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학교라는 이름의 위로와 응원

고덕중학교의 특별한 상담문화

고덕중학교의 상담실은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특별한 고민이 없어도 학생들은 상담선생님과 소통하기 위해 상담실을 찾는다. 이제 상담실은 시간이 나면 으레 하나 둘 모이는 학생들의 ‘아지트’가 됐다. 왁자지껄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고덕중의 특별한 학생 상담문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글. 신병철 / 사진. 한정구

상담의 첫걸음 유대감 쌓기

고덕중학교(교장 최성곤)는 몇 년 새 학생 수가 부쩍 줄었다. 한때는 복수교감제로 운영될 만큼 제법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각 학년당 6학급에 학급당 학생 수도 20명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학생 대부분이 거주했던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어든 학생 수와는 반대로 크게 늘거나 커진 것이 몇 가지 생겼다. 바로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유대감, 학생들이 느끼는 소속감, 활기를 띤 학생상담 그리고 그 효과다.

고덕중은 학생 수가 줄면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치 한 집 건너면 누구 아들, 누구 동생으로 다 알고 지내는 정겨운 이웃공동체처럼 이전보다 친밀한 유대관계를 쌓기 시작했다. 학생 수가 적어 자연스레 교장선생님까지도 학생 대부분의 이름을 알고 지낼 정도가 됐다.

“등교맞이 행사에서 학생을 부를 때도 ‘야’ 혹은 ‘거기 학생’이라고 부르는 법이 없어요. 이름을 불렀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 학생들이 느끼는 소속감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학생들을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이 학교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시기는 자아정체성을 형성하고 진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정서적, 심리적 불안감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 시기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시기 학생들의 심리 안정과 인성 함양을 위해서는 때때로 가정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상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덕중 상담실의 문턱은 어느 곳보다 낮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언제고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꼭 상담이 아니더라도 오가며 상담선생님과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자유롭게 상담실을 드나든다. 상담실이 문제학생들만을 위한 곳이 아닌, 학생 누구나 편히 찾아가 크든 작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학생들이 느끼는 상담의 무게도 한층 가벼워졌다. 오히려 상담받는 걸 부러워하기까지 하는 눈치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허물 없는 소통으로 다져진 유대감이 활발한 상담문화를 조성한 것이다. 노현정 전문상담선생님은 “상담실을 편히 오가는 학생들과 일상에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누구와 어울리는지, 요즘 학교생활은 어떤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상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상담관리 프로그램

고덕중은 지난해부터 강동구청 지정 ‘좋은 중학교’로 선정되어 기존 전문상담선생님 이외에 ‘니즈콜’ 전문상담사 2명이 추가 채용되면서 학생상담이 더욱 탄력을 받았다. 총 3명의 상담선생님은 입학에서부터 졸업 때까지 각각 한 학년을 전담으로 도맡는다.

“상담선생님 혼자서 전교생을 담당하게 되면 주로 위험군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학년 전담제로 상담을 운영하니까 상담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학생들도 그만큼 안정감을 더 느끼게 돼요. 학생들은 학년 상담선생님을 ‘우리’ 상담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이렇게 조성된 고덕중의 활발한 상담문화는 학생 개인의 정서 안정 이외에도 학교폭력 예방 안전망 역할을 한다. 상담을 통해 따돌림이나 사이버폭력 등 학교폭력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위 클래스와 생활인권부의 긴밀한 연계로 개별상담, 집단상담 등 즉각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고덕중은 보건선생님, 상담선생님, 사서선생님이 주기적인 모임을 갖고 이상 징후를 보이는 학생은 없는지 공유하는 ‘등대지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덕중은 활발한 상담문화만큼이나 그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학급임원 집단상담, 학년별 심성수련상담, 정서행동특성검사 심층상담, 미술치료 집단상담, 또래상담동아리 운영, 원예치료 그리고 상담에 보드게임과 네일아트를 활용하는 등 체계적인 상담관리를 통해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청소년기 상담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 대상을 문제학생 혹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정서불안을 겪는 학생으로 한정 짓고는 한다. 정상 범주에 속한 학생이라고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느 학생이나 크고 작은 고민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온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덕중의 이러한 교내 상담문화가 지속해서 학생들의 바람직한 성장 및 건전한 교우관계 형성을 이끌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노현정 전문상담선생님

노현정 전문상담선생님은 상담시간 45분 동안 학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상담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즐기는 게임, 좋아하는 연예인 등 어떤 주제의 이야기라도 장시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은 청소년기에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학생이 열린 마음으로 상담실을 찾는 것은 아니에요. 듣고 싶은 대답을 끌어내려고 하면 오히려 굳게 입을 닫아요. 앞에 앉은 선생님이, 아니 한 어른이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해요. 의도를 가지고 상담의 방향을 정하기보다 45분간 학생과 ‘대화’를 하는 거죠.”

3학년 최용현 학생

최용현 학생은 또래상담동아리 ‘함께걸음’의 부장을 맡고 있다. 때로는 선생님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을 친구들과 나누며 서로 친목을 다지고, 동아리 행사를 통해 선생님들과도 두터운 유대감을 쌓는다. 고덕중만의 활발하고 효과적인 상담의 밑바탕으로 학생과 선생님들 간의 소통을 첫손에 꼽는다.

“학생들끼리도 상담은 문제학생들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평소에도 점심시간이면 상담실에 놀러 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상담이 꼭 선생님과 편하게 수다 떠는 느낌이에요. 저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상담을 받고 큰 도움이 됐어요. 친구와 친해지는 방법을 물어보고 서먹했던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말도 걸어보면서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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