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시작이 반, 도선고의 조금은 특별한 개교 이야기

도선고등학교의 학생중심교육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 어렵다. 도선고등학교의 개교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올해 개교한 신설 학교인 도선고의 개교 준비 과정은 느리지만 구성원 전원의 토론과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 시작이 반.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5부 능선을 넘은 도선고를 찾아 그간의 개교 준비 이야기와 앞으로 펼쳐나갈 교육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글. 이중기 / 사진. 이승준 / 사진 제공. 도선고등학교

관행보다는 물음,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다

도선고등학교(교장 윤호상)는 올해 첫 입학생을 받았다. 지난겨울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개교 준비를 했음에도 여전히 학교에는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도선고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느긋한 마음이어서가 아니다. 다소 느리지만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한 변화들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은 차츰 개선해나가면 된다.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 그리고 교육의 지향점이라는 게 도선고등학교 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도선고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관행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매뉴얼로 충분히 갈음할 수 있는 것들도 철저히 하나씩 짚고 넘어갔다. ‘꼭 이래야 할까?’ , ‘더 나은 건 없을까?’ 개교 준비를 하면서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가졌던 의문이었고 물음이었다. 도선고 학생들이 아직 교복을 입고 있지 않은 것도, 교가가 아직 미완성인 것도, 교표가 정해지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라는 게 서우정 선생님의 설명이다.

“신입생 OT 때 교가를 학생들이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현재 전교생으로부터 가사를 받았고 절차를 거쳐 최종 교가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교표도 마찬가지예요. 선생님이나 외주업체가 제작하는 방식이 아닌 학생들 공모를 통해 정하려고 해요. 결과물이 수준에 다소 못 미칠 수 있지만 학생 참여의 폭을 한층 더 확장시키고자 했습니다.”

가시적인 것보다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 이는 도선고의 수업혁신 디바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선고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태블릿PC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태블릿PC 그 자체가 아니다. 형태나 방법이 어찌되었든 간에 수업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틀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용수 선생님은 태블릿PC는 수없이 많은 방법 중에 도선고에 가장 알맞은 하나의 기자재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장비 중심이 아니라 수업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생각의 끈이 이어질 수 있도록 메시지도 주고 힌트도 줄 수 있도록 수업의 형태를 고안했어요. 여기에 더해지면 좋을 기자재가 바로 태블릿PC였죠. 장비 그 자체보다 수업에 어떤 철학을 담을지, 그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의 순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명확한 청사진으로 학생중심교육 펼쳐나가기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관행에 익숙한 건 선생님들만이 아니다. 다른 학교와는 달리 유별난 교육을 한다고 하면 무엇보다 먼저 걱정에 잠기는 건 학부모들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상호신뢰 관계를 만들기 위해 도선고는 신입생이 배정되자마자 학부모 연수를 개최했다.

“지역사회의 기대와 학교의 교육철학이 딱 맞으면 좋지만 반드시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설득과 이해의 시간이 필요해요. 연수를 통해 학교와 학부모님들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이종대 선생님은 학부모와의 상호 소통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 덧붙였다. 끊임없는 소통의 노력이야말로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도선고의 오늘은 청사진 단계다. 아직 정식 개교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1학기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선고의 내일이 기대되는 건 그 청사진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도선고가 펼쳐나갈 혁신미래교육이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떤 교육적 가치를 낳게 될지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동료애’. 학교 현장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도선고 선생님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개교를 준비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들을 거치며 돈독한 동료애가 다져졌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이종대(왼쪽), 서우정(가운데), 장용수(오른쪽) 선생님 모두 학교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으로 ‘동료애’를 꼽았다.

이종대, 서우정, 장용수 선생님

이종대 선생님 “기대와 두려움을 가지고 왔습니다. 혁신학교는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혁신되는 것 같아요. 도선고 선생님들 모두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하게 함께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서우정 선생님 “이게 동료구나 싶어요. 교육관을 서로 이야기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학교 혁신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혁신학교를 한 번 경험한 적 있는데 도선고에서 좀 더 발전된 형태의 도움을 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습니다.”

장용수 선생님 “신설 학교에 부임한 교사로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확신에 차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제 곁에 있는 선생님들 덕택입니다. 선생님들의 교육 열정은 그 어떤 전염병보다 전파력이 빠르고 강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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