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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오래된 미래에 교육이 대처해야 할 자세

제러미 리프킨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이를 한발 앞서 분석하고 예측했던 제러미 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 사회’라는 분석을 새로이 내놓았다. 리프킨이 주장하는 소유권보다 접근권이 더 중요시되는 ‘협력적 공유사회’에서 교육은 어떤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글. 권종현 선생님(우신중학교)

수평과 공유, 우리의 생활방식이 바뀐다

‘풍요로운 오래된 미래’.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한마디로 정리해본 말이다. 18세기 이후 산업화를 통해 등장한 중앙집권적 대량생산과 수직통합형 대중사회는 인류에게 미증유의 풍요로움을 선물했다. 아울러 소유권 개념의 확장과 불평등 그리고 환경파괴와 지속불가능도 안겨주었다.

자본주의는 자원의 희소성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문제, 즉 ‘생산물과 생산방법 및 분배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시장의 교환가치에 의존하며 300여 년 동안 유지되어왔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이라 여긴 ‘이기심’ 때문에 절대 불변할 것 같던 자본주의가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공유경제 방식이 새롭게 등장하여 시장 경제를 대체해나가고 있다.

지금 자본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힘은 계급투쟁이 아니다. 자본주의 발전의 원천이었던 기술 발전이 오히려 자본주의를 붕괴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역설적이다. 마치 연인의 사랑이 너무나 뜨거워서 헤어지는 꼴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경쟁자보다 더 싼 가격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기술 혁신은 자본주의의 생존 전략이다. 장기간에 걸친 생산성 증대는 지속적으로 비용과 가격을 떨어뜨리고 마진을 줄였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 의해 한계 생산비용의 제로 수준 접근 가능성이 보이면서 역설적으로 자본주의가 약화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 책에 앞서 이미 <3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가 말하는 3차 산업혁명이란 최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의미다. 1769년 제임스 와트에서 촉발된 첫 번째 증기기관 산업혁명과 2차 전기 산업혁명, 3차 반도체 혁명에 이어 인공지능(AI)이 선도하는 최근 산업계의 변화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그러나 리프킨은 AI, 빅 데이터와 고급분석, 물류 에너지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이 결합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3D 프린팅, 2차 전지와 재생에너지 등을 포괄하는 기술 변화를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3차 산업혁명에 따르는 수평적 사회변화와 공유사회의 등장에 주목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통일하여 부르고자 한다.

이 책은 그동안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제4차 산업혁명> 등의 용어와 함께 이야기하던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위기를 생생한 증거와 탁월한 안목으로 설명한다. 첨단정보 과학기술의 성과, 정치와 경제, 사회학과 역사학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통찰로 기술 혁신이 한계적 생산 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있음을 증명한다. 먼 훗날의 기대가 아니라 이미 그 모습을 뚜렷이 드러내기 시작한 현실임을 밝힌다.

그리고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시대의 도래를 선언한다. 이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개념을 초월하는 사회다. 소유권보다 접근권이 우선하는 사회다. 정보 프로슈머(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생산하며 소비하는 주체)처럼, 에너지 프로슈머들이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활동하는 풍요 사회다. 2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수직통합 조직이 소멸하는 사회다. 수평과 공유, 협동과 거버넌스, 상호 의존성, 생태적 관심과 생물권 생활방식이 지배하는 사회다.

자율적 민주시민 육성으로 협력적 공유사회에 안착하기

과연 저자의 기대처럼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일까. 광장의 요구가 혁명적으로 폭발하는 시대다. 낡은 정치 제도와 세력을 대신할 새로운 질서를 위해 자발적 시민들이 활약하는 시대다. 이러한 때 ‘제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유행어다. 리더를 꿈꾸는 자들의 빠뜨리지 않는 감초 메뉴다. 그러나 속마음은 제각각이다. 어떤 경제TV는 제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먹거리(이윤 창출 분야)로 소개하는 시리즈 기획물을 방영했다. 이들에게 디지털 혁명은 새로운 자본 축적의 수단일 뿐이다. 이들의 미래는 더 거대하고, 더 통합적이고, 더 집중적이고, 더 조직적인 감시 체제를 향해 달린다.

곧 다가올 미래 사회가 자율 분권 자치의 수평적 공유 공동체가 될지, 거대한 파놉티콘 사회가 될지는 미지수다. 역사 전개를 법칙과 필연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20세기적 사고다. 만유인력의 법칙과 고전 물리학 지식의 기반 위에 선 헤겔식 사고에 따르면 역사는 법칙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어렴풋하지만 불확정성의 원리, 프랙털 이론, 복잡계 과학 등의 영향을 받는다. 더 이상 역사를 필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준비하고 맞이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 난 후 ‘리프킨이 예상하는 협력적 공유사회는 정말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바꿔야 한다. ‘협력적 공유사회를 맞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말이다.

무엇보다 교육 변화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는 여전히 2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공장제 노동력 생산 구조다. 교육부-교육청-학교에 이르는 관료 조직을 바탕으로 수직통합형 생산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대량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중앙집권적 결정으로 교육목표-교육과정-교육평가를 획일화한다. 국정역사교과서 파동은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시대에 2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체제가 보여줄 수 있는 퇴행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다가오는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협력적 공유사회로 맞이하기 위해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물질적 기반이 협력적 공유사회를 가능하게 하더라도 퇴행적 거대 권력을 견제하는 힘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의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논리 능력도 필요하고, 구성원의 자율적 합의 능력이 요구되며, 삶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과 문화예술적 감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집중된 교육 권력을 분산시켜 자율과 자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전제 조건이다.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의 시민적 권리에 바탕한 자유로운 학습권을 보장하는 제도와 환경이 아닐까.

스웨덴 생태학자 노르베리 호지는 서구 근대 물질주의의 한계를 초월하는 ‘오래된 미래’를 라다크 지방에서 발견하고자 했다. 그러나 제러미 리프킨은 우리가 사는 바로 이곳에서 ‘풍요로운 오래된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자율적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이 없다면 리프킨의 이야기는 한낱 꿈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 저 | 안진환 역 | 민음사 펴냄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로 널리 알려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신간. 자유시장경제에서 필요로 하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시장에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한다는 내용을 담아냈다. 이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들을 이야기하고, 이를 대체할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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