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체험활동 인프라로 학교가 더 넓어진다

글. 김승보 선임연구위원(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입시 위주로 치닫는 우리 교육의 파행성을 극복하기 위해 역대 정부가 취한 정책 수단의 하나는 학교 교육과정에 체험활동을 접목하는 일이었다. 참여정부의 ‘방과후학교’ 정책이나 이명박 정부의 ‘창의적 체험활동’ 강조 그리고 ‘토론·실습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교육과정에 접목하려 한 자유학기제 정책은 대표적이다. 직접 ‘해보는’ 교육을 통해 교과서 중심의 ‘지식 전달’에 치우쳐 있는 우리 교육의 체질을 바꿔보고자 한 것이다.

이들 체험활동 정책에 대한 평가는 그 공과가 엇갈릴 수 있으나, 분명한 점은 자유학기제를 포함한 이들 정책이 학교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학교-지역사회 간 연계를 통한 체험활동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과 삶’이 녹아 있는 지역사회를 통해 체험활동이 풍부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체험활동 자체가 교과서를 뛰어넘어 ‘자신과 세상’을 만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과 편성 및 수업활동 운영에도 바쁜 학교 교원들에게 체험활동 인프라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학생들의 체험활동 접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난해 전면 실시한 자유학기제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2016년 한 해 동안,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중학교에서 체험활동에 참여한 프로그램 수는 2017년 2월 기준 103,062건에 이른다. 체험활동을 제공한 체험처는 전국적으로 5만 개가 넘으며, 여기에는 개인사업장, 민간기업 등 체험처 제공에 의무가 없는 민간 부문의 참여도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 체험활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폭적인 참여와 지지가 없이는 이루기 힘든 성과라 할 것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청소년 교육에 대한 참여와 지지 에너지가 단발적이고 분산적으로 이루어지던 양상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설치한 시군구별 216개 진로체험지원센터가 이제 지역사회 체험활동의 허브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지역사회 단위의 체험활동 역량과 경험이 누적되고 조직화될 수 있는 토대가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그간 교육행정-일반행정 간의 연계가 매우 미흡하고 단절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는 우리 교육의 정책적 측면에서도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생산-소비, 온라인-오프라인, 기계-인간(생물) 간의 경계를 허무는 미증유의 변화가 오고 있다고들 한다. 곧 수립될 새 정부도 이러한 논의에 터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입시 위주의 좁은 틀에 갇혀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져, 결국 청소년들이 일과 삶의 경험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직접 만나게 하는 체험 기반의 학습체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렇게 보면, 지난 동안에 어렵게 구축한 체험활동의 학교-지역사회 인프라 체계는 우리 교육의 혁신을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서 귀하게 다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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