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진선진미,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교육으로

서울삼양초등학교의 교문 만들기 프로젝트

때때로 공간은 삶을 규정짓기도 한다.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어떤 공간에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 과정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학교 공간은 어디를 가나 똑같았다. 지역적 특성이나 학생들의 차이는 고려하지 못했다. 이를 창의적으로 그리고 주도적으로 변화시켜나가는 학생과 학교가 있다. 그 과정은 지극히 민주적이다. 바로 서울삼양초등학교 이야기다.

글. 이중기 / 사진. 이승준

학생들이 교문을 디자인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의 주인임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서울삼양초등학교(교장 최현섭)는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촉매로 공간을 선택했다.

“2015년부터였습니다. 처음 시작한 건 학교 내 위험 지역 보고서를 아이들과 작성해보는 수업을 했었어요. 안전교육의 일환으로 시작했는데, 아이들 보고서가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6학년 담임 교사 배성호 선생님은 학생들은 학교 공간의 ‘전문가’라 덧붙였다. 6년 동안 학교를 다니다 보면 어느 누구보다 학교 구석구석을 잘 아는 것은 물론 공간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활용 방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정리된 학교 내 위험 지역 보고서는 실제로 학교 공간을 바꾸기도 했다. 학생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위험한 지역을 학교 차원에서 재정비하고 보수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안전교육으로 시작했던 수업이 자연스럽게 민주시민교육과도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때마침 서울삼양초 총동문회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 공간 중 시설이 낙후되거나 노후화된 곳에 대한 보수를 도와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때 서울삼양초는 다시금 공간에 주목했다. 단순히 돈과 용역을 지원받아 시설을 수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학생들이 스스로 교문을 디자인해보고 이를 실제로 반영해보기로 한 것이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때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님과 대학생들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교수님과 대학생들이 봐주기도 하고요. 서울시립대로 초대받아 대학에서 공동으로 수업하기도 했죠. 도시공학과 정석 교수님은 이걸 보고 ‘초딩과 대딩의 만남’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과정 속에서 배우고 자라는 삼양 가족들

그러나 이런 물음도 든다. 서울삼양초가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듯 다른 학교들도 할 수 있을까? 좋은 기회로 예산을 지원받거나, 전문가와 연계하는 것을 모든 학교가 누리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이에 배성호 선생님은 수직적인 변화보다는 수평적인 변화, 빠른 변화보다는 느린 변화를 지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인 방식보다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는 변화가 필요해요. 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민과도 긴밀한 협력을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요즘은 소셜펀딩이 무척 활성화되어 있어요. 방법이 점점 다양해지고 플랫폼도 다변화되고 있어요. 교사가 조금 더 의지를 가지고 찾아본다면 먼저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올해는 교문과 더불어 복도를 바꿀 계획이 있다는 서울삼양초등학교. 학교 공간이 변하면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변화할까? 배성호 선생님을 비롯한 서울삼양초 선생님들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공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켜요. 지금까지의 학교 공간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데 다소 제한적이었어요. 이를 발전적으로 확장시킴과 동시에 학생들도 자연히 민주시민 공부를 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말미에 배성호 선생님은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 ‘진선진미(盡善盡美)’를 언급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발라야 한다는 진선진미처럼 올 한 해 일어날 서울삼양초의 변화가 과정과 결과 모두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진선진미(盡善盡美)란?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으로 목표의 올바름을 선(善)이라 하고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올바름을 미(美)라 하여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때를 일컫는다.

위혜민(왼쪽) 학생과 고권호(오른쪽) 학생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반이 됐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쭉 서울삼양초만 다녔지만 같은 반이 된 건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수줍은 듯 살갑다. 두 학생도 삼양초 여느 6학년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교문 만들기 프로젝트에 한창 몰두하고 있다. 두 학생이 만드는 교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6학년 위혜민, 고권호 학생

위혜민 학생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 교화나 교목을 찾아봤어요. 나무 줄기와 같은 느낌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문득 교가의 한 구절이 떠올랐어요. ‘나란히 뻗어가는 희망의 상징’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착안해서 나무 줄기가 뻗어나가는 느낌으로 디자인하고 있어요.”

고권호 학생 “저는 손 모양으로 했어요. 선생님들이 우리를 감싸서 지켜준다는 느낌으로 디자인하고 있죠. 지붕이 없는 형태로 디자인해야 돼서 동물의 뿔과 같은 모양으로 디자인하고 있어요.”

두 학생이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오롯이 완성된 교문에 깃들어 삼양초의 역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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