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교복 입은 시민 민주시민교육으로 피어나다

선거권 연령 하향 및 학교민주시민교육 토론회 현장스케치

지난 2월 23일. 서울시교육청 인근 강당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 및 학교민주시민교육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는 만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에 대해 학생, 교사, 교직원, 교수 등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길 만큼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토론회 현장 속 생생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정리. 이중기 / 사진. 김동율

미성숙한 청소년? 그럼 미성숙한 어른들은?

장예림(서울외국어고 학생) 선거권 하향의 가장 큰 반대 논리는 청소년의 미성숙입니다. 그렇다면 성인도 미성숙하다면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필운(한국교대 교수) 어떤 식으로든 선거권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빨리 성숙한다는 부분만으로도 만18세 선거권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외국에서도 자꾸 선거 연령을 낮추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병역 의무가 18세부터 가능하듯이 의무가 부여되면 권리 또한 함께 부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선화(서울시교육청 직원) 학생들 의견이 궁금해요. 학생들은 정말 표를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예컨대 요즘 젊은 사람들 보면 표를 줘도 투표를 잘 하지 않아요. 이렇게 투표율이 좋지 않다면 앞으로 선거권을 다시 빼앗아갈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오준재(대광고 학생) 선거권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부분만큼 선택할 수 있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은 충분히 성숙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교장 선생님부터 뽑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영철(대영중 교장) 제가 답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웃음) 학교 내 민주화로 자치 문제는 충분히 고민할 수 있지만 학생이 말한 부분은 당장 해결은 어려울 듯합니다.

정필운(한국교대 교수) 학교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간이라기보다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의 원리가 민주성의 원리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혜나(정의여고 학생) 청소년도 정도의 차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과정 속에서 민주시민 관련 내용이 더 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권을 주는 것이 우려스러울 수도 있지만 아직 연령 하향이 되지 않았기에 그런 우려도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권 하향, 과연 교사들은 준비되어 있나?

이두형(교대 졸업생) 저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문화에 대한 교사들의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성권(대진고 교사) 정치적 중립에 관해서는 교사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데 저는 이를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에 대해 오해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중립을 지키라는 말을 아예 정치에 대한 해석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지요. 요컨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과정에서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강압적으로 제안하지 말고, 학생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의견을 표출하도록 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정치적 중립을 교사는 교실 내에서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실에서 정치적 현안에 대해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익명(도곡중 교사)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가장 준비가 안 된 사람은 교사가 아닐까 합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학생들도 잘 준비되어 있어요. 하지만 교사들은 의문이 듭니다. 학교에서도 제가 막내인데 저는 시민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저보다 연배 높은 교사들은 당연히 받은 적이 없으시고요. 선거권 연령 하향을 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종호(학생인권교육센터 사무관) 재교육 관련해서는 사범대나 교사 선발 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또, 쿠바의 경우 학교 행정 직원들도 교육학을 배운다고 하는데 다음에 또 토론회가 개최된다면 학교 행정 직원들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부모나 직접 행정 업무 하시는 분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천희완(대영고 교사)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하나? 선거 연령 하향되면 학생은 유권자가 됩니다. 그럼 유권자로 대해주면 됩니다. 그게 바로 정치적인 중립성이라고 봅니다.

심성보(부산교대 교수) 열매도 싹이 나야 열매를 맺듯 민주주의도 학생 때부터 연습해야 합니다. 다만 민주주의 연습의 시기를 언제부터 할 것인지에 대해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3C 전략’이라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Curriculum), 문화(Culture), 공동체(Community)입니다. 먼저 ‘교육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어야 하고, 학교 ‘문화’ 또한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예컨대 자치활동 같은 것들 말이죠. 마지막으로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학교뿐만 아닌 가정과 지역사회도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공동체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하면 학교 내에서도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아쉽지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오늘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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