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우리 아이 어린이집,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시나요?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말하는 어린이집 이야기

1지망으로 원했던 유치원에 합격하면 조금은 무리해서라도 근사한 외식을 하는 시대다. 아이 수는 자꾸 줄어든다는데 왜 좋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항상 부족할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바라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의 교육 환경은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부모가 바라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확인해보자.

인터뷰. 김지영(<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왕민아 / 사진. 이승준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김지영 오늘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거나 보내본 적이 있는 학부모님들을 모셨어요. 여기 모인 우리 셋 다 지금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네요. 저는 큰 아이의 경우엔 유치원에도 보내봤고요. 지금은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요. 선미 씨는 조금 특별한 어린이집에 보내고 계시죠?

최선미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인데요. 비영리 법인이에요. 민간보육시설로 구분되죠. 국공립은 아니지만 공립의 성격을 가진 곳이라고 할까요? 지원금 외 특별활동비만 따로 내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요.

김지영 아이들 모두 천주교 어린이집에 보내셨나요?

최선미 그렇지는 않아요. 둘째 신청했을 때는 제가 직장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둘째 낳고 보니까 두 아이를 기르는데 직장까지 다니는 건 무리다 싶어서 그만두었거든요. 둘째 아이 오리엔테이션까지 끝마쳤는데 서류상에 제가 직장인이 아니라고 나오니까 신청이 자동 취소되더라고요.

김지영 시스템상 맞벌이 가정 아이가 1순위일 거예요.

최선미 맞아요. 선생님 입장도 이해는 가요. 서류상으로는 아니니까요. 심지어 본인 아이도 멀리 보낸 선생님도 계셨어요. 그래서 둘째는 가정 어린이집에 일년 정도 보냈어요.

김지영 정희 씨는 공동육아를 하고 계신다 들었어요.

신정희 저희는 인가시설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다 받고요. 부모가 주체가 되어 만든 어린이집이다 보니 부모협동조합 형식으로 얼마큼의 출자금을 따로 내요.

김지영 저도 한 번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어요. 반마다 인원수가 적어 매력적이었어요. 부모가 관여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신정희 교사를 뽑는 것부터 해서 모든 걸 부모들이 함께 해요. 인원수는 공동육아의 장점 중 하나죠. 모든 공동육아는 4세부터 7세까지 받거든요. 잘되는 어린이집은 한 반에 10명 정도고요. 저희는 통합보육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소규모다 보니 5~7세 아이들이 교사 한 분당 6명가량이에요. 정말 좋죠.

김지영 그런데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신정희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선 그래요. 특별활동비나 지원받은 것 제외하면 월 60만원 정도에요. 그것도 두 아이를 보내서 30% 할인받은 금액이고요.

김지영 한 달에 60만원이면 대학생 키우는 수준이네요.

신정희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요.

김지영 저는 이사 등 여러 사정으로 어린이집을 자주 옮겼어요. 일이 너무 하고 싶어 큰 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일찍부터 원에 보낸 편이고, 원을 자주 옮기다 보니 유치원과 가정, 민간, 구립 어린이집까지 모두 보내봤네요.

김지영

김지영. 첫째 아이는 초등학생, 둘째 아이는 구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월간소식지 <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어린이집 어떻게 고르는 것이 좋을까?

김지영 아까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시, 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 1순위 우선권이 주어지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맞벌이 가정에 무조건 입소 우선권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최선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공부를 하거나 취업을 준비하고 싶어도 맞벌이가 아니면 순위가 너무 밀리니까요. 아이의 입소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이나 공부를 계획할 수 없고… 답답하죠.

김지영 부모들이 선호하는 어린이집부터 대기 인원이 몰리잖아요. 그럼 대개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 우선순위니까 좋은 어린이집에 다닐 확률이 높아져요. 외벌이 가정 아이들은 외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은 어린이집에 다닐 가능성이 높고요. 맞벌이라는 사유가 다른 사유보다 반드시 우선적으로 입소해야 할 만큼 더 중요한 사유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들어요.

최선미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야 취업을 할 수 있을 텐데 선후관계가 바뀐 거 같아요. 그래서 일단 아르바이트라도 잠깐 해서 입소순위를 당겨볼까 생각했었어요.

김지영 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아요. 심지어 몇몇 부모는 서류를 꾸며서 낸다는 말도 들리고요.

신정희 이런 이야기 들으면 너무 씁쓸해요. 차라리 모두 추첨제로 공정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최선미 애들이 줄어서 어린이집이 없어진다는데 왜 이렇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어려운 걸까요?

김지영 사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전체로 보면 아이들 숫자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 거예요. 부모들이 선호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다 몰리기 때문에 부족해 보이고 보낼 데가 없다고 느끼는 것 아닐까요? 부모들이 어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선호하는지 알 필요가 있어 보여요. 부모들이 원하는 유치원/어린이집이 무엇인지 서로 공유하고 교집합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치원/어린이집 선택 이유를 이야기 나눠봤으면 해요. 저는 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그리고 한 반의 인원수가 몇 명인지도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는 먹거리 안전성도 꼼꼼히 살펴봐요.

신정희 저는 나들이와 먹거리 정도예요. 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좋겠죠. 그리고 어린이집이 집과 같은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규율과 규범이 최소화되어 있고 강제적이지도 않고요. 그런 곳일수록 아이들이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요. 당장 저희 아이만 해도 하원시간에 집에 가는 걸 싫어해요.

김지영 정말 집과 같은 환경이 중요해요. 저도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곳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이었어요. 아이가 편하게 적응하더라고요.

