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놀고 싶은 아이들, 언제 어디서 놀아야 하죠?

아이들의 놀 권리와 놀이 공간 이야기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튼튼한 아이로 성장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저학년의 아이라면 공부만큼, 어쩌면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놀이’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놀 시간도, 공간도 부족하다. 시간이 있어도 놀이터에는 놀거리가 마땅치 않다. 자문자답∗의 학부모들이 전하는 우리 아이들의 ‘놀이’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 안영신(<지금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 ‘자문자답’은 아이들의 놀이를 위한 성북구 학부모들의 모임이다. 성북구청과 함께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팝업놀이터 프로젝트 ‘움직이는 놀이터’를 진행하고 있다.

놀거리가 부족한 학교 놀이터

안영신 오늘 참석해주신 분들은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아이가 초등학교 1, 2학년이 되면 부모는 아이들의 놀이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데요. 먼저 아이들의 놀이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박소영 아이들은 집에 아무리 장난감이 많아도 며칠 지나면 금세 흥미를 잃잖아요. 그런데 정작 놀이터에 나가면 더 못 노는 것 같아요. 그네도 타고 혼자 놀 방법도 많은데 친구가 없으면 재미가 없다고 해요. 지금 아이들 세대는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몰라요.

박한별 게임에 로딩이 필요하듯이 놀이에도 준비시간이 필요해요. 충분히 시간이 지나야 진짜 놀이가 시작되는 거죠. 그런데 요금을 내고 놀이방을 이용하고, 가성비를 따지게 되니까 ‘빨리 가서 놀아’라는 말을 많이 하게 돼요. 아이가 적응할 시간도 없이 엄마가 재촉하니까 놀긴 놀아야 하는데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는 거죠. 나만의 놀이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해요. 엄마는 뒤로 한발 빠져서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존중해줘야 해요.

안영신 그럼 학교에서의 놀이와 학교 놀이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김민영 학교에서도 마음껏 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쉬는시간에도 자유롭게 밖으로 나갈 수 없고요. 창체시간처럼 1~2시간 정도는 밖에서 뛰노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간만 주어지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나게 놀거든요. 놀 기회도, 시간도 없고, 그렇다고 놀이 공간을 찾아가기도 힘들고, 참 안타까워요.

이근영 한번은 반모임에서 남학생들을 데리고 학교 놀이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철봉 말고는 아무것도 사용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마저도 철봉놀이가 유행할 때라 그런 거였지 학교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는 아이들이 노는 데 별로 쓸모가 없어요. 구름사다리에 올라가서 노는 것도 거기서 노는 게 즐거운 게 아니라 높은 곳에 올라가 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박한별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인지, 과연 어떤 공간인지 의문이 들어요. 과학실, 음악실처럼 교과목을 위한 공간은 있는데 실내에 아이들이 놀 만한 공간은 없어요. 오히려 교실, 복도에서는 뛰지 말라고 하잖아요. 요즘은 미세먼지 등 아이들이 실내에서 놀아야 하는 이유가 점점 늘어나는데, 학교 안에는 그런 공간이 없어요. 놀이터는 실외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건물 안에 놀이 공간을 만들면 아이들에게 학교가 더 재밌는 곳이 될 것 같아요.

이근영

안영신 그렇다면 학교 놀이터의 놀이기구가 어떻게 바뀌면 아이들이 더 즐겁게 놀 수 있을까요?

박소영 놀 공간만 있으면 아이들은 돌멩이라도 주워와서 놀아요. 아이가 노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그네 타러 간다고 하고서는 꽃잎도 따고 지팡이로 땅도 파고 그러거든요. 놀이기구보다 장소와 시간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해요.

이주희 저도 놀이기구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다른 놀이기구가 있어도 결과는 같을 거예요. 아이들은 똑같은 것에 계속 흥미를 느끼지 않거든요. 결국엔 장소와 시간의 문제인 거죠.

이근영 저도 아이들이 노는 데 놀이기구가 꼭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공간만 충분하면 아이들끼리 잘 어울려 뛰놀거든요.

박한별 미끄럼틀, 그네가 없으면 놀이터가 아니라는 생각도 하잖아요. 근데 학교 놀이터에는 유아용 놀이기구만 있어요. 고학년 아이들은 놀거리가 없어요.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뭐라고만 할 게 아니라 놀거리를 줘야 해요. 고학년 아이들도 놀 수 있도록 놀이터를 개선해야 해요.

