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글. 하은경 선생님 (고려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여름방학이다!” 학생들이 교실 문을 박차고 나선 곳은 노래방이나 피시방이 아니었다. 바로 수학동아리와 사회탐구동아리의 1박 2일 연합캠프. 캠프의 모토는 ‘소통’이다. 팀별로 소통에 관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음식 만들기, UCC 제작하기, 연극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소통’으로 표현되었다. 특히 음식 만들기 팀은 땀으로 샤워를 하며 팥을 삶고 아침부터 우유를 얼려 팥빙수를 만들었는데 동아리 대항 친선게임 후 팥빙수를 함께 먹으며 ‘쿨’한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친선게임에서 학생들은 평소 볼 수 없었던 재능과 재치를 뽐냈다. 얌전한 줄만 알았던 학생이 몸으로 사드 배치를 표현하는가 하면 1~2초 정도의 전주만 듣고도 노래제목과 가수이름을 척척 맞히는 것이 아닌가. 함께 어울려 준비한 활동들을 서로 격려하며 끝까지 마무리하고 밤새워 탁구를 하며 우의를 다지는 모습, 땀을 뻘뻘 흘리며 뛰고 먹고 뒷정리까지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교사로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꼈다. 모두가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이는 일반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여러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형성된 나만의 교육 철학이다. 그리고 우리 반의 급훈이다. 교과지도와 학급경영, 동아리 운영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하는 모든 활동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은 학생별 학습 수준차가 뚜렷하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다양성을 배려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학생 중심의 모둠 수업을 하고 있다. 수학 성적이 우수하고 학급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아는 학생들을 리더로 선발하고 리더를 중심으로 모둠을 편성한다. 핵심 개념을 설명한 후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학생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풀이방법을 접하고 오류를 찾아가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실제로 학생들 말을 들어보면,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또래의 설명이 더 이해가 잘되고 물어보기도 편하다고 한다. 가르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친구에게 설명해주면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과정을 꼼꼼히 되짚어보게 된다고 한다.

나는 우리 반 학생들이 서로 배려하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해가기를 바란다. 그 중심에 멘토링 활동이 있다. 학기 초 또래 멘토링부를 두고 분기별로 멘토, 멘티 희망 학생을 받아 서로 연결해주고, 멘토링 활동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게 하고 있다. 학생들은 멘토링을 하면서 어떤 면이 성장하였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평가서를 작성하고, 이를 다음 분기 멘토링에 반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재를 정하거나 프린트를 준비해서,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멘토링을 한다. 아침 일찍 등교해 칠판 앞에 모여 판서를 하며 진행하는 물리 멘토링,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발음을 연습하고 수행평가도 준비하는 중국어 멘토링 등 다양한 학생들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해가며 함께 성장해가도록 지원하는 것은 진학지도 외에도 교사가 책임져야 할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교과 시간에는 수학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1학기에는 선후배 간 팀 발표를 통해 신입 부원들의 적응을 돕고 서로 정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발표자료 구성과 내용 전달을 위한 팁뿐 아니라 학교생활, 진로에 대한 정보까지 많은 것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다. 또한 독서토론을 통해 문제풀이 수학에서 벗어나 실생활과 연관된 수학을 접할 기회를 얻는다. 발제를 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답하면서 수학을 수학답게 여기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운다. 학생들 사이의 협력 그리고 교사들 사이의 협력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지난 1학기에는 사회탐구동아리를 지도하고 계신 K선생님과 함께 ‘북촌 오리엔티어링’을 진행했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활동이다. 여름 내내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지나고 조금씩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올가을 우리는 또 무언가를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함께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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