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일반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나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의 방향과 전망

일반고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서열화에 따른 수직적 체계와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등 구조적 문제로 침체해 있던 일반고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바람이다. 일반고의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과 교육청의 지원으로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반고의 전성시대를 열기 위한 변화의 바람은 어떤 방향으로 불어야 하는지 학교 현장의 일반고 선생님들과 정책 전문가의 의견을 정리해 소개한다.

글.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이승준

지금 일반고에서는

변춘희 고등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서 고등학교 선생님 네 분과 일반고 전성시대 업무를 맡고 있는 장학관님이 모였습니다. 일반고 전성시대란 어떤 정책인지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일반고라는 말이 조금은 낯선데, 특목고와 차별화한 표현인가요?

박숙희 일반고 전성시대는 다양한 진로 희망과 소질 및 흥미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는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수업방법을 혁신함으로써 일반고를 공교육의 중심으로 바로 세우는 정책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지원에 역점을 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2013년 학교 간 협력 교육과정 거점학교 운영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교육과정 운영 체제를 도입하고, 하반기부터 시범학교를 지정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호모스토리텔리우스 같은 자유교양과정 과목을 새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선화 일반고라는 표현은 2008년 자율형사립고가 생긴 이후에 많이 사용하게 되었죠. 전기고인 학교장 전형 선발고와 달리 일반고에는 다양한 수준의 학생이 모여 있어서 수업의 어려움이 많아요. 공동체가 함께하는 교육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질적으로 높은 수업에 집중할 것인지, 담임으로서 학생들을 돌보고 정서적인 안정을 꾀하는 것이 우선인지, 진로를 잘 제시할 것인지, 어디에 역점을 두어야 할지 어려워요. 이런 고민을 하는 교사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교육청의 지원도 받고 있어요.

정애리 학교에는 전기고를 지원했다가 입시에 실패한 학생도 있고, 가고 싶었던 학교를 가지 못한 학생들이 열패감을 떨치지 못하고 고교생활을 시작하기도 해요. 한 반 안에 선행학습을 하고 온 학생과 무기력한 학생이 섞여 있어서 동시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수업을 하기가 어렵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어요. 국어는 학생의 수준에 크게 관계없이 수업이 가능하지만, 수학이나 영어는 수준 차이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워요. 두드림이라고 학습부진 학생을 지도하는 수업이 있는데 교사 한 명이 세 명을 지도하는데도 차이가 너무 심해요. 겨우 알파벳 정도만 아는 학생도 있거든요.

김승정 저는 올해 처음으로 고3 담임을 맡아서 3학년 수업만 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주로 1, 2학년 수업을 했고 3학년은 지원하는 정도였어요. 진로진학이라고 말하지만 고3이라는 특성상 진학에 뜻이 있는 학생들 위주로 수업을 하게 되거든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기도 하고 학생들도 입시 중심의 분위기예요. 대학 입시를 위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이런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 같은 것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직업학교를 선택할 기회가 있는데 이마저도 경쟁률이 높아서 가기 어렵고, 이때는 이미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래서 출석 때문에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요.

박숙희

박숙희.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정담당 장학관

입시 위주의 교육구조가 갖는 한계

변춘희 상위 10%와 하위 10%는 특별한 학생들이니까 가운데 80%를 기준으로 수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 텐데 실제는 어떤가요? 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은 얼마나 되나요?

강태욱 대개는 남학생이 수업에 더 집중을 안 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통 수능 과목의 경우 진도 중심으로 수업을 하면 20% 정도만 수업에 참여할 거예요. 주요과목이 아닌 경우는 학생활동 중심으로 수업이 가능하니까 수가 많든 적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을 할 수 있어요.

김선화 실제로 수업에 얼마나 집중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겉보기에는 여학생이 그나마 허리를 세우고 앉아서 선생님을 바라보는 비율이 남학생보다는 높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성적은 남학생, 여학생에 큰 차이는 없어요. 결국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 귀는 닫혀 있다는 거죠.

변춘희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제가 학생들에게 들은 것과 다르지 않네요. 강의방식의 수업은 학생들이 듣고만 있어야 하니까 듣기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군요.

김승정 실제로 고3 수업을 해보니까 많이 힘들어요. 1, 2학년 수업을 할 때는 어찌 됐건 수업 내용을 삶과 연결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거든요. 그럴 때는 내 수업이 학생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하나라도 더 듣게 하려고 자는 학생들을 일일이 깨워가며 수업을 해요. 그런데 시험을 위한, 삶과 유리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모든 학생을 깨워가며 수업을 들으라고 하기가 어려워요. 1, 2학년과 고3은 수업 목표가 달라요. 수업방식이 참여형이냐 전달형이냐보다 수업의 목표가 어디를 향해 있느냐가 더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는 직업을 준비하기보다 교양이나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생각이 널리 퍼지고, 동료교사와 교육청의 지지가 있어야 교사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이런 교육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강태욱

강태욱. 고대부고 교사

강태욱 저는 물리를 맡고 있는데 2학년 문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수업시간에 저는 거의 말을 안 하고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서 토론하고 발표하는 수업을 해요. 검색을 해야 하니까 수업시간에 휴대폰도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요. 정보검색능력이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기도 하고 의사소통능력 역시 중요한 역량이니까요. 그래서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업에 반영하는 거죠. 평가도 이걸 기준으로 해요. 지필평가는 30%만 반영하는데 수능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매시간이 수행이고 저는 관찰만 하고 평가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학생부에 기록할 내용도 많아져요. 제가 수업목표를 역량 강화로 정하고 목표에 맞게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수능과목이 아니어서 교사가 자유롭게 수업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변춘희 수능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수업의 변화를 모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군요. 그런 수업을 하면 물리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물리가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은 안 할 것 같아요.

