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존중’과 ‘상생’으로 함께 성장하는 학교

동구여자중학교의 토론문화와 마을학교 프로젝트

동구여자중학교는 다양한 교육 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 목표를 추구한다. 선생님들은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모두 함께 학교를 만들어간다. 교육공동체의 동행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마을’이 함께한다. 지역의 문화예술 자원과 연계한 푸른누리마을학교를 통해 마을과 학교의 상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학생들은 그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배운다.

신병철 / 사진. 이승준 / 사진제공. 동구여중

서로를 존중하는 열린 토론문화

동구여자중학교(교장 오환태)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지향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는 교직원 회의에서 잘 드러난다. 동구여중은 교사들 간의 토론이 활발한 학교다. 누구라도 자신 있게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받는 토론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는 서울시교육청의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정책이 추진되기 전부터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오랫동안 애써온 선생님들의 노력 덕분이다. “20여 전 교사 경력이 일천하던 시절에 선배 선생님들 앞에서 용기를 내 학교 운영의 개선점을 이야기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이로 인해 학교 내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과거부터 이어온 이런 과정이 지금 동구여중의 토론문화를 있게 했습니다.” 오환태 교장선생님의 설명이다.

동구여중의 교직원 회의는 수직적인 업무 전달 시간이 아닌, 서로 협력하는 수평적인 소통의 장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한두 명에 의해 독단적으로 결정되는 법이 없다. 크든 작든 학교 운영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모든 것이 교직원 회의의 안건이 된다. 먼저 부장 선생님들이 모여 의견을 공유해 정책을 입안하고, 교직원 회의에 안건을 상정해 전 교직원의 투표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이와 더불어 교직원 회의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토론방식 등을 보완한 운영규정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표결 방법은 손을 들어 각자 의사를 표시하는 거수투표 방식이다. 공개적인 의사 표시에 따른 부담도 없다. 어떤 의견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토론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윤동일 선생님은 “거수투표 방식으로 인해 신중하게 의사를 결정하게 되고 자신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반영되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라고 말한다.

이제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면서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교사가 자신이 몸담은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없다면 민주시민교육 또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동구여중의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서로를 존중하는 열린 토론문화가 교사 개인의 성장과 함께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마을과 학교의 ‘상생’ 프로젝트

동구여중이 자리한 성북구는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한 자치구 중 하나다. 지역 특색과 전통을 살린 가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 만해 한용운의 고택 심우장 등 찬란한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다양한 유·무형 문화재와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가와 성북문화재단, 공유성북원탁회의 등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가 있어 지역문화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다. 동구여중은 이렇게 조직화된 마을의 문화예술 자원과 연계해 푸른누리마을학교라는 이름으로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구여중은 혁신학교로 지정된 이후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을 넘어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능력, 인성 위주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 특히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교육 현장을 학교 밖으로까지 넓혀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 기반은 그동안 이어온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 활동이다. 동구여중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문화·예술·체육 활동의 증진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동구여중의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만 배우고 경험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를 벗어나 마을의 공방을 찾아가 함께 향초를 만들고,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배운다.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마을 주민이 한데 모여 마을 안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일상 속 교육과 배움을 실현하는 것이다. 바로 학교 교육의 변화다. 오늘도 동구여중의 학생들은 교문을 나서며 다양한 꿈을 키우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환태 교장선생님

“무슨 일이든 많은 사람의 지지가 있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법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면 절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교장이 아니라 학생과 선생님들입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토론을 통한 합의점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여 뒤에서 지지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동구여중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받아들이는 토론문화를 과거부터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학교 운영의 모든 것이 민주적인 절차로 결정됩니다. 선생님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했다는 만족감, 소속감은 교사 정체성에 반영되고,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칩니다. 본격적인 편안한 토론문화 만들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학교의 다양한 교육적 변화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장, 교감 등 관리자부터 교사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의 벽 없이 누구 하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영훈 선생님

“가끔 과연 우리 사회 특히, 학교는 얼마나 민주적일까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가 학교운영과 수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학교를 바꾸는 건 한 명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고 토론을 통한 민주적 결정입니다. 교사들이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가 정착되면 학교는 민주적 공간이 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머지않아 모든 학교에서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정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구성원 간의 갈등이 없다고 해서 좋은 학교는 아닙니다. 토론 과정에서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유대감이 싹 트는 걸 경험했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더 많이 토론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다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길 바랍니다.”

윤동일 선생님

“다른 학교에서의 경험과 비교하면 동구여중에는 교직원 회의에서 오고 가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학교 전체에 깔려 있어요. 비록 소수의견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요. 거의 모든 의사결정이 교직원 회의를 거치고 있어 상대적으로 결정이 더디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모든 선생님이 충분히 대화하고 의견을 모아 결정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아이들도 이런 학교의 분위기 속에서 보고 배우는 점이 많아요. 얼마 전 학생들끼리 서로 의견을 나누고 스스로 학생자치협약을 만든 것도 토론이 정착된 학교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원재 마을대표

이원재 마을대표는 ‘공유성북원탁회의’ 등 지역문화 단체와 동구여중을 연계해 마을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원재 마을대표는 이제는 학교가 3주체 중심 운영의 틀을 깨고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의 학교는 3주체 중심의 입시제도 틀 안에 갇혀 있어 불편하고 예민한 공간이에요. 학부모가 아닌 사람은 학교에 관심을 갖지 않고 학교는 지역에서 고립된 공간이 됐어요. 학교의 특수성은 알지만,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더 많아지도록 교육행정이나 학교가 사회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고, 제도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교가 있는 마을이 함께 바뀌어야 아이들이 3년의 시간을 학교에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요.”

신아름 PD

신아름 PD는 성북구에서 문화예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전통예술 및 창작공연, 문화예술교육 등을 기획하고 프로듀싱 작업을 해왔다.
“예전에 부모님동의서 기타사항에 ‘학업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적힌 걸 봤어요. 학부모님들이 공부의 의미를 너무 좁게만 생각하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래도 마을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선생님, 학생, 마을 주민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뿌듯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3년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선생님들의 마을에 대한 이해가 더 커졌고, 마을 분들도 본인의 활동과 푸른누리마을학교의 활동을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 의논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지만, 지금은 먼저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가기도 해요.”

김경아 학부모

김경아 학부모는 동구여중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이자 성북구의 마을활동가이다. 김경아 학부모는 아이들의 정서적 유대감을 위해 마을과 학교의 교류를 강조하면서 학부모들의 인식변화를 지적했다.
“그동안 마을과 학교는 같은 공간에 있을 뿐 서로 교류가 없었어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면 학교의 보호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학교 근처에 어떤 가게가 있고 어떤 사람이 무슨 활동을 하는지 알고 소통하는 것이 안전뿐만 아니라 정서적 유대감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아이들의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거든요. 학교 수업과 관련되지 않은 활동도 아이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3학년 한유빈 학생

한유빈 학생은 교내 신문반에서 부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마을 주민과 함께 신문 발행을 준비하면서 학교 수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동안 교지 제작을 위한 취재가 항상 교내에서만 이루어지다 보니까 주제나 내용이 매번 비슷해서 마을로 나가 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싶었어요. 그전까지는 제가 사는 곳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에 마을 분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마을에 어떤 축제가 있고 어떤 분들이 무슨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알게 됐어요. 교과서로만 배우는 건 직접 경험하는 게 아니어서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을 직접 만났던 게 학교 수업은 아니었지만 저 스스로도 더 성장하는 경험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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