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연극으로 자라는 아이들

글. 오판진 선생님(서울용산초등학교)

교직에 있으면서 크게 관심을 두었던 것이 연극 교육이다. 학예회나, 창체 또는 동아리 활동뿐만 아니라 교과 수업 시간에도 연극 관련 활동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연극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대학 시절 연극 경험과 연극 동아리 동문끼리 만든 모임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1991년 창립한 교육연극 교사연극 모임(소꿉놀이)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과 허심탄회하게 수다를 떨다 보면 연극 교육은 물론 교직 생활의 여러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했다.

2학년 임원선거 때의 일이다. 임원선거를 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임원으로 많이 선출됐다. “왜 오 선생 반 아이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발표도 잘하느냐?”라고 2 학년 선생님들이 물어보아 놀란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즐겁게 연극적 표현 활동을 많이 했을 뿐인데 결과가 좋았다. 함께 생활할 때는 몰랐지만, 1 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극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느끼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게 아닐까 싶다.

5학년 담임 때의 일이다. 교실에서 존재감이 없어서 늘 시무룩하게 지내던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역할극을 준비해서 수업하는 시간이 되자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하여 훌륭하게 연기를 해낸 것이다. 그 후 그 아이는 웃는 얼굴이 늘어갔고, 학기 말까지 자신감에 차서 깔깔깔 즐겁게 생활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제자를 만난 적이 있다. “선생님, 지금도 연극으로 수업하세요?” 그렇다고 했더니 “연극을 할 때 참 재미있고 좋았어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연극으로 수업하다 보면 그 순간이 매우 즐겁고 집중도 잘되며, 시간이 흐른 후에도 오래 기억되는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예술 체험을 한다. 연극을 준비하다 보면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며 재미있게 어울린다. 평소에 그런 능력이 있는 줄 몰랐던 아이가 새롭게 주목을 받아 생기를 얻기도 한다.

교사로서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서로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한다. 연극 내용에 관해 의견이 다른 때도 있었고, 의상이나 소품 등에 생각이 다른 때도 있었다. 이때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는 아이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아이들이 스스로 차근차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피해야 할 것은 교사가 화를 내는 것이나 조급한 태도다. 반대로 이런 기회를 교육의 적기로 생각하여 아이들 사이의 갈등 해결을 지연시키는 것이 좋다. 물론 연극 준비 속도는 다소 느려지지만, 이런 고민의 시간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충분한 시간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교사는 더욱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아이들이 이견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의논하다 보면 두 의견을 검토하게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교육적인 결과나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가위바위보’와 같은 방법도 나쁘지 않다. ‘가위바위보’의 결과에 따라 이번에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아이의 의견대로 하고, 이후에 다른 갈등이 생기면 진 아이의 의견대로 하는 것도 큰 상처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이렇듯 교사가 옆에서 응원해주면 아이들은 힘을 얻게 된다. 반면, 교사가 결정하고 지시하면 아이들은 수동적이 되고 만다. 무대 위에서나 현실 생활 속에서 문제 해결 상황에 부닥쳤을 때 그 상황을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여기서 판가름이 난다. 실제로 학생들의 능동성을 믿어주며 지도받은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는 ‘핀 마이크’가 고장이 난다든지, 중요한 대사를 까먹는 아이가 생길 때도 임기응변으로 그 상황을 잘 해결한다. 그런 다음 공연 후에 그 실수에 관해 웃으면서 얘기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만든다. 교사의 높은 안목과 적절한 조언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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