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교육 속 가족의 모습을 이야기하다

가족의 형태를 나누는 차별과 편견

다문화, 입양, 한부모. 사회가 변하면서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를 수식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가족과 형태가 다르면 수식어를 붙이고, 이를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으로 가른다. 이렇게 가족의 형태를 가르는 기준에 편견과 차별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5월 10일 다섯 명의 선생님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열고 사회 변화에 발맞춰 가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이야기 나눴다.

글.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김동율

변화한 가족의 개념과 형태

변춘희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죠. 그래서 가족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가족의 개념이 변하고 가족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련된 학교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지현 저는 교육복지거점학교인 서울신암초등학교에서 ‘두세대지원사업’을 여러 해 동안 진행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두세대지원사업은 가족 간의 긍정적 소통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예를 들어 심리상담전문가 겸 미술치료전문가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가족이 함께 미술놀이를 하면서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관계가 회복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황미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활동을 오래 하면서 성차별과 성평등 문제를 주로 다루었는데, 가족의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변효진 저는 경복고등학교 국어교사입니다. 아직은 5년밖에 안 됐지만, 제가 만난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김기홍

김기홍. 지역사회교육전문가

김기홍 저는 2003년부터 복지거점학교인 중계중학교에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여러 어려움 때문에 출발부터 차이가 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력이나 가족의 돌봄 등 가정환경에 따른 차이를 줄이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사와 지역청소년전문가를 연결하고, 학교 부적응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용환 서울시교육청의 가족과 관련한 정책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교육정책에 반영할 것은 없는지 여러 선생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왔습니다.

변춘희 초등학생용 국어사전에서 어머니라는 단어를 찾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나를 낳아서 길러주신 분’ , 여기에 더해 ‘아버지의 아내’라는 정의를 읽고 가족 형태가 참 많이 변했구나 싶었어요.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어머니라고 국어사전에서 정의할 만큼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고전적인 가치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런 감정이 차별을 만들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에요.

황미선 초등학교 사회책이랑 국어책을 가지고 왔는데 교과서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해요. 엄마, 아빠, 아들, 딸 이렇게 4인 가족이 주로 그려져 있어요. 글이 쓰여 있지는 않지만 4인 가족이 정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죠. 가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런 삽화가 많아요. 학기 초에 가족현황을 조사하면 아버지, 어머니 칸이 다 채워져 있지만, 같이 생활하면서 상담을 해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사회적으로 가족의 형태에 대한 시선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기준과 다르면 비정상이고, 이걸 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와 써내는 게 달라요.

변효진

변효진. 경복고 교사

김기홍 엄마와 산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자신 있게 생활하는 학생도 있는데 이런 학생들은 부모가 편견이 없고 당당해요. 반면 숨기고 움츠러드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주변 어른들의 반응 때문이거든요. 저도 훈련을 받았음에도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보면 정상가족이 아니지 않을까 의심하게 돼요. 정상가족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편견이죠. 편견이 있으니까 숨기는 거예요.

이지현 수업 중에 한 학생이 가족 소개를 하는데 가족이 30명이래요. 집에서 키우는 벌레까지 모두 다 가족이래요. 한집에서 같이 먹고사는 모든 걸 가족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1학년에 가족사진을 가지고 하는 수업이 있는데 교과서에 가족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으려고 하고 있어요.
할머니랑 사는 가족, 아빠랑 사는 가족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첫 번째 나오는 가족이 4인 가족이에요. 이게 기준이고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2학년에는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수업이 있는데 대가족과 핵가족으로 나누고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탈북가족 등이 있다고 가르쳐요. 그런데 학생들은 이런 가족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업이 편견을 깨기는커녕 부추기는 거죠.
가족사진을 가져와서 수업한다든가 자란 과정을 앨범으로 만드는 활동이 많은데 재혼가정이라는 사실이나 막 이혼하여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가정사가 수업을 통해 드러나게 되죠. 아빠랑 같이 살지 않는데 아빠가 가족인지 아닌지 헷갈려 하기도 해요. 학생들도 힘들어하고 교사도 힘들어요.
이모, 고모, 외삼촌, 외숙모 등의 호칭을 배우기 위해 가계도를 그리는데 부모가 이혼을 해서 한쪽을 아예 모르는 학생도 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은 숙제로 이름을 써오라고 하는 거죠. 가족이 만들어지는 순서도 배워요.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결혼식을 해서 아이를 만든다고 배우고 순서를 외우는 시험을 보거든요. 그런데 주변에는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낳거나 키우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우리 이모는 결혼 안 했는데 아이가 있다고 묻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럴 수도 있다고 대답했지만 난감했어요. 교과서가 가족의 모습을 표준화해서 제시하니까 편견이 생기고 가르치기도 어려워요.