김승정 수업에서 하는 것들이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해요. ‘이건 어차피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다시 보지는 않을 거야’라는 식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든 변호사를 하든 어떤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유용할 거라는 인식이 교사 내면에 내재되어 있어야 학생과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전체 학생의 90%가 보통의 정상인 학생이고, 전문대를 포함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10%의 학생이 아주 특별한 학생인데 오히려 90%에 해당하는 학생이 탈락 혹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면서 무력감을 느끼게 돼요.

김선화 먼저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부터 이루어져야 하겠죠.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의 역량인지, 자아정체성 확립이나 자아실현을 위한 내면의 역량인지 명확하게 합의를 해야 해요. 분명한 것은 수능을 준비시키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거예요. ‘모두를 위한 교육’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정애리 혼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니까 이런 걸 경험하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저희 학교는 반별로 기악을 하는데 갈등도 많지만 오히려 무기력하던 학생들이 이걸 해내고 나면 엄청 뿌듯해해요.

정애리

정애리. 누원고 교사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기 위해

변춘희 학생들이 무기력한 이유가 학교에서 신나게 뭔가를 해볼 기회가 없어서군요. 공부를 못해도 신나는 경험을 학교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은 고등학교는 입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들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데 학교나 수업에서 어떤 변화가 있나요?

강태욱 일반고에서 정규교과 이외의 뭔가를 할 수 있는 예산이 없었거든요. 예전에는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을 위한 프로그램만 있었는데 평범한 학생들을 위한 것들이 많아졌어요. 교사들이 마음은 있어도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니까 시도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경제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볼 수 있어요. 학생들도 자율동아리를 만들어서 하고 싶은 활동을 실제로 하고 있어요. 학교축제에 참가하는 팀도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상설동아리 몇 팀이 고작이었는데 일반 동아리 참여가 많아졌고, 선생님이 독려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있어요. 장기 무단결석하던 학생이 동아리 활동하는 날에는 학교에 와요. 진로탐색동아리였는데 그 친구도 나름 미래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던 거죠. 청소년기도 인생의 한 부분이잖아요. 자기 삶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볼 기회가 생긴 거예요.

정애리 요즘은 대학을 수시로 많이 가니까 생활기록부 기록을 위한 활동도 많아요. 그 덕분에 교사들의 토론문화가 형성되고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수업활동을 할 때도 의미 있는 활동을 고민하게 돼요. 원래도 선생님들끼리 수업연구를 하고 있었지만 수업에 대해 고민을 나누는 활동을 교육청이 부추기고 지지해주니까 더 좋아요. 교사들이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을 많이 할수록 학생들에게 그만큼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으니까요.

박숙희 혁신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 같은 고민을 하는 교사들이 모여서 같이 이야기해보고 고민을 나누면서 답을 찾는 거잖아요. 교원학습공동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요. 교육의 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죠.

김선화

김선화. 가락고 교사

김선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교육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같아요. 사업의 이름만 다를 뿐 교육의 변화를 위한 공통된 노력이죠.

변춘희 흔히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곤 하는데, 아주 어려운 질문이더라고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딸 아이에게 예술고에 지원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 결정하는 게 싫다면서 자기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더 알아보고 싶다는 거예요. 십대에 평생 할 일을 결정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 아닐까요?

강태욱 ‘나는 왜 꿈이 없을까?’라고 생각한다는 건 이미 꿈을 고민하는 거예요. 학생이 “저는 꿈이 없어요”라고 한다면 좋아하는 게 뭔지, 해보고 싶은 건 없는지 물으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어요. 가장 큰 문제는 꿈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거예요.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직접 만나 본 사람 중에서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 꿈을 이룬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학교에서 보여주는 진로 인터뷰 영상만 봐도 너무 먼 이야기예요. 일단 대학을 가기 위해서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하거든요. ‘난 저렇게 못할 거야’라며 포기하게 되는 거죠. 언론에서 본 사람들은 너무나 대단해서 본인과 견주지도 못해요.

김선화 경험이 너무 부족해요. 부모, 형제, 가깝게 지내는 친척들의 직업 이외에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요. 그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학교와 학원에 오가는 것 말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요. 꿈을 꿀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조차 조성돼 있지 않은 거죠. 학생들에게 물으면 태반이 꿈이 없다고 해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아요. 아이들에게 직업 선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갔을 때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서 스스로 설 수 있게 준비하는 교육이 중요해요.

김승정

김승정. 잠실고 교사

변춘희 오늘 이렇게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하려는 변화의 노력이 느껴지는데요.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시간을 너무 많이 들여야 하지 않나요?

정애리 저희 학교는 학급 수가 적어서 교사 수도 적어요. 한 사람이 맡는 업무가 많죠. 방과 후 수업도 하고 학습부진 학생 수업도 하고 체험활동도 기획하려니까 바쁘기는 해요.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김선화 힘들어도 학생들 앞에 교사로 설 때가 제일 뿌듯해요. 이번에 학교에서 테마여행을 기획하면서 주도적이지 않은 교사는 없다는 걸 확인했어요. 단지 시스템이나 상황 속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예요. 다양한 형태로 동기가 유발되면 결국 교사들도 뿌듯함을 느껴요. 힘들어도 행복해요. 그래서 버티는 거예요.

강태욱 학창시절이 인생의 한 부분으로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부도 마찬가지고요. 미래를 위해 학창시절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순간의 인생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 어떻게 풍요롭게 살아갈 것인가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변춘희 학생들의 처지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상위 10%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을 바꿀 수 있겠군요. 학생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이 학교인 만큼 학부모들도 학교를 평가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교육에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고등학교 3년을 보내면서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학교에 보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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