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내일을 만들어가는 미래교육을 이야기하다

서울미래교육 상상

지난해 알파고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진 이후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의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래기술에 적응하고 이에 걸맞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과연 미래교육의 본질일까? 지난 7월 5일 교사, 전문가, 작가가 모여 서울미래교육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현장에서 오고 간 생생한 의견을 정리했다.

글.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이승준

미래사회 우리의 교육은?

변춘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을 풍요롭게 할 거라는 기대와 더불어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열망이 커지고 있고,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오디세이학교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미래교육을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늘 미래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다섯 분을 모셨습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은상 창덕여자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래교육과 미래학교의 실체가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3년 전부터 미래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한 경험을 나누려고 왔습니다.

김유상 서울시교육청에서 미래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새 정부에 교육정책을 건의할 때 미래학교 사례를 실었습니다. 미래학교는 하드웨어적인 지원뿐 아니라 교육과정의 재구성과 교수학습방법의 변화를 같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준호 논픽션 작가로 활동하면서 최근에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을 썼어요. 4차 산업시대에 일자리 문제와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는데, 그 인연으로 초대받은 것 같아요. 안산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며 살고, 세월호 기록단에도 참여했습니다.

정용주 초등학교 교사이고, 지금은 연구교사로 서울시교육청에 파견 근무 중입니다.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이기도 한데, 4차 산업혁명을 특집으로 다룰 때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 7월 ‘서울 미래교육을 상상하다’에서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잇달아 여러 학술대회에 참가하고 있어요.

정병오 오디세이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오디세이학교는 중3과 고1 사이에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고민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과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도시형대안학교를 10년 이상 해오신 분들의 경험에서 공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시행해보고 있습니다.

김유상

김유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변춘희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잖아요. 현재 배운 것으로 미래를 살 거라고 누구나 생각하는데 굳이 미래교육이라는 담론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해서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미인가요?

이은상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전에서 인간이 기계에 지면서 한국사회에 충격을 줬잖아요. 4차 산업시대에 교육의 변곡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이전부터 있었어요.

김유상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는데 교육이 그에 부응하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미래에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인재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학생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과 인성을 키워 자기 몫을 다하면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려는 겁니다.

정용주 산업화의 흐름에서 국가가 나름의 방향과 안전망을 구축해줘야 하죠. 전에는 산업 4.0만 이야기했어요. 치열하게 경쟁해야 살아남는다고 하면서 진로교육에 치중하거나 다 창업자가 되라고 하는 거죠. 직장에 소속되지 않고 창의적인 사고만 할 수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데 둘 다 위험한 거죠.
외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같은 내용은 대학교에서 하는 이야기예요. 교육과정이 산업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는 대학교에서 이야기해요. 대학교는 취업과 연결되고 연구를 하는 곳이니까요. 고등학교까지는 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게 교육목표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담론은 막아야 해요. 이제는 산업 4.0을 이야기할 때 기본소득 같은 노동 4.0을 함께 얘기하거든요. 산업혁명 담론을 막는다는 건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는 거죠.
내가 어떤 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고 좌절해도 기본적으로 살 수는 있고, 국가가 먹여 살려줄 것이라는 안전한 바탕에서 내가 무엇에 도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초중고등학교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면서 진로 얘기하고 창업 얘기를 해요.

이은상

이은상. 창덕여자중학교 교사

바뀌지 않는 교육의 본질

변춘희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해주시겠어요? 4차 산업혁명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이 무엇인지도 얘기해주세요.

