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교육

고장 난 나침반의 아름다움

미국 영화 <보이후드>

글. 이중기

사람은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안락함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예측한 내일’을 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러나 내일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영화 <보이후드>의 주인공 메이슨의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는 메이슨의 유년기를 12년에 걸쳐 보여준다. 놀라운 점은 영화 또한 12년에 걸쳐 촬영했다는 점이다. 영화 <보이후드>는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캐스팅을 변경하지 않고 매년 15분씩 영화 분량을 찍는다는 계획으로 시작했다. 이런 촬영 방식 덕분에 <보이후드> 속 시간의 흐름은 ‘진짜’가 됐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고 삶의 태도 또한 함께 변화한다. 해가 지나면 인물들의 고민도 바뀐다. 머리를 싸매도 해답이 나오지 않던 고민은 해가 바뀐 다음 시퀀스에서는 마치 고민거리도 아니었다는 듯 사라져 있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은 연속성을 지닌다. 작은 사건들이 모여 현재의 메이슨과 그 주변 인물들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시간의 편린들이 어떻게 얽혀 현재를 만들어나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영화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때때로 문제를 단순화하여 생각하며, 때로는 문제를 잊어버리며 산다.

대학 진학을 앞둔 메이슨은 오랜만에 아빠를 만나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라고 묻는다. 이에 아빠의 말이 걸작이다. “글쎄 나도 모르겠다. 그 답을 아는 사람은 없어.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야. 넌 아직 열정이 있으니 그 열정을 잃어버리지 마라. 나이 들면 열정도 잃어버려. 무감각해지지.” 앞으로 겪을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새삼스러운 진리는 <보이후드>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 주제다.

“나는 너희 엄마가 마음에 드는데. 멋진 분 같아”라는 친구의 말에 메이슨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우리 엄마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그러기 위해서 인생을 많이 돌아왔어.” 메이슨의 엄마는 23살에 메이슨의 누나를 낳았고, 메이슨이 6살 되던 해 첫 번째 이혼을 경험한다. 그 이후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한 엄마는 교수가 되었지만, 두 번의 이혼을 더 겪는다. 원하는 바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메이슨 엄마의 삶은 일직선이 아니었다. 우회전, 좌회전 때로는 유턴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갔다. 메이슨도 실은 아빠에게 대답을 얻기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메이슨이 대학 입학 후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우리가 순간을 붙잡는 것 같지만, 실은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거야.” 메이슨의 말처럼 시간은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무엇일까? <보이후드>를 만든 방식이 해답을 구하는 데 참고가 될지 모르겠다. 영화는 12년 전 각본 그대로 촬영된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상황에 알맞은 각본으로 촬영됐다. <보이후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는 이토록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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