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가족의 변화는 다양성의 확대

이선형 연구위원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 가족은 변화 중

서울 가족이 변하고 있다.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는 2004년 약 147만 가구에서 2014년 123만 가구로 줄고, 부부만 사는 가구는 35만 가구에서 47만 가구로 늘었다. 한부모 가구는 31만 가구에서 37만 가구로, 1인 가구는 65만 가구에서 95만 가구로 큰 폭으로 늘었다.

가족 구성원의 수만 변한 것이 아니다. 가족 관계와 역할이 달라졌다. 서울시 유배우 가구 중 38.3%가 맞벌이 가구이며(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전체 가구 중 한부모가족은 10%를 넘는다. 이 같은 변화는 가족 내에서 남성이 경제적 부양을, 여성이 돌봄을 전담하는 성역할 분업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일과 돌봄의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자녀 돌봄 및 학업 지원을 전담하는 전업주부가 있는 남성 외벌이 가구가 아닌 엄마 아빠 모두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는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의 세대와 국적도 다양해졌다. 조부모와 손자녀가 같이 사는 조손가구는 1995년 3875가구에서 2015년 2만 6464가구로 20년 사이 6배 증가했다. 2015년 다문화가족은 27만 8036가구로 전체 가구의 1.32%를 차지한다.(여성가족부, 2015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

다양한 가족은 결손가정?

이처럼 가족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정상가족으로 보고, 그 이외의 가족을 ‘결손가정’ 혹은 ‘가정해체’로 바라보던 기존의 시각은 많은 가족에게 차별을 재생산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조손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등장은 비정상 가족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구분하는 기준 자체가 문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가족 형태는 전 생애에 걸쳐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정상가족 기준이 계속 고수된다면 이 기준으로 인해 차별받는 가족이 더 늘어난다.

2015년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사회적 차별경험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동네나 이웃주민, 가족에서의 차별 경험보다 학교나 보육시설에서의 차별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한부모가족은 밝히지 않으면 차별도 없으므로 차별 경험이 낮게 나타나지만, 인종 및 언어적 특성 때문에 정체성을 숨길 수 없는 다문화가족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40.7%로 훨씬 높게 나타난다.(여성가족부, 2015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 특히 직장·일터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차별을 경험하고, 공공기관, 학교·보육시설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도 각각 19.5%, 23.8%로 높게 나타난다.

차별 없는 다양한 가족 정책 필요

가족의 변화에 따라 정책도 변한다. 『한부모가족지원법』(2007년 『모·부자복지법』에서 명칭변경), 『다문화가족지원법』(2008년 제정) 등의 제정은 기존의 가족정책이 포괄하지 못하는 가족 유형에 대한 지원의 시작이다.

중앙정부의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년~2020년)은 ‘다양한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년~2020년)에서는 비혼·동거 가족에 대한 고용, 교육, 사회생활 등 사회·제도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한부모가족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아동양육 지원을 강화하여 학습과 돌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가족정책종합계획(2015)을 수립하여, ‘다양한 가족의 역량 강화’를 위해 1인 가구,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이혼·재혼·조손 가족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전국 최초로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를 제정하여 ‘혈연이나 혼인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취사, 취침 등 생계를 함께 유지하는 형태의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가족정책 중에서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은 선언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이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다양한 가족 지원은 가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다양한 가족의 취약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부모가족 지원이 대표적이다. 한부모가족의 빈곤에 초점을 맞춘 소득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한부모가족의 일·가족 양립, 한부모가족의 돌봄 지원 정책 등은 좀 더 발굴되어야 할 영역이다. 특히 청소년 한부모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성교육, 돌봄과 양육에 필요한 노동과 가치에 대해서 충분한 교육이 동반되어야 실효성을 거둘 것이다.

또한 다양한 가족 지원의 출발은 다양한 가족의 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밝히고 있는 비혼·동거 가족에 대한 차별 금지 정책은 그 근거가 될 수 있는 법령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혈연 및 혼인 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 가족관계와 마찬가지로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서울시의 사회적 가족, 생활동반자 관계에 근거한 가족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제도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령과 구체적인 정책은 앞으로 더욱 요청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가족 변화 추이를 살펴볼 때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4인 가구 정상가족 모델이 다른 가족에 대한 차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 앞으로 차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가족의 변화를 취약함의 증가가 아닌 다양성의 증가로 받아들이기 위해 사회적·제도적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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