오준호 기술변화에 따른 변곡점들을 찾아 이름을 붙인 거죠. 증기기관으로 인한 산업화를 1차 산업혁명이라 하고, 전기화학, 기계공업으로 대변되는 19세기 2차 산업혁명이 있었죠. 컴퓨터 도입으로 인한 자동화 혁명이 있었다면 지금은 인간이 기계를 조작하는 시대를 넘어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고 기계가 기계를 조작하는 시대로 가고 있지요. 사이버세계와 물리환경이 통합된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시대를 맞이하고 있어요. 기술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변화가 빠르고 역동적이에요. 예측이 불가하니까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뭔가 대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거죠.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정용주 덴마크에 이런 말이 있어요. ‘학생은 교육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통해 성장한다.’ 사회에서 교육만 쏙 빼서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4차 산업시대를 이야기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능력주의예요. 또 하나는 3차 산업시대에는 전공과 일치하는 취업을 했고 대학을 나와서 안정적인 직장에 있었던 것처럼 얘기하잖아요.
미래가 어떨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면 역으로 질문하는 방법이 있어요.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가?’라고요. 능력이 좀 없어도, 창의적이지 않아도, 공부하기 싫어도 기본적으로 벌거벗은 채로 내쫓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죠. 진보, 보수를 떠나서 대부분의 4차 산업 관련 경제 저서에서는 대량 실업을 얘기해요. 그렇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해요.

정용주

정용주. 서울시교육청 연구교사

변춘희 미래가 예측이 안 되고 대량실업에 대한 공포 때문에 불안해하는 거군요. 지금 인구절벽시대를 걱정하잖아요. 일자리가 없는 시대에 인구절벽은 오히려 해결책일 텐데,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이유는 생산자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도 덩달아 줄어드는 걸 걱정하는 거잖아요. 소비의 주체가 없어지면 결국 생산의 의미가 없어지니까요.
이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렇게 낙관해도 되겠지요?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은 학생들 입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겨야 한다는 압박이잖아요. 학교현장은 어떤가요?

이은상 4차 산업시대의 교육이 미래교육과 동일어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어요. 저를 비롯한 교사들은 학교가 일자리에 맞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대부분 교사는 온전한 인간, 바람직한 인간을 위한 교육을 하고 계시거든요. 저희 학교도 미래학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직업인을 양성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배움이 즐겁고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런 대화가 오가는 곳이죠. 학생들 역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보다도 현재 입시제도에서 나는 어떤 학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이 훨씬 더 커요.
저희는 일반 공립학교인데요, 교육과정혁신, 학교문화혁신, 학습환경혁신이라는 세 가지 혁신을 실천하고 있어요. 교육과정에서는 자유학기제를 변형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와서 적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학습을 수행하기 위한 기초적인 역량과 정보통신기기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기초소양을 갖추고, 윤리와 의사소통을 다루는 수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블록타임 수업도 매일 두 시간씩 하고, 격주로 프로젝트 수업과 융합수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사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기존 교과 이외 짝토론이나 정보수업을 2년 전부터 하고 있고요. 국어과와 음악과가 협력해서 전문가 선생님을 모셔 뮤지컬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오후에는 예술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음향과 무대도 만들고 연극도 직접 해요. 6학기 모두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살려 수업을 하고 있어요.

정병오 오디세이학교의 핵심가치는 여유와 성찰이에요. 교육과정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교육과정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주당 2시간에서 6시간 정도 가지고 있어요. 인터넷을 통해 배울 수도 있지만 성찰을 도와주면서 같이 질문하는 시간은 교사가 있어야 가능하죠.
배움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배움을 연결해주면서 배우는 힘,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까지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었는데 이제는 진로도 찾아야 하는 거예요. 진로를 찾기도 힘든데 찾아도 성적 때문에 안 되는 학생들이 많아요. 진로를 찾았는데 일반학교에서는 실현할 수가 없어서 오디세이학교로 왔다는 학생들이 있어요. 오디세이 교육과정을 하고 나면 진로를 이미 찾았던 학생들 대부분 진로가 바뀝니다. 다른 상상을 해보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거죠. 진로가 없었던 친구들은 구체적으로 진로를 정하지는 않아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끼고, 뭔가를 기획해본 경험, 함께 해본 경험, 표현해본 경험을 가지고 학교로 돌아가거든요.
일반학교 학생들은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입시를 준비하는데 오디세이 학생들은 대학을 꼭 안 가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고 싶은 걸 위해서 수능도 준비하고 내신도 관리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훨씬 덜하다고 해요. 자신을 돌아보는 힘을 가지면 삶의 여유를 갖게 돼요. 성찰하는 힘이 미래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준호

오준호.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

미래는 만들어가는 것

변춘희 서울미래교육은 경쟁과 능력 중심이 아닌 혁신미래교육이지요?

