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아이들을 만날 때 비로소 난 선생님이 되었다

글. 원종현 선생님(방학중학교)

#1 2017년 3월 2일,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기억할 수 있을까? 25명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올해 담임은 누굴까, 어떤 사람일까. 거기엔 오랫동안 쌓아온 궁금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 역시 2월부터 몹시 궁금했다.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질문이 쏟아졌다. 나이는? 이름은? 여자 친구는? 첫 키스는? 학교 때 공부는? 그 나이다운 궁금증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교사라는 존재에 대해 큰 기대가 없다는, 시큰둥한 반응도 있었다. 휴대폰에 내 이름과 번호조차 저장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무엇이 저 친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2 학생들을 보며 27년 전 나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했다. 폭력이 지배하던 그곳. 몽둥이와 성적표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하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일상생활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감시당하고 통제받던 그때, 나는 학교를 감옥이라고 생각했다. 더없이 맑은 눈들을 보면서 이 친구들에게는 학교가 그런 곳이 되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오고 싶은 곳은 아닐지라도, 감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3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학생들의 의사에 맡겼지만 그래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배워야 할 일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 친하게 지낼 수는 없다고, 그건 어른들도 못하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학교생활이 불편해지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또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살짝 겁을 주었다. 3년 전의 안타까운 사건을 이야기하며 주변 사람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쓰레기가 나온다. 따라서 자기 주변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어떤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따라 하면서 청소의 중요성에 대해 소리 높여 설파했다. 청소는 앞으로 담임과 함께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청소가 시작됐다. 청소를 어떻게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쓸고 닦는 법을 하나하나 가르쳐주면서 함께 구석구석 청소를 했다. 그래도 잘 따라와줘서 참 고마웠다. 1년이 다 지나면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기를.

#4 의외로 성숙한 모습에 놀라고 있는 요즘이다. 회장을 뽑고 처음으로 다 같이 학급 단체복을 정하는 논의가 펼쳐졌다. 축구복, 농구복, 야구복…. 의견이 서로 맞지 않자 말싸움이 벌어졌다. 작년에 서로 얼굴을 붉힌 사건들까지 끄집어내서 공격을 했다. 뜯어말려야 하나…. 주저하다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다 있는 데서 싸우면 다른 친구들이 싫어할 수 있으니 둘만 따로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나가서 한참 이야기하고 들어오더니 화해했다고 한다.

#5 학생들이 성공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충분히 그럴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내가 최선을 다해 끌고 가겠지만, 역시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또 그 이후, 사회로 나아가기까지 이 아이들에게 어떤 일들이 있을까. 이 친구들의 앞길에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부디 잘 견뎌내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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