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학생들의 꿈이 영그는 학교 텃밭

서울신곡초등학교의 텃밭 가꾸기 활동

서울신곡초등학교의 화단 한쪽에는 작은 텃밭이 자리하고 있다. 이 텃밭에서 학생들은 씨앗 심기부터 거름 주기, 수확까지 작물 재배의 전 과정을 직접 겪으며 수확의 소중함과 환경보호, 생명존중의 가치를 깨닫는다. 교실 밖 새로운 교육의 공간, 텃밭에서 열매가 영글어가는 만큼, 학생들도 성장한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텃밭 가꾸기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찌르르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던 8월의 어느 날. 취재를 위해 방문한 서울신곡초등학교(교장 고관희)의 본관 입구에 다다를 때쯤 구수한 거름냄새가 후덥지근한 바람에 실려온다. 바람이 불어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화단 넘어 한쪽에 자리 잡은 작은 텃밭이 눈에 들어왔다. 텃밭에는 수박, 고추, 옥수수 등 갖가지 채소와 과일이 자라고 있었다. 모두 서울신곡초 학생들의 노력으로 맺은 결실이다.

환경보호와 생명존중, 우리가 모두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다. 현재를 사는 세대뿐만 아니라 이 다음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지속해서 가꾸고 지켜나가야 하는 이 가치들에 대해 이미 학교에서도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건상 몸소 체험하여 그 소중함을 체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서울신곡초에서는 바로 텃밭에서 이러한 가치를 배운다.

텃밭은 3년 전 학교가 ‘텃밭 조성 사업’에 참여하면서 조성됐다. 보도블록과 기상대를 걷어내고 돌무더기, 폐자재로 가득했던 단단한 땅을 교실 3분의 1 크기만 한 텃밭으로 일구었다. 이 텃밭에서 교과과정과 연계해 학생들은 토마토, 상추, 강낭콩, 고구마, 허브, 딸기 등 각종 작물을 직접 가꾸며 환경보호와 생명존중의 가치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펼쳐나간다.

교실 밖 또 다른 교육의 공간

학교 텃밭이 아니더라도 농촌체험 등 작물을 심고, 수확할 기회는 있다. 강주희 선생님은 “일회성 이벤트 성격이 짙은 1박 2일 농촌체험 등은 이미 조리된 음식을 사서 먹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연속성 없이 한해살이 전 과정을 체험하지 못한 단편적인 경험일 뿐이라는 것이다. 서울신곡초 텃밭의 주인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직접 씨앗을 심고 물과 웃거름을 주고, 친환경 해충퇴치제를 만들어 결국 열매가 열리는 모든 과정을 온전히 옆에서 지켜보고 체험한다.

“작물이 이미 다 자란 밭에 가서 수확만 한다면, 진정한 수확의 소중함과 그 기쁨을 누리기까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는 알 수 없어요. 책으로만 배웠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흙도 만져보고, 벌레도 보고, 땀 흘리며 밭을 일구는 경험이 작물 재배나 먹거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가져와요. 실제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도 농사를 짓는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하는 아이도 있어요.”

직접 텃밭을 가꿔가는 만큼 애정도 크다. “한 아이는 등교 때마다 텃밭에 들러요. 하룻밤 사이에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잘 자라는 게 기특하다고 해요. 본인이 직접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웠다는 생각에서 생긴 애정인 거죠.” 이제는 중학생이 된 졸업생도 다시 텃밭을 찾는다. 지역 학교와 협조를 통해 텃밭 관리를 봉사활동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봉사활동 이수 시간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수 시간을 훌쩍 넘긴 학생도,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간 학생도 텃밭을 찾아온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때로는 노래도 함께 부르며 어울려 일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텃밭 가꾸기 활동은 정서 안정과 교우관계 개선에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전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던 학생도 텃밭을 가꾸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묵묵히 거름을 주고, 열매를 따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는 자신감이 생겨 다른 학생을 이끌어주기도 한다. 텃밭이 아니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모습이다.

서울신곡초의 텃밭은 단순히 채소와 과일이 자라는 공간이 아니다. 옥수수의 키가 클수록,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갈수록 학생들도 한 뼘씩 성장한다. 교실 밖 또 다른 교육의 공간인 것이다. 이렇듯 오늘도 서울신곡초의 텃밭에서는 학생들이 자란다.

강주희 선생님

텃밭 가꾸기 활동 첫 시작부터 함께한 강주희 선생님은 텃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처음에는 밭을 일구는 일에 익숙지 않아 고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뿌듯함이 더 크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텃밭 가꾸기에 몰입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다른 아이들이 끝내지 못한 일을 먼저 나서서 마무리하기도 하고요. 교실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성취감이죠. 평소 토마토에는 눈길도 안 주던 아이가 직접 수확한 토마토를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권유하지 않아도 입에 넣어 맛을 보기도 해요.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쉽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들이죠.”

이렇게 직접 수확한 작물은 교내에서 선생님,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지역사회나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순히 텃밭을 가꾸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나눔의 가치와 소중함까지 배우는 것이다.

“작년에는 아이들이 직접 업사이클링 필통을 만들어 지역 나눔장터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을 지역사회와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했어요. 올해는 수확한 작물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텃밭 앞에서 판매했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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