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새 정부의 교육공약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부모가 주목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새 정부의 여러 청사진 가운데 학부모들의 관심은 자연히 교육정책에 쏠린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부터 ‘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까지, 유치원과 초·중·고 그리고 대학에 이르는 연령·학교별 공약 등 총 13개의 공약 중 어떤 공약이 학부모들에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을까? 서울 학부모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확인해보자.

인터뷰. 김지영(<지금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교육은 경쟁의 수단이 아닌 모두의 권리

김지영 오늘 수다의 주제는 학부모가 주목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이에요. 주제가 조금은 방대하고 무겁다 보니 학부모단체를 대표하시는 분들을 모시게 됐어요. 토론자로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받고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김연혜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인 만큼 부담스럽기는 했어요. 교육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그동안 너무나 등한시했던 것 같아요. 최근 몇 년간 혁신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 학부모들도 충분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느꼈어요.

유현경 학부모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단체로서 이야기할 기회는 많았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하는 자리라는 점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김지영 오늘 이 자리에 모이기 전에 435명의 서울 학부모를 대상으로 새 정부의 교육공약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13가지 교육공약 중에서 ‘대입제도 단순화 및 전형 간소화 등 중장기적인 대입제도 개편’ ,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및 진로·적성 맞춤형 고교 학점제 추진’ ,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 확대 등 교실혁명으로 공교육 혁신 및 사교육비 경감’ 순으로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었어요.

강혜승 먼저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해요. 아무리 혁신학교를 늘리고,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고등학교에 가서는 입시에 매달리기 때문에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수능을 자격고사화해서 대학의 문턱은 낮추고, 졸업의 문을 좁히는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는 건 어떨까 싶어요. 대학은 학문을 추구하는 곳이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을 쌓는 곳이 아니잖아요.

유현경 현재의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경쟁중심의 교육이에요. 지금의 교육이 앞으로 아이들이 더불어 사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인지 학부모로서 고민이 돼요. 근본적으로 교육의 철학이 바뀌어야 해요. 교육선진국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경쟁중심의 교육에서 교육철학을 바꾸면서 입시제도가 변했어요. 이런 근본적인 고민이 이번 정부에 필요해요. 평등교육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함께 협력하는 교육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고민해야 해요. 교육이 출세나 경쟁의 수단이 아니라 모두가 누리는 권리가 될 때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함께 상생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강혜승

강혜승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과 독산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자녀는 대학교 3학년,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은?

김지영 교육 불평등이 사라지려면 가장 먼저 대학입시가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보다는 진보교육감 시대가 되면서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확대 등 우리 교육을 바꾸려는 많은 움직임이 있는데 이쪽에 희망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중학생 자녀를 두고 계신 박인숙, 유현경 대표님이 느끼는 학교 혁신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요.

박인숙 긍정적인 변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선생님이 바뀌면서 아이들이 바뀌었고, 이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학부모들의 생각도 바뀌었어요. 먼저, 선생님이 바뀌면서 교실이 달라졌어요. 함께 하는 교실이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예요.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해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내고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옮고 그름이 아니라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다양함을 배우는 교실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봤어요. 혹시나 아이가 마치 공부하는 기계처럼 살지 않을까 걱정했던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웃으면서 학교에 다닌다고 만족스러워해요. 간혹 학부모 중에는 성적이 우수한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하는 엄마가 있어요. 어차피 세상은 내 아이 혼자서만 사는 곳이 아니잖아요. 성적이 뛰어난 아이가 손해를 보는 게 아니라, 앞에서 평범한 친구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하면서 리더십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유현경 학교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고, 기존의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쌓아온 혁신의 성과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혁신학교의 공통적인 고민이에요. 새로 온 선생님 중에는 혁신학교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분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아이들도 학교가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느껴요. 그동안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서 만들어왔던 혁신의 성과를 어떻게 이어가고, 전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지원과 보완조치가 필요해요. 교사의 의지나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동안의 성과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보호해줄 제도적, 정책적 틀이 마련되어야 해요.

