든램즈’라는 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도 취업 했고요.

변춘희 와 대단해요! 프랑스 수업은 우리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노승원 일단 학생과 교사가 격이 없어요. 친구처럼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프랑스 학생들이랑 같이 음식을 만드는 수업뿐 아니라 투어도 하고, 같이 지내면서 얘기도 하고, 다양한 프랑스 디저트도 만들어 봤어요. 수업을 하는데 연습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인데도 손님에게 파는 음식을 직접 만들더라고요. 현장에서 웨이터도 하고 요리뿐 아니라 다른 것도 같이 해보는 게 좋아 보였어요.

변춘희 실습수업이 많고 대회 준비도 선생님들과 같이 하다보면 선생님과의 관계가 특별할 것 같아요.

정지현 본교에 있을 때는 말썽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어서 선생님들과는 거리가 좀 멀었어요. 서초문화예술학교에서는 학교생활 중에 선생님들과 같이 하는 일이 많아서 무척 친하게 지냈어요. 졸업 후에도 선생님이 도움이 필요하면 저한테 연락을 주시고 저도 선생님을 찾아가요.

노승원 보통은 학년이 바뀌거나 졸업을 하면 스승의 날에 선생님을 한 번 찾아가는 정도였어요. 선배들도 스승의 날 한 번씩 찾아오는 정도였는데 아현은 선배들이 늘 찾아와요. 저희도 선배들이랑 이야기 나누면서 선배를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김원진 우리 학교는 선생님들이 학생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지고 많은 실습시간을 통해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좋은 편입니다. 부모가 없는 가정의 학생들 몇몇은 저에게 “엄마”라고 부르기까지 할 정도예요. 처음에는 약간 놀라기도 했지만 학생들 개개인의 사정을 알고 나서 이해가 되면서 친근하게 대해주고 있어요.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조리수업에 흥미를 갖고 있지만 흥미 없이 수업에 참여만 하다 수료하는 학생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학생이 나중에 조리 관련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땐 참 뿌듯하더라고요. 학생 각자가 받아들이는 학습능력은 다르지만 어떻게든 모두 함께 갈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죠.

아직 꿈을 찾지 못했나요? 산업정보·문화예술정보학교로 오세요!

변춘희 인문계에서 직업학교로 옮겨왔는데 적응을 못하는 학생도 더러 있지요?

이현경 제가 보람 있었던 일은 부모님이 조리 공부하는 걸 반대하고 공부도 힘들어서 매일 울던 학생이 있었어요. 요리를 하고 싶으면서도 힘들어서 매일 울었고 저랑 상담도 많이 했어요. 한식 기능사 시험을 12번 봐서 자격증을 땄어요.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했는데 특성화 고등학교 전형의 혜택이 우리 학교에도 있어서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도 꽤 있어요. 30% 정도가 대학을 진학해요.

김원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요. 꿈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진로계획을 설계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배우려고 도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그 배움의 가치를 알게 된다면 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노승원 선생님들이랑 상담을 많이 해요. 전에 학교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 했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두 번씩 해요. 선생님들의 조언이 도움이 많이 돼요. 여기는 열심히 하고 관심 있는 일을 하면 상을 골고루 주니까 다양하게 참여하게 되구요. 체험학습을 많이 다녔는데 인문계 학생들도 다양한 진로 체험을 하면서 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지현 저는 작년에 졸업하고 일 년 동안 음식점에서 일을 하고, 올해 선취업후진학 전형으로 대학을 갔어요. 요리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에요. 여러 번 실패했지만 지금 원하는 학과에 진학을 하게 되어 너무 기뻐요. 길은 한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변춘희 시험에 11번 떨어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12번 째 시험에 도전하는 학생과 선생님 모두 감동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오딧세이학교라는 걸 시도하고 있는데, 덴마크는 고1 학생들이 1년 동안 학업을 쉬면서 하고 싶은 다양한 일을 경험하는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진로를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이현경 선생님
아현정보산업학교 조리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국 교사 중 유일하게 ‘조리기능장’ 보유자이기도 하다.
정지현 학생(졸업생)
서초문화예술정보학교 졸업 예정이다. 요리 전공을 살려 대학에서도 요리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노승원 학생(2학년)
아현정보산업학교 학생으로 요리를 전공했다. 졸업 후 외국 유명 레스토랑에 취업이 확정되었다
김원진 선생님
서초문화예술정보학교 조리아트과 선생님이다. 교육연구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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