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퇴직교사의 한마디, 들어보실래요?

글. 정기훈(전 서울은빛초 교사, 초록교육연대 운영위원)

서울은빛초등학교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지 벌써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교육의 현실과 학교 내 문제 해결을 생각하며 이리저리 뛰던 상황을 벗어나 교육과 학교, 교사들의 모습을 조금 더 비스듬히 바라보게 된 셈입니다. 학교에 있을 때는 미처 못 보던 모습들도 보게 되고 교육에 대한 생각이 풍부해진 점은 좋으나 아이들을 직접 대할 기회가 없어 아쉬움이 짙습니다. 최근에는 ‘나라사랑 우리땅 걷기’ 프로그램의 두레를 맡아 강원도 바우길 구간을 아이들, 후배 교사들과 함께 걸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아버지모임’에서 자발적으로 안전을 담당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나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제가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앨리스’ 같은 느낌이 자주 들곤 합니다. 일률적인 시험평가도 없고 학급 반장이나 전교 어린이회장을 둘지 말지를 교육적 관점에서 토론하던 서울은빛초에서 아직도 ‘공부 잘하냐? 몇 등이냐?’ 등 성적에만 관심이 머무르는 어른들과 여러 학원을 전전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환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학교 안의 교육을 넘어 변화하는 교육의 지향점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호응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점 역시 학교 교육과 우리 교육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사회 전반에 역동적인 에너지가 분출되는 시기입니다. 새롭게 열리는 대한민국의 출발선에서 힘들고도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선생님들께 요즘 느끼는 점들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교사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를 통하여 현실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생활 내내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동료 교사나 주변 교육환경과의 소통과 관계 형성이었습니다. 오히려 배움의 과정에 있는 어린이들은 힘을 주었습니다. 내 안에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자주적 의지력이 없다면 모든 것이 소용없을 겁니다.

다음으로 교사들도 현시점에서 미우나 고우나 기득권층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가르친 청년들의 소득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게 하고, OECD 기준 최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공무원 연금소득보다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기득권층에 대한 스스로의 올바른 인식이 교육적 사랑과 열정, 보살핌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사의 교육적 책무, 사회적 책무가 스스로의 통찰력, 열정과 결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자기 교과, 학급, 학교까지 뛰어넘는 포괄적 교육관과 교육적 실천이 필요합니다. 학급당 학생 수와 취학 아동이 줄고 개개인은 가정에서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며, 지방 분권은 점점 강화될 것입니다. 지역사회 전체가 교육의 장이며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의 현재가 힘들게 저당잡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학부모들도 아이의 교육에 함께하며 삶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학부모회의 활동을 보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고 변화하는 노동환경은 가정의 소중함으로 이어지며 그 핵심에 교육 3주체가 함께할 수 있는 교육이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특강도 열립니다. 이렇듯 불확실한 미래에도 변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교육의 수단이 아니라 삶과 목적, 그 자체라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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