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다문화가족이 바라본 가족의 행복과 교육

준비됐나요? 다문화시대!

언제부턴가 국제결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됐다. 이제 다문화가족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다문화시대, 국제화시대를 소리 높여 외치는 것만큼 학교도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한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다문화엄마들은 정말 아무런 걱정, 고민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을까? 다문화엄마들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다문화시대 학교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인터뷰. 안영신(<지금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시선

안영신 먼저 이렇게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정의 달5월을 맞아서 한국에서 다문화가족은 어떻게 생활하고 한국교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한국생활 어떠신가요?

굴샤트 한국생활 좋죠. 만족스러워요. 17년 전 23살 때 한국에 와서 인생의 반을 보낸 셈이니까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됐어요. 아직까지도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지만 17년 전과 비교하면 아이들과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아키코 저는 아이 둘은 일본에서, 둘은 한국에서 낳았어요. 한국에서는 엄마들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학교에 가서 청소도 돕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어요. ‘굳이 그렇게까지 직접 학교에가서 아이들을 돌볼 필요가 있을까?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셀 처음에는 낯설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한국말은 서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문화센터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한국은 아이를 키울 때 교육의 기회가 다양해서 좋아요.

안영신 미림 씨는 오랫동안 다문화엄마들과 함께해오셨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어떠세요?

정미림 같이 활동하거나 이야기 나누면서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느낀 점은 예전에는 다문화엄마들끼리만 공유하는 프로그램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게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아직도 안타깝고 걱정되는 점은 아주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이주해서 생활하는 다문화엄마들은 아직도 계속 자기들끼리의 문화만 유지하려고 하고 동화되려는 시도를 잘하지 않아요. 가장 큰 변화이면서도 여전히 다문화엄마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 아닐까 싶어요.

안영신 사회의 시선이나 시스템은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학교 안에서의 시선은 어떤 것 같으세요?

굴샤트 아직도 피부색에 따라 시선이 쏠리기는 해요. 특히 아이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로지 피부색으로만 판단해요. 피부색이 하야면 미국 사람, 조금 까맣다면 동남아시아 사람이라는 식의 생각은 좋지 않다고 봐요. 물론, 선생님이 교육을 하고 계시겠지만, 학교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아키코 피부색만으로는 차이가 나지 않아 차별적인 시선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한번은 학기 초에 엄마 이름을 써가는 숙제가 있었는데 ‘엄마 이름이 왜 그렇게 기냐’라고 놀림 받은 적은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셀 첫째 아이가 다니는 석계초등학교는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많은 곳이어서 차별은 그렇게 없었어요. 한국엄마들과 만나 행사도 같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렸어요.

드잘라리예와 굴샤트

드잘라리예와 굴샤트카자흐스탄 출신으로 2000년에 한국으로 이주했다. 중3, 초등학교 4학년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첫째 아이는 국제학교, 둘째 아이는 일반학교에 보내고 있다.

다문화시대 우리 학교는?

안영신 학교를 선택할 때 국제학교와 일반학교 사이에서 고민하지는 않으셨나요? 어떤 이유로 현재 학교에 보내기로 하셨나요?

굴샤트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다문화엄마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밖에 나가면 손가락질받기도 했고요. 첫째 아이는 외모가 둘째 아이보다 더 외국사람 같아서 남편과 상의 끝에 국제학교를 선택했어요. 당시 선택에 대한 생각은 50대50이에요. 일반학교가 아이에게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국제학교에 가서 그만큼 얻는 기회도 많아요. 어떤 선택이 좋고 나쁜지 선뜻 판단하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키코 한국에 왔을 때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한국말을 못해서 어느 학교에 보낼지 많이 고민했어요. 일본학교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계속 한국에서 살아야 하니까 한국생활에 빨리 적응시키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반학교에 보냈어요.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아셀 아이가 생활하는 곳이 한국이고, 국적도 주변 사람도 한국사람이니까 당연히 한국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국제학교는 거리도 멀고, 학비도 비싸서 일반학교를 선택했어요.

안영신 직접 겪으면서 느꼈던 한국교육의 문제점이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아셀 한국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다 가르치고 싶어 해요. 먼저 학원에 보내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기도 하고요. 저는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다 하고 있어서 불안해지기도 해요. 가끔씩 밖에 나가 놀게 하고 싶은데 마땅히 나가 놀 곳도 없고, 다 학원에 가서 같이 놀 친구도 없어요. 특히 남자아이들은 놀기도 하면서 공부했으면 좋겠어요.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 바쁘고 피곤해 보여요.

아키코 저도 비슷한데요. 아이가 원해서 학원에 보내는 게 아니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려요. 학원을 가야 친구를 만나고 공부에도 보탬이 되니까요. 셋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선행학습이 필요 없도록 1학년 교과서가 바뀌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집은 아이가 넷이라 학교가 끝나면 형제끼리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데 집 바로 앞에 차가 지나가고 공터도 많이 사라져서 놀 장소가 없어요.

