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스스로 배우는 미래의 놀이터를 이야기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보다

“놀이터를 바꿔야 학교 그리고 교육이 바뀐다.” 지난 6월 17일 놀이터 디자이너와 선생님, 학부모, 교육감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오지연 주무관의 사회로 학교 놀이터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대담회가 열렸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놀이터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대담회 현장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정리해 소개한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학교 밖 공간을 생각하는 첫걸음

오지연 대담회 시작에 앞서 참석해주신 다섯 분의 소개와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취지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학교 공간에 디자인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님,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 선생님,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총괄 디자이너 편해문 선생님, <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이자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 상상’의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 안영신 위원님, 초등학교 놀이터에 대한 열정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노력해오신 정릉초 한희정 선생님, 이렇게 다섯 분을 모시고 ‘놀이터의 혁신 없이는 학교의 혁신은 없다’를 주제로 ‘놀이터를 바꿔야 학교가 바뀐다’ 대담회를 열게 됐습니다.

조희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제가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멀리서 한국을 찾아주신 귄터 벨치히 선생님께 대표로 환영의 인사를 전합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놀이터의 재구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오늘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편해문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학교 밖 공간인 운동장과 놀이터에 대해 처음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자리라는 점에서 아주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학교 공간 디자인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계신 교육감님,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님,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 선생님 등 다양한 분들과 만나 우리 놀이터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그 첫걸음을 떼어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학교나 유치원에 있는 놀이터는 오랫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것이 아닙니다. 놀이터를 조금만 바꾸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움과 학습의 교육환경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환경을 함께 생각한다면 학교가 더 균형 있고 조화로운 공간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담회에 앞서 귄터 벨치히 선생님과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놀이터를 둘러봤습니다. 먼저, 귄터 벨치히 선생님께 서울 학교의 놀이터에 대한 인상을 들어보겠습니다.

조희연

조희연

귄터 벨치히 저는 산업디자이너입니다. 산업디자이너로 물건을 디자인해오다 디자이너로서 세상을 더 좋게 변화시키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40년 동안 어린이 놀이터를 설계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2,000년, 미국은 2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죠. 한국에 와서 많은 역사적인 고전 건축물을 봤습니다. 학교시스템이 없었던 그때 손으로 그 훌륭한 건축물들을 만드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학교에서는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는 조금 달리 생각해서, 학교는 생각하는 것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웁니다. 아이들은 편견이 없고, 즉흥적이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6세까지의 뇌 발달과 배움이 그 이후 평생 배우는 것보다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 천재로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아이들을 학교에서 교육하면서 바보로 만드는 건 아닐까요? 우리는 잘하는 걸 더 잘하도록 배워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잘하지 못하는 걸 평균 수준에 이르도록 배우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선생님은 ‘아이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에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거죠. 아이들을 조련하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배우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하는 것이 바로 놀이입니다. 놀이에는 시간과 자기결정권이 필요합니다.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것, 그게 바로 놀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학교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요성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최소한 수업시간만큼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우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서 놀고 배울까요? 바로 학교 놀이터입니다. 그런데 현재 학교 놀이터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끊임없이 지켜보고 통제하는, 마치 감옥의 운동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은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곳이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모님들의 두려움과 걱정입니다. 이 두려움과 걱정은 선생님에게 전달되고, 다시 아이들에게 전달됩니다. 이 지구 전체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을까요? 저는 그 공간이 학교 놀이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귄터 벨치히

귄터 벨치히 / 독일 태생으로 산업디자이너를 거쳐 현재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안전과 놀이 확대의 딜레마

한희정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아요. 이전에 기존의 교육관행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해오던 혁신학교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놀이시간을 주기 위해 중간 놀이시간 30분을 확보하고, 점심시간을 1시간으로 늘렸어요. 그러나 실제로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지 않았어요. 만일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이 담임 선생님에게 돌아오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밖에 나가 노는 경우는 선생님이 의무감을 갖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때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다가 얼굴을 긁히는 사고가 일어났어요. 사고 처리 다음 날부터 놀이터에 빨간 테이프를 친친 감고 출입을 막았어요. 학부모 민원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또 사고가 날까 봐 두려워서 그렇게 한 거죠. 이런 현실에서는 놀이시간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어요. 모든 책임이 교사에게 돌아오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교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안영신 아까 학교 놀이터가 감옥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인권교육을 하면서 학교는 감옥이고, 선생님은 교도관이라고 말하는 학생을 만난 적도 있어요. 교사나 관리자의 잘못이 아니라 교육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안전문제의 책임을 교사나 관리자에게 묻는 구조에서는 학교가 통제와 감시의 공간이 될 수밖에 없어요. 안전을 이유로 모든 행동을 통제하면 아이들은 자기결정권을 잃게 되고, 학교 놀이터는 상상력을 길러주는 공간이 되지 못해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의 모든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귄터 벨치히 1977년부터 독일의 놀이터 안전기준이 마련되기 시작한 이래 40년 동안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안전한 놀이터가 가장 위험한 놀이터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안전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심심하고 재미없는 곳입니다.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딴짓을 하다가 떨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떨어져봐야 떨어지지 않는 방법을 모색하는 법입니다.
놀이터의 안전기준을 만들고 조사하는 과정은 대부분 의례적이거나 관료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놀이터를 설계할 때부터 안전기준을 만들고 검사하는 관리자와 함께합니다. 그렇게 안전기준 담당자와 협업한다면 안전문제의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이 위험에 대해 선생님들이 부담을 갖고 계시는데, 교육청, 학교가 아닌 제3의 중립기구에 안전검사를 맡기는 것도 교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보험사의 사고기록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문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한희정

