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교육이 아닌 것을 교육이라 하지 말자

글.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

필자가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문제와 연을 맺게 된 것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죽음 때문이었다. 2014년 1월 한 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학생이 자살했다. 자살하기 며칠 전,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당하고 뺨까지 맞았다. 용기를 내어 신고하고 실습을 중단하기로 결심했지만, 그 뒤 벌어질 상황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다. 전자·기계를 전공하고 미디어 계통 일을 하고 싶던 그가 모욕을 참아가며 하던 일은 육가공품 포장이었다. 2017년 1월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실적 압박, 저임금, 감정노동에 시달리다 자살한 현장실습생도 마찬가지다. 원래 전공은 애완동물학과.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고객들과 상담하는 ‘해지방어부서’에서 무엇을 실습했다는 것일까?

2014년 직접 참여한 현장실습 실태조사에서 어느 누구도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현장실습’이라 부르지 않았다. ‘취업’이었다. 교육청 장학사만 “그래도 현장실습은 교육”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마저도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기업들은 싼 노동력으로 이윤 추구의 목적이 강하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싼 노동력 찾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시인했다. 실습이 아닌 것을 실습이라고 부르지만 않는다면, 사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굳이 폐지할 필요조차 없다. 대부분 파견 실습은 이미 ‘실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장실습 없이 어떻게 직업 교육을 하느냐”며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에 반대한다. 그런데 정말 현장실습이 직업 교육에 필수적이라면 더 걱정이다. 이미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현장실습’이 아니고, 이미 많은 특성화고에서 현장실습 없이 직업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고에서 용접을 전공하고 현장실습에 나선 A씨는 현장에서 기량을 쌓고 싶었다. 학교에서도 추천했고, 용접 업무도 있는 곳이기에 기대가 컸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10개월 동안 일하면서 용접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 취업으로 치면 A씨의 경우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취업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산업현장에서 적용하고 다양한 직업체험을 통해 현장적응력을 기른다’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의미는 전혀 없다. 누군가는 노동현장이 문제라고 한다. 어차피 졸업하면 취업할 거, 몇 달 일찍 학교에서 취업처를 알아주기까지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도 한다. 서울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B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일한 돈 안 받아도 되니까 내일부터 안 나오면 안 되겠냐?”고 2시간에 걸쳐 울면서 호소하는 그에게 팀장은 “네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다. 이달은 무조건 채워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원할 때 일을 그만둘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담임선생님에게 ‘이달까지는 버텨야 돼~’라는 문자를 받으며, ‘고등학생’ 꼬리표를 달고 일하는 게 정말 좋은 취업으로 가는 길일까? 지금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 노동자들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교육이 아닌 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것에서 직업교육의 개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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