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학생 중심의 놀이를 통한 배움

서울청덕초등학교 ‘도담도담’ 안성맞춤 교육과정

서울청덕초등학교의 학생들은 배움이 즐겁고 행복하다.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노는 ‘도담도담’ 안성맞춤 교육과정 때문이다. 서울청덕초는 안성맞춤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성장을 위한 쉼’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며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학교 곳곳에 모래놀이장, 전래놀이장, 실내 놀이공간을 마련했다. 환경과 교육과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안성맞춤’ 교육 현장, 바로 서울청덕초등학교다.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사진제공. 서울청덕초

놀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안성맞춤 교육과정

“한글과 수학을 미리 배우지 않아도 될까? 혹시 우리 아이만 한글을 모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건 아닐까?”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라면 으레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고민이다. 여기에 “적어도 한글은 떼고, 한 자릿수 덧셈과 뺄셈은 미리 익히고 가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불안감은 더 커진다. ‘기초 한글과 수학은 미리 배우고 학교에 입학해야 수업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선생님에게 미움받을 수도 있다’는 학부모들의 걱정은 현재 우리 공교육이 처한 현실이자 불신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안성(안정과 성장)맞춤 교육과정’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 안성맞춤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안정적이고 행복한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과정이다. 선행학습과 사교육 없이도 공교육 안에서 충분히 아이들의 모든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의지를 담은 정책이다.

서울청덕초등학교(교장 조한선)는 안성맞춤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놀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도담도담’ 교육을 펼쳐나가고 있다.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자라는 모습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이다. 자연친화적 놀이 및 체험을 의미하는 ‘도란도란 자연과’ , 유치원 연계교육 및 심리적 안정을 의미하는 ‘담뿍담뿍 사랑이’ , 놀이학습 등 학생 중심 교육을 의미하는 ‘도전하는 우리’ , 학부모 참여 등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신뢰를 위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의미하는 ‘담장 없는 학교’의 앞글자를 하나씩 따서 만든 서울청덕초의 맞춤형 교육과정이다.

성장을 위한 쉼, 놀이 중심 수업

서울청덕초는 ‘성장을 위한 쉼’을 교육 목표로 한다. 놀면서 배우는 학교, 배우면서 노는 학교가 바로 서울청덕초다. 취재를 위해 서울청덕초를 찾았을 때 큰 학교 건물과 넓은 복도가 첫눈에 들어왔다. 학교는 이러한 공간의 이점을 살려 실내 곳곳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마련했다. 처음부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원래는 학부모 등 간혹 학교를 찾는 방문객들이 쉴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로 조성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활용도가 낮았던 이 공간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기로 하고 바닥에 매트를 깔고 벽화를 그렸다. 벽화는 학부모의 도움을 받았다. 학교 공간을 바꿔나가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학부모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벽화그리기 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성장을 위한 쉼이라는 교육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놀이공간도 필요해요.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서 바깥놀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내에 놀이공간을 마련해주자는 생각이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나 중간 놀이시간,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 곳곳에 마련된 실내 놀이공간을 찾아요. 넓지는 않은 공간이지만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작은 도구 하나만 있어도 스스로 놀 거리를 만들어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창의성이라는 게 억지로 창의교육을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스스로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아이들이 놀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아이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길러주는 기회가 되는 거죠.” 엄영진 선생님의 설명이다.

서울청덕초는 기존의 지식 위주 학습과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 놀이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래놀이장, 모래놀이장, 층별 놀이공간을 확보해 자연친화적 학생 놀이문화를 정착시켜나가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우리의 전래놀이를 배우고 직접 할 수 있도록 전래놀이장을 만들었다. 이를 활용하여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교생, 올해는 1~2학년을 대상으로 전래놀이 교육콘텐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창의 체험 시간 이외에도 중간 놀이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전래놀이장에서 달팽이, 8자놀이, 네둠벙, 8방놀이, 봉차들방, 오징어놀이, 고무줄놀이 등을 하면서 서로 소통하며 배려심을 키워나간다. 지난해에는 실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실내 놀이공간 이외에도 자연친화적 놀이를 위해 모래놀이장을 조성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신발을 벗고 누워 모래의 촉감을 느끼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모래 터널 만들기 등 모래놀이를 통해 창의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안정과 성장을 도모하는 놀이 중심의 맞춤교육

서울청덕초가 위치한 지역은 맞벌이 가정이 많아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가정에서의 돌봄이 어렵거나 입학 전 한글교육, 사교육 경험 비율이 낮은 곳이다. 이를 위해 서울청덕초는 기초한글교육 및 기초수학교육 중심의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핵심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 중심의 교육이다.

