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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놀이터가 좋은 놀이터일까요?

어린이 놀이터 다시 생각하기

지난 6월 17일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 다채로운 디자인의 놀이터를 만든, 놀이터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이다. 귄터 벨치히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바로 서울의 한 초등학교 놀이터였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놀이터는 어떤 곳이었을까?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뙤약볕이 내리쬐던 6월의 어느 주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몇몇 아이가 모여 야구를 하는 모습의 한가로운 주말 낮 학교 풍경이다. 운동장에는 각종 놀이기구가 하나로 연결된 조합놀이대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한쪽에는 병설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조합놀이대가 하나 더 마련되어 있다. 그 주변에는 작은 정원과 나무 주위에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쉼터도 자리하고 있다. 공간도 넓고, 시설도 다양하게 잘 갖춰져 있어 아이들이 뛰놀기 좋은 학교 놀이터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귄터 벨치히의 생각은 달랐다.

학교 정문에 들어선 귄터 벨치히는 곧장 놀이터가 아닌 정원으로 향했다. 그가 생각하는 놀이터는 바로 그곳이었다. “놀이터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아이들이 어디로 지나다니고, 어느 곳에서 주로 노는지 알아보기 위해 발자국 등 흔적을 찾습니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뛰어논 흔적이 많이 남아 있네요. 아이들이 이 정원에서 뛰어노는 이유는 연못과 풀, 나무 그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조합놀이대보다 이렇게 자연을 느끼며 놀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야 합니다.”

서울 어느 학교보다 놀이 공간이 잘 갖춰져 있는 듯해 보였지만, 귄터 벨치히의 눈에는 위험천만하고 문제점투성이인 놀이터였다. 이어 그는 놀이터 공간의 경계를 안팎으로 나누는 작은 턱을 지적했다. 눈에 잘 띄지 않아 아이들이 걸려 넘어질 수 있고, 놀이터 안의 고운 모래가 밖으로 쓸려나가지 못하게 하는 기능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신 턱을 없애고 놀이터 안의 땅을 완만하게 경사진 형태로 조성했다면 그 기능은 물론이고 더 안전한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조합놀이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그늘 하나 없는 공간도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야구를 구경하던 아이들은 높은 곳에서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조합놀이대가 아닌 나무 그늘 밑에 모여 앉아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놀던 아이들 무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늘 아래서 쉴 수 있도록 나무 기둥을 둘러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 또한 문제였다. 귄터 벨치히는 의자에 앉은 아이들이 모두 바깥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며 소통할 수 없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조합놀이대 역시 기구의 개수는 많지만, 아이들이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철봉은 놀이기구가 아닌 운동기구입니다. 실제로 과거에 군인과 노동자들이 체력을 단련하는 데 사용했던 기구입니다. 이 조합놀이대에서 아이들이 그저 오르내리는 것 말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놀이가 뭐가 있을까요?”

귄터 벨치히는 지금까지 우리가 놀이터를 바라보던 시선, 개념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놀이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의 놀이터는 실제 뛰노는 아이들의 눈높이가 아닌, 철저히 어른들의 시각으로 만들어놓은 공간에 불과했다. 그의 마지막 말에서 놀이터 변화의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흔히 놀이터를 만드는 일은 건축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놀이터는 사회학, 인류학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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