신정희 공동육아는 부모가 운영하다 보니 상호신뢰가 있어요. CCTV도 당연히 없고요. 교육에 필요한 게 있어 부모가 제안하면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교육과정에 반영되기도 해요. 반대로 될 수도 있고요.

최선미 그래서 저는 주변의 평가를 많이 들었어요. 오가면서 큰 어린이집을 눈여겨본 적이 있었는데요, 새로 지었고 크고 시설도 좋았어요. 그런데 주변의 평가는 달랐어요. 그 어린이집에서 자꾸 울음소리가 난다고도 하고, 아이들이 낮잠을 안 자면 밖에 세워둔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래서 정작 그 동네 부모들은 안 보내고 옆 동네 부모들만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어린이집이 정말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운영하는 곳인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인지 따져보게 돼요. 지금 셋째까지 성당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데 여기는 인성교육을 하고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해요. 선생님당 아이 수도 적당하고요. 그래서 첫째부터 보내기 시작해서 셋째까지 10년째 보내고 있어요.

신정희 맞아요. 이윤을 추구하고 아니고는 원장 선생님 교육철학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져요.

최선미

최선미. 서울 양천구에서 세 자녀를 키우고 있으며, 모두 10년째 같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 웹진 <지금 서울교육> 학부모 편집위원이다.

모두가 원하는 어린이집이 가능할까?

김지영 여기서 저만 유치원에 보내봤네요.

최선미 유치원 상당히 비싸잖아요.

김지영 22만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으면 그 밖에 드는 비용이 보통 30~50만원 정도예요.

최선미 지금은 누리과정이 생겨서 큰 차이 없지만 첫애 때만 해도 어린이집 보낸다고 말을 못했어요. 좀 없는 집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괜히.

김지영 유치원과 어린이집 차이가 무얼까요? 자격증 유무?

최선미 유치원 선생님은 유아교육과를 나와야 하는 걸로 아는데 어린이집은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능하다 들었어요.

김지영 그 부분 때문에 유치원으로 보내는 학부모님들도 많은 걸로 알아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교사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교육철학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아이의 성향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고요. 원을 선택할 때 내 아이가 어떤 기질과 성향을 가진 아이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예체능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으로 특화된 유치원에 보낸 적이 있거든요.

신정희 프로그램이 특화된 곳이었군요. 아이의 재능이 더 발현됐나요?

김지영 그걸 알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었어요.(웃음) 하지만 아이는 즐겁게 다녔었죠.

신정희 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에서 고민해본 적은 없어요. 선생님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고요. 공부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마음으로 얼마나 따스하게 대해주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정형화된 틀에 갇히는 교육은 시키고 싶지 않아요. 공동육아는 인지교육을 하지 않아 좋은 거 같습니다.

최선미 그럼 한글교육도 안 하나요? 학교 들어갈 때도요?

신정희 네. 학교 들어갈 때 엄마들이 해주고는 해요. 엄마들이 불안해서 입학 한 달 전쯤에 시킨 거죠. 개인마다 온도 차는 있지만 원에서는 안 하는 게 원칙이에요. 7세까지는 쭉 믿고 가는 거죠. 예체능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요즘 세상에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해요. 그래서 요즘 저도 제 안에 물음표가 있어요.

김지영 흔히 말하는 ‘비싼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도 불필요해 보이는 교육활동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만 3세 아이들부터 한글, 수학, 영어 등등 과도한 인지교육이 특강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최선미 어린이집 교사인 제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왜 그렇게 인지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그걸로 수입이 되는지요. 그랬더니 한글이나 수학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들어가서 한대요. 그리고 때에 따라 돈을 받는 어린이집도 있고요.

김지영 그런데 이걸 학부모가 진짜 원해서 하는 건가요? 아님 이윤 때문에?

최선미 한글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필요 없다고 하지만 사실 필요해요. 제가 한글 안 떼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봤거든요. 애가 부끄러워하더라고요. 그게 문제예요.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으니까요.

신정희 가정마다 의견이 다르기도 하고 한 가정 안에서도 의견이 다르기도 해요. 저는 정형화된 교육이 싫어 초등학교까지만이라도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은데 남편은 공교육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거든요.

최선미 그래서 어린이집 고르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부모마다 원하는 게 다 다르니까요. 어린이집 종류도 너무 많아요. 종류도 들쑥날쑥해서 더 고르기 힘들죠. 서울형 어린이집과 평가인증 어린이집 등등 너무 통일성이 없는 거 같아요.

김지영 평가 시스템이 있어도 그 시스템 안에서 교육 서비스 질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보면 과도하게 특강 들어가 있는 어린이집이 대부분이잖아요. 연말 발표회도 정말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이라는 생각이 안들어요. 추위에 아이들이 민소매 무대의상을 입고 나와서 열을 맞추려고 애를 쓰는 걸 보면 안쓰러워요. 과도한 특강과 발표회는 규제 좀 했으면 좋겠어요.

최선미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보육료를 지원해주잖아요. 그럼 각 가정의 보육료 부담이 좀 줄어드는 게 아니라 그만큼 프로그램이 뭔가 더 생겨요. 결국 나가는 돈은 똑같아요. 정말 문제예요.

김지영 이야기를 나눌수록 느끼게 되는 건 아이를 키우기가 정말 힘들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대가족이었고 마을에서 함께 키웠잖아요. 지금은 그런 건 바랄 수도 없고, 맞벌이 가정이 너무나도 많죠. 어떤 강사님이 지구상에 아이를 혼자 키우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고된 일 같아요. 오늘 나눈 이야기로 당장 무언가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런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길 바라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같은 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신정희

신정희. 서울 금천구에서 6살, 3살 자녀를 키우고 있다. 두 자녀 모두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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