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2016년, 내가 만난 아이들

글. 이현진 선생님(대영고등학교)

학교에서 사용하는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세간과는 조금 다르다. 학교에서는 한 해의 시작이 1월이 아니라 3월이고, 한 해의 마지막이 12월이 아니라 2월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2017 년 2월은 올 한 해 함께했던 2학년 7반 아이들과 보내는 마지막 달이자 이별이 있는 달이다. 그래서 슬프기도 하지만 한 뼘 더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달이기도 하다.

올 한 해 우리 반 아이들은 그림같이 예쁜 아이들이었다. 아침에 지각하는 학생도 거의 없고, 공강 시간에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라니. 이런 아이들을 만난 덕분에 연초에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더없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2015년도에 처음 고등학교에 발령받고 나서 많이 당황했다. 성적에 민감한 상위권 아이들과 학교에 몸만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이 한 교실에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몰라서 많이 속상했다. 어설프게 하루는 현실주의자처럼 굴고, 하루는 이상주의자처럼 굴면서 한 해가 금방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2016 년을 맞이할 때에는 아이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내 소신껏 아이들을 만나자는 결심을 했다. 많이 대화하고 지켜보면서, 아이들에게 각자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교사가 되자. 이게 내가 올 한 해 동안 지켜야 했던 목표였다. 아이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왜 각자가 특별한 존재인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다행히 올해는 고교희망교실을 운영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그룹을 만들어 베이킹, 향초 만들기, 도심 데이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덕분에 교실이 아닌 특별한 공간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교실에서는 종종 지각하던 친구도 이날만큼은 미리 나와 있었고, 성적으로 상담하던 때에는 죄스러운 표정만 짓고 있던 아이들이 맑게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시간들이 정말 유의미했다.

모두가 아름다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친구가 두 명 있다. 두 친구 중 한 명의 학년 초 목표는 ‘개근’이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는 아이인데, 아직까지 단 한 번도 개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2016 년에도 중간 중간 몸이 좋지 않은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단 한 시간도 수업을 빠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개근상은 쉽게 받을 수 있는 상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친구에게는 얼마나 받기 어려운 상이었을지. 개근을 이뤄낸이 아이가 정말 대견하고, 학년 말 출결사항을 확인할 때 누구보다 기뻐하던 모습에 나도 똑같이 기뻤다.

다른 한 친구의 학년 초 목표는 수업시간에 손들고 ‘발표하기’였다. 이 학생은 과거 말을 더듬어 놀림받았던 상처로 인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데 주저하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했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에서 날마다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교과 선생님으로부터 스스로 손을 들고 발표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를 극복해내는 일이 쉽지 않은데,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생각하니 정말 너무 기특했다.

때로는 아이들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무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무게를 간직한 채로 교실을 밝게 비추어주었던 아이들이 정말 대견하다. 학교를 빠지지 않기 위해, 수업 시간에 손을 드는 용기를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멋지게 성장해나가고 있는 아이들의 가치를 너무 늦게 알아준 것 같아 미안하다. 새롭게 맞이할 2017 년 3 월, 새로운 한 해의 시작에서 아이들에게 획일화된 가치를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 각각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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