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교육행정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글. 신승곤 행정실장(면목고등학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중략) 바람과 비에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의 일부다.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던 시인이 정치인이 되고 또 행정관료가 되었으니 앞으로 새싹 돋는 시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런 걱정 속에서 용기를 내 교육행정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하고자 한다. 531 교육개혁부터 자유학기제까지, 혁신학교에서 혁신교육지구로 변화하기까지,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교육개혁이 추진됐지만 아직도 우리는 궁금해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 사회는 그동안 민주화 변혁의 흐름 속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세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상업적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일탈이 얽히고설켜서 결국 혼란에 빠졌다. 교육현장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우리의 근본 가치관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치관의 충돌과 갈등으로 인해 모두 뿔뿔이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정치·경제·사회가 만들어낸 현재의 자화상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이러한 교육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과거에 진보 인사들과도 일해보았고 보수 인사들과도 일해보았다. 협력 수준의…. 결론은 이렇다. 보수는 문제 인식이 전혀 없었고, 진보는 문제 인식은 있으나 해법에 대해서는 그들만의 고집이 강하다. 공통점은 사고체계에 시대적 한계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까지는 지극히 단순한 시대였다. 모든 것이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듯이 각자 역할과 책임도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모든 여건이 유동적이고 변혁적이기 때문에 우리 역할도 역동적이어야 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과거 세대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게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의 질서, 지금의 구조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이 부분에서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 지면 관계상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에 대해 미래지향적 입장에서 두 가지만 말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은 근본 중의 근본이다. ‘어떤 구조가 정치·경제·사회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자아발현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 제도를 개혁하고 풍토를 일신해야 한다. 입시제도의 핵심은 대학인지 학생인지, 방과후교육의 주체는 학교인지 마을인지, 마을의 핵심은 거주민인지 네트워크인지, 네트워크의 핵심은 무엇인지, 여기서 행정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런 기준점들을 충분히 정립하고 구조를 세워야 한다. 아전인수식 구조를 만들지 말자.

둘째, 행정은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구조와 구조, 구조 사이의 문제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기술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입시제도 중 입학사정관제의 가이드라인을 대폭 풀어서 결국에는 학생들에게 혼란만 준 사례, 방과후교육의 현장 사정을 도외시하고 학교와 자치단체로 그 책임을 떠넘기려는 사례, 마을공동체사업을 마을교육공동체사업으로 전환하는 문제, 학교와 혁신교육지구 연계 문제 등 행정의 개입이나 설계 없이 오직 나만의 철학만으로 추진한 주먹구구식 정책들이다. 행정적 뒷받침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구조는 없다.

그동안 선배들이 물려주신 자랑스럽지 않은 행정 풍토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사고방식 속에서는 이런 흐름일 수밖에 없으나,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다수의 후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구조와 행정’의 관점에서 ‘내가 교육행정을 책임진다’는 의지… 초심 때 그런 의지가 있었나요? 지금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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