서울청덕초는 선행학습이 필요 없는 쉬운 한글교육을 지향하고 1학년 1학기 국어, 창의 체험 연계 60차 시 이상의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아직 한글을 떼지 못했거나 배움이 느린 학생이라도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받아쓰기 시험 대신 이야기가 있는 한글교육, 동요와 함께 하는 한글교육 등 놀이와 연계해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학교육 역시 재미와 흥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 정도에 맞는 놀이 연계 수학교육으로 교구를 활용해 기초 수 개념을 세우고 연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그저 놀기만 하고 배움의 목표에 다다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목표에 이르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목표에 도달하는지가 아니라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학습목표에 차근차근 한발씩 다가간다. 몰입도나 흥미도, 참여도도 높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칠판 앞에서 모여 받아쓰기 ‘놀이’를 하거나 자신들이 스스로 깨닫고 찾아낸 방법을 역으로 선생님에게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놀이 위주의 교육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해 새로운 친구, 이전과 다른 환경으로 인해 겪는 적응의 어려움도 덜어주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넓은 공간에서 뛰놀 수 있어 유치원보다 더 재밌다고 말한단다.

“처음에는 교사의 의도대로 통제되는 차분한 학습 분위기가 아니어도 제대로 교육이 될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모습을 보면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가만히 앉아 교사의 지시를 따라오는 것만이 배움의 길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오히려 내가 가르쳐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교사가 개인의 목표에 따라 아이들을 앞에서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개인의 수준이나 발달단계에 맞춰 목표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수업시간에 숫자카드를 일렬로 늘어놓자고 하면,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모양을 만들어요. 모양은 제각각 다르지만, 1부터 50까지 숫자는 틀리지 않고 차례로 순서를 지켜가면서 자기가 생각한 모양으로 만드는 거죠. 결국 1부터 50까지 숫자를 배우는 학습목표에 부합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을 스스로 생각해내는 거예요.”

일부 학부모들은 배움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그 성과가 점수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조바심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배움의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남들보다 빠르게 그리고 많은 지식을 얻는 것만이 배움의 목표는 아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얻는 창의성 등을 점수로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청덕초의 선생님들은 목표에 이르는 속도가 이전처럼 빠르지는 않더라도 결국 그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그 중심에 바로 함께 놀고 배우며 성장하는 서울청덕초의 도담도담 안성맞춤 교육과정이 자리하고 있다.

엄영진 선생님

서울청덕초등학교의 엄영진 선생님은 놀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안성맞춤 교육과정에 대한 일부 학부모들의 걱정은 지나친 기우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인성과 창의성 등 점수로 측정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 입학과 동시에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1, 2학년 시기만이라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사교육을 통해 미리 한글을 배우고 와서 빠르게 진도를 나갔을 때나 지금처럼 아이가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천천히 나가는 방식이나 결국 1년이 지난 후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일부 상위권 아이들만 데리고 도착점을 향해 빠르게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느려도 천천히 모든 아이를 보듬으며 함께 가는 거죠.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쳐서 읽고 쓰는 모습을 보며 교사로서 보람도 느껴요.”

교사로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긍정적인 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도 있다. 사교육 없이 학교에 입학해서 처음부터 배워나가기에는 아직 교과서의 내용이 어렵고, 따라기에 진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교과서가 이전보다 많이 얇아지고 학습량이 줄었어요. 내용도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게 잘 만들어졌고요. 그래도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학교에 와서 처음부터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고 진도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어려운 면이 있어요. 이제 막 쓰기를 배웠는데 바로 다음 달부터 그림일기를 써야 하거든요. 정말 사교육, 선행학습 없이 아이들이 교과서만 가지고도 차근차근 익힐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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