유현경

유현경중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오류중학교 학부모회장과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남부 지회장을 맡고 있다.

김연혜 일반 학교에서도 변화가 느껴지고 있어요. 동영상이나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생동감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몇몇 선생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요.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도 수업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여요.

김지영 학부모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더 큰 것 같네요. 하지만 역시 입시라는 관문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혁신학교든 일반학교든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은 정말 많이 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탄받고 있는 외고나 국제고, 자사고의 문제를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강혜승 특권학교들은 결국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통로 역할만 할 뿐이에요. 일반학교로의 전환 없이 입시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교육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가 공약대로 외고 등 특권학교를 일반학교로 전환하는 데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해요.

유현경 교육은 공공의 권리인데 교육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에요. 공동체에서 서로 협력하는 교육은 경쟁교육 중심의 특권학교에서는 절대 할 수 없어요. 특권학교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과정을 무너뜨리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거죠. 특권학교에 대해서는 이번 정부가 과감한 판단을 내렸으면 해요.

박인숙 특권학교가 생기기 전까지는 다 같은 일반학교였어요. 한 학교 안에 명문대 혹은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 모두 함께였죠. 그런데 입시성적에 따라 학교에 서열이 생기고 난 후부터는 특권학교의 학생들만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시스템이 돼버리면서 엘리트주의가 더 심해졌어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엘리트주의 역시 이런 상황과 관련이 없지 않아요. 일부 엘리트만을 위한 학교는 존재해서는 안 돼요.

박인숙

박인숙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아이의 학부모이면서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학부모로서 새 정부에 바란다!

김지영 우리가 오늘 다루지 않은 공약도 열 가지나 돼요. 세 분도 사전 설문에 모두 응하셨는데, 순위에 들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더 관심이 가는 공약이나 공약에는 없었지만 제안하고 싶은 교육정책이 있으신가요?

강혜승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유명무실한 사립학교법 개정도 필요해요. 일부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전횡을 일삼고 있지만, 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자 선생님을 오히려 탄압하는 등 재단에 의해 학교가 좌지우지되고 있어요.

박인숙 저는 국공립대 통폐합에 관심이 가요. 몇 년 전부터 사립대학들이 취업률이 낮거나 인기가 없는 학과를 점차 없애면서 문과대학은 일부 학과만 겨우 유지되는 게 현실이에요. 국공립대학은 순수학문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 누구나 갈 수 있도록 학과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순수문학, 순수과학, 순수예술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현경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학생이에요. 학교는 학생이 즐겁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해요. 대다수의 학교가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한 학교생활규정을 갖추지 않고 있고 아직도 억압적인 두발 규정이나 상벌점제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개성을 실현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도 어려워요. 학생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끔 정부 차원의 학생인권법 제정을 건의하고 싶어요.

김연혜 저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라서 그런지 초등학교 사교육이 없었으면 해요. 선행학습을 위해 아이들을 사교육에 맡기는 것은 잘못된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울 것을 미리 배우기 위해 학원을 가는 현재의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해요.

김연혜

김연혜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학부모네트워크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지영 끝으로 문재인 정부에 학부모로서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오늘의 수다를 정리할게요.

박인숙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이끌어갈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정책을 이어나가주시길 바랍니다.

강혜승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서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정책을 이어나가는 교육체제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유현경 기본 중의 기본, 약속을 지키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약속을 지키라는 것인데, 아이들이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대통령부터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학생을 미래의 주인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살고 있는 시민, 국민으로 대우를 해줬으면 해요.

김연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잖아요.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교육정책을 구상했으면 해요.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길게, 백 년을 바라보고 교육정책을 펼쳐주세요.

김지영 오늘 수다에 앞서 진행한 설문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해주셨고, 기타 의견도 정말 많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다루기 어렵거나 지면의 제약으로 다 담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네 분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우리 교육의 혁신을 위해서 열심히 뛰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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