정미림

정미림시민모임 ‘즐거운교육상상’ 인권교육 강사이며 성북구 다문화 그림자극 창작동아리 ‘무지개콩’에서 다문화엄마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굴샤트 저는 공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수학 좋아하는 아이는 수학 쪽으로, 음악 좋아하는 아이는 음악 쪽으로 가도록, 아이가 스스로 기회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해요.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학교 안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이가 어릴 때는 뒤처질까봐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옳은 판단이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은 지금 학교에서 영어만 교육을 하는데 다문화가족의 출신 국가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언어도 제2외국어로 배울 수 있게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어요.

안영신 아이가 스스로 기회를 찾도록 학교가 나서서 도와줬으면 한다고 하셨는데 지금의 학교는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 같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굴샤트 한국은 운동회와 발표회를 일 년에 한 번씩만 하는데 조금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카자흐스탄은 시도 때도 없이 운동회와 발표회를 해요. 특히 학교에서 발표할 기회가 굉장히 많아요. 특별한 행사뿐만 아니라 수업 때마다 친구들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해요. 그렇게 해야 아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생각인지 드러낼 수 있는 건데 한국에서는 그런 기회가 너무 적어요. 학교 방과 후 수업도 아쉬운 게 아이가 하고 싶은 건 여러 개 있지만, 시간이 겹쳐서 모두 선택할 수 없어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처럼 시간표에 수업을 무조건 끼워 넣는 방식은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아키코 첫째 아이가 숭례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악기도 하나씩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체육시간도 많아져서 이전보다는 좋아졌어요. 한국에서는 아이가 뭘 하나 배우려고 하면 결국 부모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해요. 그러면서 부모와 자녀 간의 거리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정미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아셀이 뉴스를 보고는 저에게 ‘카자흐스탄에서는 선생님이 그렇게 판단을 했어도 학생들 스스로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선생님을 설득해 같이 나가든지, 논의해서 의견이 맞는 몇몇과 함께 밖으로 나갔을 텐데 왜 한국 학생들은 저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도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듣기만 하고 적극적으로 나가자고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한국이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는 역동적인 나라이지만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하는 자율성은 마치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니시무라 아키코

니시무라 아키코2009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1학년과 유치원생인 네 아이를 키우고 있다.

소통을 통한 마음 열기

안영신 아이가 한국학교에서만 교육을 받다 보면 예절, 언어, 문화가 자연히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밖에 없게 될 텐데요. 엄마 나라의 것도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도 생길 것 같아요.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따로 하시는 게 있나요?

굴샤트 사실 조금 부끄러워요. 첫째 아이는 러시아말을 하는데 둘째 아이는 잘하지 못하거든요. 카자흐스탄을 자주 가지도 못하고, 제가 일을 하다 보니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적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집안일도 빨리빨리 처리해야 해서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는 게 더 편해졌어요. 조금 더 신경 써서 러시아말을 써야 했지 않나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1년에 두 번 봉사활동을 통해 다문화아이들을 만나 문화를 알 수 있게 하고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화도 가끔씩 하고 있고요.

아키코 아이들이 편한 대로 하고 있어요. 일일이 한국 예절은 이렇고, 일본 예절은 이렇고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해요. 애들은 아무리 부모가 교육을 한다고 해도 직접 보고 들으면서 배우는 게 더 빠르고 많잖아요. 그러니까 부모가 직접 행동으로 보이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한국에 있으니까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국어, 한국문화를 배울 테고, 일본에 가서는 일본식으로 하기도 해요.

아셀 아이들한테 더 많이 가르치고는 싶어요. 옆에 붙잡아 앉혀놓고 ‘이건 사과, 이건 포도’ 하면서 시키기보다 제가 한국말이 부족하기도 하니까 평소에 러시아말을 섞어서 쓰는 편이에요. 잘 못 알아들을 때도 많지만 결국은 자연스럽게 알아듣게 되더라고요. 카자흐스탄이나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모임이 있을 때는 되도록 함께 가고 가끔씩 러시아말로 책을 읽어주기도 해요.

안영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인권교육을 하면서 ‘이주’를 존엄한 삶의 이동이라고 정의한 게 인상 깊었어요. 세 분은 모두 이주를 하셨는데 한국이 존엄한 삶의 공간인지, 부족하다면 어떤 부분을 고쳐야 존엄한 삶의 공간이 될 수 있을지를 오늘의 마지막 질문으로 던지겠습니다.

굴샤트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도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완벽해지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겠죠. 한국사람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교류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면 충분히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겠죠.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곳이 존엄한 삶의 공간이죠.

아키코 저도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뭘 필요로 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서로 알아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도 쉬워지니까요.

안영신 그런 소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굴샤트 닫힌 마음. 마음을 닫아버리는 거요. 아이들은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에 가정교육은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한국엄마들이 다문화가족을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여준다면 아이들도 그렇게 변할 거예요. ‘피부색이 이런 아이와는 놀지 마’ 이런 구분 자체가 소통을 가로막는 닫힌 마음이죠.

마하노바 아셀

마하노바 아셀카자흐스탄 출신이며 2005년 이주했다. 초등학교 4학년과 유치원생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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