한희정 / 서울정릉초등학교 교사로 초등학교 놀이터의 변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희정 교사가 느끼는 부담은 놀이터의 안전기준 충족 여부가 아니라 권위주의적인 학교문화 속에서 갖는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됩니다. 관리자는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오로지 교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조 때문에 피해의식과 두려움을 느끼는 거죠. 통제 중심의 학교 문화가 교사도 학생을 통제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안영신 지금의 학교에서는 비단 놀이터뿐만 아니라 바로 옆 교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복도 통행도 자유롭지 못해요. 권리를 줘야 책임이 생기는 것인데,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학생들에게 놀 권리가 제대로 주어진 적이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요? 이런 현실이 교사나 관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조희연 우리의 경우 안전이 최우선시되어 사고가 나면 교사나 교장이 책임지게 되어 있습니다. 안전과 놀이 확대의 딜레마에 봉착해 있는 상황입니다. 독일은 어떤지 궁금하군요. 독일은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나요? 또, 다치기 쉬운 기구 중심의 놀이터에서 탈기구적 놀이터로 변화하면 안전문제 발생이 줄어들까요?

귄터 벨치히 독일은 지역을 나누어서 안전담당관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이 학교, 병원, 놀이터, 어린이집 등의 모든 안전문제를 책임집니다. 안전담당관은 일 년에 한 번 혹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안전을 점검하고, 교장 등 관리자에게 위험요소를 제거하도록 권고합니다. 권고에도 불구하고 위험요소가 제거되지 않으면 교장에게 책임이 있고, 만일 교장이 학교의 시설관리자에게 위험요소 제거를 요구했음에도 제거되지 않았다면 책임은 시설관리자에게 돌아갑니다. 어떤 경우에도 학교에서 일어난 안전문제에 대해 교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독일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전체 학교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독일의 경우 놀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새로운 시도가 시작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입니다. 먼저, 교사가 선두에 서서 놀이터의 변화를 꾀했고, 1~2년이 지나 자리를 잡은 후에 학부모교육부터 시작해 학부모 참여까지 확대됐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기준이 아니고 놀이기준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놀지, 언제 놀지, 어디서 놀지 그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학교 놀이터는 어떤 모습을 해야 할까요? 학교 놀이터는 지금과 같이 크고 넓은 광장 형태가 아니라 작은 공간이 곳곳에 자리한 곳이어야 합니다. 나이, 학급, 성별로 나누어 노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관심에 따라 작은 공간에서 어울려 놀 수 있어야 합니다. 관심에 따라 어울려 노는 작은 공간에서는 아이들 사이에 일종의 리더가 만들어집니다. 이 리더가 다른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는지 알려주게 되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가 생기면서 소통하며 관계가 형성됩니다.
독일에서 한 놀이터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기구를 만드는 데 7년이 걸린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터에 적응하고 스스로 놀이법을 배우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학교 놀이터에서 1년 동안 먼저 놀았던 ‘선배’ 아이들은 어디가 위험하고, 어떻게 하면 위험을 다룰 수 있는지 ‘후배’ 아이들에게 가르쳐줍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공유하는 것들을 반영해 놀이터의 설계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완성에 7년이 걸린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위험을 어떻게 다룰지, 어떻게 하면 위험하지 않은지 놀이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안영신

안영신 / 학부모 역할 이외에도 <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즐거운 교육 상상’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건강한 위험을 배우는 곳 놀이터

편해문 아이들에게는 책상 위에 올라가거나 어딘가에 매달리는 등 몸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는 도무지 이런 시설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이런 욕구를 어디에서 풀까요? 결국 옆에 있는 힘이 약한 친구들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을 늘린다면 학교폭력 문제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교과과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 밖 공간까지 함께 바꿔나간다면 교육혁신 또한 균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놀이와 놀이터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게 위험입니다. 정말 위험한 것은 위험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입니다. 세상은 평지가 아닙니다. 언덕도 있고 굴곡도 있죠.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위험을 어떻게 다루고, 회피할지 가르쳐야 합니다. 먼저 위험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위험은 크게 두 가지, 놀이터 바닥에 놓인 깨진 유리 조각처럼 ‘해로운 위험(Hazard)’과 아이 스스로 다룰 수 있는 ‘건강한 위험(Risk)’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위험조차 안전기준 등에 의해 제거되면서 놀이터가 점점 아이들에게 심심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건강한 위험이 남아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위험을 인지하고, 회피하고,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놀이터야말로 건강한 위험을 배울 수 있는 장소입니다.