이용환 교과서에서는 정상가족을 가르치잖아요. 영화에 나오는 가족은 교과서적으로 보면 거의 비정상가족이에요. 그런데 대부분 영화는 이런 가족이 어떻게 화합해서 살아가는지 보여주거든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이미 사회에서는 보편화됐는데 교과서가 반영을 못하고 뒤떨어진 거죠. 하지만 교사가 이런 개념을 반영한 가족을 가르칠 역량이 있다고 봐요.

변춘희 교사 역량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죠. 교사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이 다를 수 있으니까 교과서 내용을 바꿔야 해요.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선생님들이 애쓰고 있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이지현

이지현. 서울신암초 교사

편견 없는 눈으로 가족을 바라보기

김기홍 딸아이의 친한 친구 아버지가 소방관이었는데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구청에서 아버지와 함께 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예요. 토요일에 아빠와 같이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거죠. 그냥 부모와 함께 하는 요리라고 하면 될걸 아빠라고 콕 짚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생각 없이 하는 말에 듣는 사람은 상처를 입는 거죠. 교육은 생각 없이 해서는 안 돼요. 섬세해야 하죠.

변효진 제가 첫 발령을 받고 담임을 맡았을 때 어떤 실수를 했냐면 가정통신문을 나눠주고 엄마한테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어요. 보호자라고 해야 하는데 엄마라고 한 거죠. 잘못했다는 걸 알았는데 이미 말해버린 후였어요. 나중에 보니 저희 반에 엄마가 없는 학생이 꽤 있었어요. 학생들은 저한테 와서 얘기하지 않아요. 엄마 없는 학생이 있다는 걸 교사가 알면 배려할 수 있어요.

변춘희 개인의 상황을 모르더라도 언제나 다양한 학생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말해야겠네요. 오늘 일상적으로 쓰는 엄마, 아빠라는 말 대신 왜 보호자라고 말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았습니다. 예전에 차별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한부모가족이라는 표현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이용환 한부모라는 건 법률 혹은 행정용어예요. 지원을 위한 법적 기준으로 사용하는 말이지 일반적인 용어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행정적으로 없앨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변효진 하지만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듣고 부끄러워한다면 잘못 쓰고 있는 거죠.

황미선 예전에는 편부, 편모라는 표현을 썼어요. 이 말이 한 사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한부모라는 말을 만들었어요. 그럼에도 이 말조차 편견을 담고 있다면 새로운 고민을 해야겠구나 싶어요. 교사는 미래세대를 가르치기 때문에 이런 걸 빠르게 받아들이고 변화해야 하죠.

이용환

이용환.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

변춘희 한부모와 살아도 건강한 가정이 있고, 부모가 다 있어도 지원이 필요한 가정이 있는데 한부모이거나 다문화가족인 경우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편견 아닐까요?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지원하면 되지 그 기준을 한부모나 다문화로 두는 건 편견을 만들 수밖에 없어요.

이지현 이혼가정, 다문화가족, 탈북가족이면서 경제적으로 힘들 경우에는 티가 많이 나요. 학습부진도 많고요. 학습습관이 안 되어 있고, 계절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오거나 세수도 안 하고 학교에 오거든요. 부모가 늦게 집에 들어왔다가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에 일을 하러 나가니까 부모의 손길이 부족하죠.

김기홍 한부모가족이라서가 아니라 부모 교육을 못 받은 채 부모가 되어 그 역할을 못하는 가정의 문제로 봐야 해요. 한부모 아래 커서 잘되는 경우도 많잖아요.

이용환 다문화가족을 지원한다는 것은 그들이 한국인이 되게끔 하는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다문화사회에서는 굳이 그들을 한국사람으로 만들 필요가 없어요. 자기문화를 가지고 살면 되는 거죠. 가족이나 민족의 개념에서 다수라고 해서 정상이고, 소수이면 비정상이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해요. 교육청에서는 가족정보를 수집하는 걸 못하게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부모, 형제 이름과 직업 등을 써서 냈잖아요. 이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수집을 못하게 해요. 1학년은 등본을 제출하는데 그건 부모나 가족 형태를 조사하는 게 아니라 보호자를 알기 위해서예요. 교육청의 모든 회의 단위의 사업을 인권옹호관이 점검해서 성평등을 비롯한 인권의 관점에서 조언하고 권고를 하거든요. 가족에 대한 차별도 살펴봐야겠어요. 어머니 교실, 아버지 교실 같은 것부터 바꿔야겠어요. 이것이 차별을 없애는 거네요.

변춘희 <따로따로 행복하게>라는 그림책이 있는데 이혼을 불행이 아닌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신선했어요. 이런 책처럼 교육으로 편견을 깨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당장 어머니 교실부터 바꾸겠다니, 오늘 대담의 성과인걸요. 현장의 변화를 기다리겠습니다. 전문가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데도 서로 배우는 것이 있군요. 이런 간담회를 많이 해야겠습니다.

황미선

황미선. 서울면일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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