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헤르메스를 꿈꾸며

글. 이정미 사서선생님(서울금나래초등학교)

선한 인간은 끊임없이 노력하게 마련이고,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며, 방황하는 한 길을 잃지 않는다.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스스로 선한 인간이라 강변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주부에서 사회인으로 복귀한 지 8년째, 7년 동안 숱한 방황과 좌절 끝에 얻은 서울금나래초등학교 발령은 감격 그 자체였다. ‘방황하는 한 길을 잃지 않는다’는 파우스트의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한 첫날, 출근길부터 곤혹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3월 1일에 개교하는 학교여서 전화번호도, 위치도 검색이 되지 않았다. 교육청에 전화해보면 될 것을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금천구청역에는 어떠한 이정표도 없었고, 주변 분들도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금천구청으로 뛰어들어가 문의한 뒤에야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가까운 길을 놔두고 먼 길로 빙 돌아갔었다. 첫날부터 방황을 하다니….

학교 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찾아간 도서관은 텅 비어 있었다. ‘어떤 모습의 도서관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며 출근했는데…. 개교 학교의 사서는 인테리어부터 가구 선정, 도서 구입, 도서관에 필요한 소품 구입까지 모든 것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선정 업체에서 제안한 인테리어를 사서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서가의 종류와 디자인, 색깔을 고른 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도서관을 보며 참 많이 설레었다. 내 것이 아닌데도 그랬다. 이제 남은 건 청소, ‘서가에 쌓여 있는 먼지를 어찌 다 닦을까?’ 고민하다 명예사서 어머니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고맙게도 여러분이 와주셔서 청소까지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사실 명예사서 어머니들의 도움이 없다면 도서관을 꾸려나갈 수 없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들어오는 도서를 함께 정리해주시는 분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근하지 못할 때 나의 빈자리를 메워주시는 분도 명예사서 어머니들이다. 심지어는 개인적인 일도 뒤로한 채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이렇게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모두 힘을 합쳐 애쓴 결과 5월 중순쯤 학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금나래초는 외부 손님들이 참 많이 온다. 교장선생님이 애지중지 가꾸고 키우시는 식물들은 명물 중 명물이지만 도서관 역시 학교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ㄷ’자 형태의 건물 중앙에 위치해 있어 학생들이 접근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한 면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맥없이 졸아도 좋고, 비가 오는 날이면 3층에서 교장선생님표 정원을 내려다보며 상념에 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는 학생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장서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도서를 기증받고 있으니 혹시 이 글을 읽고 기증 의사가 있으신 분은 서울금나래초 도서관으로 연락해주었으면 좋겠다.)

학교 도서관은 사서의 관심과 의지에 따라 그 역할이 자리매김될 것이다. ‘어떤 사서가 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나는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서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헤르메스’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헤르메스는 제우스를 비롯해 그리스 신들의 의사를 전달해주는 전령의 신이다. 교사들에게는 교수에 필요한 참고서적을 사전에 파악해 제공해주는 센스쟁이 사서가 되고 싶다. 학생들과는 격의 없이 지내는 편안한 사서선생님으로 남고 싶다. 학부모들과는 이미 다양한 책모임을 꾸리고 있다. 독서토론 모임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고, 사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유대감을 강화할 것이며, 동화책 연구를 통해 그 혜택을 학생들에게 돌려줄 것이다. 이런 다양한 모임이 학교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모자와 신발에 금빛 날개를 달고 손에는 책을 들고 책 속에 녹아 있는 지혜를 여러 사람에게 전하는 전령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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