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네 머리 색이 참 특이하구나!

글. 구자홍 교장선생님(아주중학교)

머리 염색을 멋있게 한 학생에게 다가가 “네 머리 색이 참 특이하구나!” 하고 한마디 하면 학생은 “교칙으로 허용했잖아요!”라고 바로 대꾸한다. 하지만 학부모님들은 “우리 학교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가 너무 짧아요. 염색한 학생이 많아요. 교장선생님, 생활지도를 강화해주세요”라고 요구사항을 말씀하신다. 학교 학생생활규정은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으로 매년 조금씩 변경된다. 우리 학교 생활규정은 머리 염색이 허용되어 지난해보다 염색한 학생이 많아진 것 같다.

규정은 고쳐졌지만, 개정 이전과 이후의 두 규정이 마음속에서 갈등을 겪게 만든다. 갈등은 마음이 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면 진정 무엇이 변해야 하는가? 변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기존 믿음에서 오는 편안함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고의 다양성과 유연성이 부족한 것이다.

먼저 사고가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믿고 생각하는 신념들이 어떤 근거에서 확실한지 자신에게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물음은 내 마음속에서 갈등을 제거하는 변화의 시작이며, 상대방의 의견도 깊게 받아들이겠다는 겸손한 마음 자세에서 나온다. 자신의 주장이 거푸집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해체의 과정은 더욱 힘이 든다.

자신의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과거의 성공 경험이 강한 신념을 만들지만, 환경이 바뀌면 그 신념은 또다시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 나의 주장과 믿음에는 고정관념,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 확실하지 않은 뜬소문, 주관적인 감정과 느낌이 포함되어 있다. 확실하지도 않은 주장과 믿음으로 상대방과 다투고, 내 주장을 들어달라고 또 인정하라고 상대에게 소리 없는 강요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런 성찰의 과정은 나를 성숙하게 만들고 변화의 첫걸음이 된다.

기존의 세계관 속에 자신의 가치관이 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믿음 사이에 갈등이 만들어져 갈등을 해소할 대안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우리 각자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 즉 사고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기르는 일이다. 교과학습을 통해 배운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바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면 좁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포용할 수 있게 되고 사고의 유연성도 저절로 길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융합과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수학과 논리는 필연의 관계를 따지는 학문이지만, 대부분 지식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 맞는다. 도덕적 선과 악도 절대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 선악이 구분되듯이 사건이나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일 수 없다. 훌륭한 연극, 영화, 문학작품, 음악, 미술 등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추(追)체험해보고, 사회나 과학의 다양한 이론으로 세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해석하면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배울수록 그 지식에 집착하고 자기 주관에 사로잡혀 타인의 생각을 수용할 수 없다면 그 배움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소통(疏通)의 소(疏)자가 틈이 넓어 발이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듯이 진정한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넓고 유연한 마음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학생의 머리 색을 다시 보면 이전 모습 그대로 보이지 않으리라. 오늘도 등굣길에서 머리 색이 예쁜 학생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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