김민영 4, 5학년 정도가 되면 굳이 놀이터가 아니라도 잘 놀긴 하는데,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요. 학교 마치고 학원 가기 전에 한두 시간 정도 자유롭고 안전하게 놀 만한 쉼터가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민영

안영신 학교는 어느 곳이든 10분 거리에 하나씩은 다 있잖아요. 부족한 놀이 공간 해소를 위해서 학교 놀이터를 개방하는 건 어떨까요?

김민영 장단점이 있어요. 이용하는 사람이나 시간에 아무런 제한도 없이 개방한다고 하면 특히 밤에는 마음 놓고 아이를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안전문제도 있으니까 나름의 규칙을 정해서 제한을 두고 개방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박소영 우리 때만 해도 놀이터가 없으면 학교에 가서 놀았잖아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학교 놀이터를 개방하면 놀이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학교보안관 아저씨가 계시면 더 안심할 수도 있고요.

박한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는데, 지금 학교는 마을에서 혼자 고립돼 있어요. 마을에서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 곳, 딱 그 정도 의미일 뿐이에요. 학교가 모든 걸 다 떠안으려 하다 보니 책임을 과중하게 느낄 수밖에 없어요. 학교폭력이나 놀이, 안전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마을과 학교가 함께 협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박한별

책임과 의무의 딜레마

안영신 놀 수 있는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게 시간인데요.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마음껏 놀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왜 그런 걸까요?

이주희 아무래도 사고 때문 아닐까요. 예전에 한 초등학교에서 소풍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잠깐 엄마를 기다리면서 모여 노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나와서 여기서 놀면 안 된다고 나가서 놀라고 아이들을 혼내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김민영 10분 남짓한 쉬는 시간에도 자유롭지 못하고, 화장실만 다녀와서 자리에 앉아 있게 하는 건 너무 강압적이에요. 물론, 모든 선생님이 그러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 통제를 더 쉽게 하려고 그러시는 거 같아요. 요즘에는 아이가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면 동영상을 찍거나 증거자료를 남기는 선생님도 있다고 들었어요. 민원이 너무 심해서 자신을 스스로 변호해야 하기 때문이래요. 예전과 비교하면 선생님과 아이의 관계가 너무 삭막하게 변한 것 같아 속상해요.

이주희 먼저 학부모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해요. 요즘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다치면 선생님이나 학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해요. 민원이 너무 강력하게, 많이 들어오니까 학교는 더더욱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이근영 학교와 학부모가 서로 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학교에 있어 학부모는 함께 논의하는 대상이 아니라 통보의 대상일 뿐이에요. 아이를 학교에 보낸 지 이제 2년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학교 시스템은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느꼈어요. 학부모인 저도 이렇게 느끼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박한별 학교와 학부모의 관계는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봐요. 함께 논의를 하거나 동의한 바가 없으니 각자의 입장만 얘기하는 거죠. 학부모회가 아니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몰라요. 학교가 좀 더 문을 열고 함께하려고 노력하면, 학부모들의 인식도 개선될 거예요. 정책이 바뀌거나 학교에 변화가 생기면 그 책임이 다 선생님에게 향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서도 최소한의 것만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흔히 말하는 누군가 한 명이 ‘총대’ 메는 식의 학교 운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요.

이주희

안영신 교사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문제를 책임져야 하고, 교사는 그 중압감 때문에 아이들을 더 통제하려고 하는 이 악순환을 빨리 끊어야겠네요. 안전문제는 각 주체의 입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꼭 먼저 풀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 바라는 점이나 개선 방안이 있다면 하나씩 이야기하는 것으로 오늘 자리를 마무리할게요.

이근영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학부모회를 꾸릴 때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들로만 구성하는데, 다른 학교의 학부모도 포함해서 구성원을 다양하게 하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학부모들이 더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혹시 내가 한 말 때문에 아이가 미움받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고, 눈치를 보게 되잖아요.

박한별 학교 놀이터나 교내 놀이문화 개선을 최종적으로 교육청에 신청하는 것도 학교잖아요. 교장선생님이 개선 의지가 없거나 큰 관심이 없으면 아예 신청을 하지 않거나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처리는 문제가 있어요. 신청 단계부터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해서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이주희 아이들이 밖에서 방황하지 않고 학교 안에서 놀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하든지 해서 학교 놀이터를 개방했으면 좋겠어요. 학교 놀이터를 바꿀 때도 뭐가 있으면 좋을지,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지 설문조사를 하거나 함께 의논했으면 좋겠어요.

박소영 매년 성북구에서 학교 운동장에 수영장을 만들어 개방하는 행사를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학교마다 기간을 정해서 개방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아요.

김민영 선생님들이 등교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더 많이 아이들을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뭐가 필요한지 알고 서로 더 가깝게 지내는 시간이 많았으면 해요.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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