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교육

덴마크 자유교육의 상상력

협력과 공존을 통해 교육의 가치를 생각하다

공교육과 자유교육 간의 긴장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덴마크 학교들은 세계교육지형도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의 독특한 체제와 구조를 통해서 교육의 진정한 뜻, 즉 ‘삶을 위한 교육’을 구현하고 있다. 그 특징은 개방성, 유연성, 다양성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덴마크 자유교육의 의미와 시사점에 대해 간략히 짚어본다.

글. 송순재(삶을 위한 교사대학 이사장, 전 서울시교육연수원장)

덴마크 자유교육의 기본 특징인 개방성, 유연성, 다양성

덴마크 학제에서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덴마크 교육법이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 공교육과 자유교육이 일정한 긴장관계를 가지고 병립하면서 상호 협력적 관계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교육’이란 국가 공교육 체제가 제시하는 틀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한다. ‘자유교육’은 다양한 형태의 자유학교를 주축으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병립 구조는 기초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단계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첫 단계에 있는 ‘폴케스콜레(Folkeskole)’는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1단계를 합한 형태의 9학년제로 운영되는 공립기초학교다. 이 단계 바로 전에 유치원 과정이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1년을 더 다니겠다고 하면 10학년 과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이하게도 이 폴케스콜레와 같은 수준에서 국가의 교육법 테두리 안의 사립학교가 나란히 운영되고 있다. 덴마크의 사립학교는 우리나라와 달리 대체로 학부모가 설립과 운영의 주체가 된다. 이 경우, 주축을 이루는 학교 형태는 ‘프리스콜레(Friskole, 자유기초학교)’로, 보통 작은 규모로 운영된다. 학교 현장에서 폴케스콜레와 프리스콜레는 일정한 긴장관계가 있기는 하나 그것은 각각의 독자성 때문이고, 적대적 관계보다 오히려 상호 교류 및 협력 관계에 서 있다.

이 단계 이후에는 중등교육 2단계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및 그에 상응하는 경로들이 시작된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연령대에서 운영되는 직업교육을 위한 학교들이 있다. 중등교육 1단계와 2단계 사이의 아주 특이하고 흥미로운 학교 형태인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자유중등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에프터스콜레는 8학년부터나 졸업 후, 연령대로 보면 14~18세 청소년들에게 보통 1년이나 경우에 따라 2~3년 동안 ‘인격 형성’을 위한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로, 기숙학교를 기본 형태로 한다. 학생 수는 적게는 30명, 많게는 500명 정도이며 평균 120명가량 된다. 인상적인 것은 공립학교와 자유학교가 협력 구조 안에서 상호 연계되어, 덴마크 정부가 교육법에 따라 에프터스콜레 재학기간을 공립학교 재학기간과 법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에프터스콜레에 가서 공부한 후 다시 예전에 다니던 학교로 돌아갈 때 수학과정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졸업 시험을 통과하면 공립학교와 동일한 자격을 부여받는다.

고등교육 기관으로는 국립대학들이 주종을 이루나, 동시에 사립 평민대학인 ‘폴케호이스콜레(Folkehojskole)’가 병존한다. 시민 양성을 위해 설립된 성인교육기관으로 덴마크 국민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고, 지자체의 지원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우리 교육에서 생각해보기

덴마크 자유교육의 역사적 의의는 국가 공교육이 지시하는 바에 선행하여, 삶을 위한 교육의 뜻, 즉 교육이란 본래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촉구한 것이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간적 삶, 그들이 누려야 할 자유와 행복, 개성적 세계 등의 자유로운 발현을 교육의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안교육의 선구적 형태로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진 대안교육적 시도의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있음은 물론, 공교육의 내적 혁신을 자극해왔던 시도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이 맥락에서 볼 때 덴마크 자유교육은 입시교육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 교육의 정황을 비판적으로 조명해줌과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왜 대안학교가 출현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또 다른 차원에서 대변해주는 유력한 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은 덴마크의 자유교육이 국가의 교육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적 승인과 지원을 절실히 요구하는 한국의 대안학교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유학교뿐만 아니라 공립학교에서도 교육적 과제를 개방적이며 유연하고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예컨대 목적과 목표는 국가가 정하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경로와 방법, 도구와 수단은 학교 재량에 맡겨놓았으며, 특히 교과서도 따로 지정해놓지 않는다.

우리나라 교사들 중에도 OECD가 도입한 PISA의 의도와 그 접근 방식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우리의 미래를 정당하게 담보해낼 수 있는 도구일까?’ , ‘또 다른 척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는 산업 중심, 경쟁적 세계화가 아니라, 인간적 삶과 가치 있는 문화적 교류와 협력, 생태적 변화와 공존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화에 대한 요청이다.

문화적 교류와 대화는 늘 자신의 역사적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덴마크의 자유교육은 퇴계와 율곡, 정약용과 동학의 제창자들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역사적 유산의 현대화를 통해 또 다른 차원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풍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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