정용주 미래사회를 얘기할 때 초연결 사회, 기계와 인간의 공진사회라고 하잖아요. 독일의 경우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는데 분권화예요. 한쪽이 무너져도 다른 쪽은 살아남는 구조이죠. 이상화된 교육과정이 있고 이를 잘 전달하기 위해 학교에 배포하고 교사들은 좋은 기법을 활용해서 학생을 평가하고 있는데 이럴 때 교육과정 구성 권한이 교사에게 없으면 그냥 프로그램만 소비하고 기법만 발달하게 됩니다.
덴마크에서는 교사에게 수업자율권을 주기 때문에 교수법에 별로 주목하지 않아요. 우리는 남과 다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담론이 많다 보니까 교사 담론이 주로 수업 담론이에요. 어떤 기계를 활용하고 어떤 교수학습 자료를 투입해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죠. 문제가 주어져 있고 이걸 해결하는 게 문제해결 학습이 아니에요. 문제를 진단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문제를 발견하는 거죠.
교육과정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뭔가를 계획해서 학생들이랑 해야겠다는 담론이 발달하면 책임의식도 발달하게 되죠. 내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피드백도 중요해요.

오준호 취업을 이상화하고 실업에 대한 공포를 가지는 건 근대산업사회의 문화거든요. 4차 산업사회의 기술과 풍요를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까요? 기술 지원을 받아서 사람들이 풍족하게 살 수 있는데도 실업의 공포와 취업의 경쟁에 사로잡혀 있죠. 기본소득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일자리가 나뉘는 사회에서는 취업의 공포는 사라질 거예요.
교육에서 진행하는 것이 이런 미래를 만들 거라고 기대합니다. 적응의 관점이 아니라 어떤 미래를 디자인할지 디자인의 관점에서 교육이 진행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거죠.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학교를 즐겁게 다녔으면 좋겠어요.

정병오 미래 4차 산업혁명은 예측 불가능성이 크잖아요. 그전에는 어느정도 예측 가능했어요. 이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한편으로는 불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회죠. 생각하는 힘, 반성할 줄 아는 힘, 협업할 줄 아는 힘이라든지 교육 본연의 힘을 키워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는 인간으로 키울 수 있어요.
이전에는 이상을 추구하면 현실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앞선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걸 부모들이 느끼기 시작했어요. 교육이 본연의 힘과 내면의 힘을 기를 기회이기도 하죠.

정병오

정병오. 오디세이학교 운영지원센터장

정용주 조희연 교육감은 미래교육은 혁신교육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고 합니다. 협력이 중요한 가치고요. 학교자율 운영체제를 강화하고 교과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적인 프로젝트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전통적으로 교육에서 사람의 능력은 혼자 공부해서 습득한 양을 측정한 것이라고 봤잖아요. 그러니까 가림판으로 서로 가리고 남의 것을 보면 안 되고 어떤 기계의 도움도 없이 혼자 얻은 결과를 지능이라고 봤죠.
외국에서는 평가시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게 할 것인가, 평가시간에 협력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어요.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증강된 능력을 그 사람의 능력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학교에 공영인터넷을 깔아주고 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제공하고 어디서나 누구나 장소에 상관없이 자료에 접속하는 데 장애를 없애주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죠. 와이파이 기계를 지원하고 지역의 편차를 없애는 역할도 교육청이 해야 하고요.

이은상 기계를 하나 들여오는 것이 미래교육은 아니잖아요.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첨단 기술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가치를 창출할지 과제가 또 있어요.

정병오 지금은 즐겁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스트레스이고 일이죠. 오준호 작가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기본소득이나 사회 안전망이 구축된다면 재밌게 공부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오준호 미래가 정해져 있고 적응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오해예요. 로봇을 수단으로 미래 사회를 멋지게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하는 관점이죠. 어느 때보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변춘희 교육에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 생태적인 교육환경,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처럼 내재적으로 발전시켜온 담론들이 있잖아요. 상상했던 미래가 있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질문하고 같이 만들어가면 된다니 희망적이네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