한희정 일부 학교에서는 놀이터 사용 시간을 학년별로 나누어 정해놓은 곳도 있어요. 서로 다른 학년이 한곳에서 어울릴 경우 학교폭력이 일어날까 봐 걱정해서죠.

귄터 벨치히 놀이터 사용 시간을 나눈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사례군요. 오늘 방문한 학교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야구를 하는 모습을 봤어요. 아이들이 모이면 서로 싸우고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생각일 뿐입니다. 아이들의 공격성은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고 싶은 욕구를 어디서도 풀 수 없을 때 드러납니다.

조희연 과거에는 교육 선진국을 모방하기만 했지만, 지금은 놀이터를 어떤 공간으로 바꿀지 정답이 없습니다. 내년에는 공모사업 학교선택제를 확대함과 동시에 놀이터를 새롭게 바꾸겠다고 제안하면 그 아이디어에 재정을 지원하는 일종의 현장 창안 지원제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간을 바꿔야 학교가 바뀐다는 것을 전제로 학교 공간의 민주적, 현대적, 미적 재구성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놀이터도 재구성돼야 합니다. 근대 학교 모형은 권위주의적 공간 구성 모델에 기초해 감옥, 군대와 동일한 공간 모형입니다. 운동장은 군대 연병장을 떠올리게 하고 놀이터 역시 계몽적이고, 훈육적이고, 지시적으로 구성된 권위주의적인 닫힌 놀이터 모형입니다. 아이들의 자발성, 주도성, 창발성, 호기심과 상상력이 펼쳐지는 열린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편해문

편해문 /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설계를 총괄한 놀이터 디자이너이며, 수많은 책을 펴낸 아동문학가이기도 하다.

편해문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와 학교 놀이터는 엄연히 다릅니다. 학교 놀이터는 다른 개념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많은 아이가 동시에 놀이터에 나와 한 기구에 몰리게 마련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지 못하기 때문에 기구 위주가 아니라 놀이 위주의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유치원 놀이터는 지금처럼 조합형놀이대가 아닌 자연친화적인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단설유치원입니다. 서울시에 앞으로 단설유치원이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이 시기에 초등학교보다는 규모가 작고 예산이 적게 들어가는 단설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조희연 2015년에 시도교육감이 모여 놀이헌장을 만들고, 아이들의 권리로서 놀이를 선포했습니다. 놀 터와 놀 시간을 부여하는 것을 어른의 책임으로 규정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꿈을 담은 교실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교실을 놀이친화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기구 중심의 놀이터에서 놀이 중심의 놀이터, 안전한 놀이터에서 건강한 위험이 남아있는 도전 공간으로서의 놀이터,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놀이터가 아닌 아이들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놀이터, 특정 장소가 아니라 어디든 놀이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 탓에 바깥 놀이 시간이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해 새로 건립되는 초등학교 체육관은 공공형 실내 놀이터 개념을 결합한 공간으로 건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귄터 벨치히 초등학교 체육관에 놀이터를 결합한다는 교육감님의 말씀은 너무나 훌륭한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변화는 아주 천천히 일어날 것이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만난 건 제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도 학부모, 교사 이외에 이렇게 큰 책임을 가진 교육감님을 만나 놀이터의 변화에 대해 논의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는 변화를 향한 첫걸음이지만 굉장히 뜻깊은 발걸음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편해문 지금까지 학교 놀이터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렇게 깊이 논의한 자리는 없었습니다. 오늘 그 첫 자리가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놀이터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교육감님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문가, 선생님, 학부모님과 함께 놀이터의 위험을 끊임없이 다듬고 객관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에서 일종의 ‘놀이터 리스크 위원회’를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조희연 편해문 선생님의 말씀에 개념을 조금 더 확장해서 리스크뿐만 아니라 현재 병설유치원, 초등학교 놀이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전반적으로 다루는 ‘놀이터 재구성 위원회’를 만들고 앞으로 집단지성을 모아 학교 공간 혁신에 나서겠습니다.

오지연 학교 공간을 탈권위주위적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오늘 대담회는 탈권위주의를 상징하는 이 원탁 테이블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많은 의견이 오갔던 이 원탁의 중앙에 위치한 나침반이 학교 공간과 놀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데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길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그 방향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끝으로, 대담회에 참석해주신 패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놀이터, 나아가 우리 교육의 변화를 위해 곳곳에서 많은 역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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