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영양교사는 아이들의 영양지킴이!

이경희 영양교사(서울강서초등학교)

나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사는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양교사는 아이들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깨가 더 무거운 건 사실이었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급식을 더 교육적으로 해야 할 것 같고, 아이들에게 교육도 해야 할 것 같아 여러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요즘은 먼저 1학년 아이들에게 급식예절, 손 씻기, 알레르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대해 교육하기 위해 입학식 이틀 뒤부터 각 반 교실로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연한 나의 일이다. 1학년 아이들은 입학하고 담임 선생님 다음으로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이어서인지 학생식당에 오면 반갑게 손을 흔들기도 하고, 나에게 다가와서 급식을 안 남기고 다 먹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인기 연예인도 부럽지 않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과 2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교실에서 영양교육을 한 것에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2학년 아이들에게 채소 먹기 수업을 했을 때는 아이들이 1년 동안 나를 ‘파프리카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수업시간에 싫어하는 파프리카를 직접 맛보게 했던 것이 이유였다. 요즘은 학교에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많게는 50명이나 된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그 식품을 빼고 따로 조리를 해주거나 대체 식품을 준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아이들이 빼고 먹을 수 있게 식당에 성분을 항상 게시한다. 물론 가벼운 알레르기 증세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아나필락시스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식품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도 있다. 올해 우리 학교에 밀 알레르기가 아주 심해 밀가루가 피부에 닿기만 해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1학년이 입학했다. 식당에서 외식을 하다가 응급실에 간 적이 몇 번 있다고 했다. 나는 매일 아침 식재료 검수 때마다 가공식품의 성분을 꼼꼼히 살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유독 알레르기가 심한 아이들이 몇 명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아이들의 어머님과 자주 문자를 나누게 되었다. 아무리 꼼꼼히 가정통신문에 알려준다고 해도 가끔 납품되는 식재료 브랜드가 달라지면 더 긴장하게 된다. 혹시 나도 몰랐던 제품에 알레르기 식품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때는 문자로 알려드리고 교실에 메신저를 보낸다. 한 번은 문자를 받으신 어머님께서 ‘학교에 입학할 때 아이의 알레르기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주셨다. 항상 긴장되는 일이지만 이런 문자 한 통에 큰 보람을 느낀다. 아마도 모든 영양교사가 항상 아이들에게 맛있고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식단을 바꾸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것이다.

20년이나 한 일인데도 식단 짜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급식을 맛있게 먹고 활짝 웃으며 “선생님 오늘 급식 최고예요” 할 때는 정말 쌓였던 피로가 싹 사라진다. 하지만 어찌 8세부터 60대까지 1,300명의 입맛을 다 맞출 수가 있을까? 어떤 날은 잔반이 너무 많이 나와서 우울한 날도 있다. 나는 영양교육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을 만나며 이루어지는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게다가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1학년에게는 식품 알레르기에 대해 교육하고 식당에서 ‘오늘의 식단’을 꼭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가정통신문으로도 안내를 하지만 직접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서였다. 특히나 알레르기는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것이라 더욱 교육이 필요했다.

요즘 요리, 먹방, 맛집탐색 등이 방송 주제가 되면서 사람들은 음식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아졌다. 물론 잘못된 지식을 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영양교사는 아이들이 올바른 먹거리를 선택하고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좋은 식재료를 선택해서 급식을 제공하고 더불어 영양교육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긍정적으로 식습관이 변화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영양교사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영양지킴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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