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맞대면이 많을수록 가르침도 크다

글. 이상대 교장선생님(삼정중학교)

한바탕 꽃잔치가 지나갔다. 학교가 공원을 끼고 있어 봄철 내내 꽃에 묻혀 지냈다. 목련을 시작으로 벚꽃, 복숭아꽃, 수수꽃다리, 아카시아에 이르기까지 봄꽃은 늘 차례를 이루어 핀다. 한꺼번에 피어 경합하지 않는 자연의 섭리가 참 놀랍다. 아이들도 그러할 것이다. 각각 피어나는 시기가 다를 것이니 지금 좀 늦되다고 다그칠 일이 아니다. 꽃이 그렇게 가르쳐준다.

봄꽃이 피었다 지는 동안 학교도 바빴다. 봄꽃축제, 도서실 봄행사, 우정 사진전, 전 학년 구기대회가 이 시기에 열렸다. 기간 내내 현관이며 복도에 나붙은 각종 행사 안내 포스터가 울긋불긋 꽃잔치를 방불케 했다. ‘봄꽃축제’는 1학년이 스스로 기획하고 주관하는 행사다. 꽃소식이 들려오면 국어시간을 떼어 학급별로 ‘우리 반은 어떤 행사를 할까’ 토론을 하고(이것만큼 좋은 국어수업이 있겠는가), 미술 시간에는 모둠별로 안내 포스터를 만든다. 봄꽃퀴즈쇼, 꽃놀이패, 페이스페인팅…. 행사 당일이 되면 오후 시간을 이용해 삼삼오오 학급별로 준비한 주제 부스를 돌며 ‘봄잔치’를 만끽하고 이어 공원으로 꽃구경을 나간다. 스스로 마련한 잔치이니 꽃호떡이 덜 익어도 맛있고, 퀴즈에서 탈락해도 즐겁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수 날짜와 맞물리는 바람에 이 행사를 놓쳤다. 1학년 아이들이 “교장샘께는 특별한 화전을 만들어 드릴 터이니 연수를 ‘땡땡이’ 치라”고 꼬드길 때는 진심 그러고 싶기도 했다.

‘당신이 따뜻해서 솔뫼마루(도서관)에 봄이 왔어요’라는 구호를 내건 봄맞이 책 행사도 알콩달콩했다. 도서관에 들러 방명록을 쓰거나, 책에서 발견한 좋은 구절을 옮겨서 제출하면(책에서 보물찾기) 연체도 부활시켜주고 작은 상품도 쥐여준다. 교사가 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북멘토링도 흥행을 이루었다. 점심시간에 짧게 진행하는 행사인데도 순식간에 도서관이 가득 찼다. 이런 곳에서 아이들의 착한 눈빛을 대하면 마음이 울컥해지곤 한다. 교육은 서류가 아니라 맞대면하는 순간 일어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3월 중순부터 한 달 내내 학교를 들썩거리게 한 것은 ‘학년별 구기대회’였다.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이 대회는 종목 선정이나 진행, 심판에 이르기까지 전적으로 학생자치회에서 책임을 진다. 그간 경험이 쌓여 자기들 힘만으로도 거뜬하단다. 학기 초부터 너무 들뜨지 않겠냐고 걱정했더니, 오히려 3월부터 이렇게 학급 전체가 단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서로 친해져서 왕따도 학교폭력도 없어진단다. 아닌게 아니라 살펴보니 반티 맞춰 입으랴, 단체 연습하랴, 응원하랴, 4월이 되기도 전에 벌써 일 년을 같이 지낸 것처럼 친해져 있다. 아침 7시부터 전원이 운동장에 모여 연습을 하는 반도 있다. 담임이 시켜서 될 일이 아니다. 만나는 아이마다 다들 자기 반을 응원해야 한다며 나를 얼러대곤 했는데 그런 공갈협박이야 백 번이라도 즐겁고 유쾌하다. (우리 학생자치회 자랑을 하려면이 지면으로는 턱도 없다.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학생회 7개 부서에 소속되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궁리하고 만들어낸다.)

물론 이런 일을 치르다 보면 자잘한 사고와 갈등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수습하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신뢰’ 덕분이다. 수업과 학생자치가 튼튼하고 돌봄이 그물처럼 촘촘하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무엇보다 전교생 370명의 ‘작은 학교’ 덕을 크게 봤다. 학생 수가 적어서 교사와 전 학생의 섬세한 관계망이 가능했고(물론 선생님들 고생이 많았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학생자치가 부흥했다. 작은 것의 위력이다. 현실적인 제약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지만 상상하는 일이야 까짓 내 자유이니 가끔은 허리띠 풀어놓고 삼정의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기도 한다. 바쁜 가운데 누리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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