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을, 마을은 방과 후를

방과후학교의 역할과 방식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방과후학교는 그동안 많은 문제를 낳았다. 학생 수는 줄었음에도 사교육비는 늘어, 본래 목적이었던 사교육 문제 해결에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어떻게 아이들의 방과 후 삶을 책임지고 학교교육을 정상화할지 방과후학교의 역할과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글. 강민정(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방과후학교의 일방적 시행이 남긴 폐해

지난 9월 6일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을 비롯한 의원 19명이 방과후학교를 교육부, 교육감, 학교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과후학교는 11년째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져 왔다.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책이 법적 근거 없이 10년도 넘게 추진됐다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의 고민과 해결 노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지속해서 시도됐던 방과후학교 관련 법제화는 방과후학교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새롭게 법제화를 한다면 방과후학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부분을 살리고 문제점은 해결하여 교육적 관점에서 더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교육적 요구와는 전혀 무관하게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학교 현장에 내리꽂은 대표적 정책 중 하나다.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을 학교에 싼값으로 묶어놓음으로써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발상이야말로 아이들의 행복과 전인적 성장을 고려하지 않은, 철학도 없고 교육적 고민도 없는 대표적인 대증요법이었다. 방과후학교는 가장 큰 정책 목적이었던 사교육 문제 해결에도 무능했다. 2016년 통계에 의하면 전년 대비 학생 수는 2만6000명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지출은 2300억 원이 늘었다.

아이들은 학원을 전전하는 대신 방과후교실을 전전하게 되었다. 돌봄의 요구 때문에 일정하게 확대됐지만 공교육을 보완하고 그 폐해를 줄인다는 차원에서도 미흡함이 많았다. 학교와 교사들은 방과후학교 관련 행정업무와 수업까지 떠맡게 되어 정규교육과정에 쏟아야 할 에너지마저 소진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 위탁이 허용되고, 게다가 최저가 입찰마저 강요됨으로써 방과후학교 수업의 질은 더 떨어지고, 강사의 처우는 열악해졌으며, 위탁을 둘러싼 비리가 교육계의 또 다른 치부가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마을이 곧 학교, 학교가 곧 마을

그러면 방과후학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모든 교육 문제가 그러하듯 이 문제 역시 보다 근본적으로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현존하는 공교육 폐해를 해소하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교육은 청소년 자살률 세계 2위,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2017년 청소년 통계, 통계청)이라는 지표가 그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보기에도 끔찍한 폭력사진을 아무 죄의식 없이 SNS에 공유하는 문화가 어느새 청소년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공교육 관계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더는 경쟁과 성적 중심 서열화 교육, 소수의 문제풀이 기계와 다수의 학습 포기자를 양산하는 교육을 방치할 수 없다. 공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삶은 학교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학교 일과가 끝나는 방과 후 아이들의 삶 역시 고통의 연속이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방과 후 아이들의 삶은 완전히 사적 영역으로 던져져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에 따른 차별은 더욱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차별적 사교육 영역에도 편입되지 못하는 사각지대 아이들도 차고 넘친다. 국가와 사회는 이 모든 아이를 돌볼 책임이 있다. 교육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의무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다. 국가는 아이들의 학교교육을 정상화해야 할 뿐 아니라 방과 후 아이들의 삶도 안전하고 행복해지도록 돌볼 책임이 있다.

방과후학교는 이런 관점에서 그 역할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는 질 높은 정규교육과정을 책임져야 한다. 이를 어렵게 하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등은 청소년 교육복지 차원에서 지자체와 마을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은 아이들의 방과 후 삶이 또 다른 학습노동의 연장인 방과후학교의 공간적 이동이 아니라 쉼과 놀이, 자율성을 키우는 공적 돌봄, 공적 지역(마을)교육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아이의 방과 후를 책임지는 마을방과후체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치구나 광역시도 차원을 넘어서 전 사회적 공감과 정부 차원의 행·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임시적인 소규모 지원센터 형태를 넘어서는 보다 안정적이고 규모 있는 전담기구와 체계, 인력 및 예산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미 마을 곳곳에는 다양한 아동·청소년 시설과 기관이 있고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 등 여러 중앙부처에서 실시되고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사업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를 정비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통해 마을방과후체계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여건은 형성되어 있다. 현행 방과후학교의 지자체(마을) 운영은 이들 모두를 포괄하는 마을방과후체계 구축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초기에는 현행 학교 방과후학교를 행정적으로 마을이 운영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단지 학교업무를 학교 밖으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국가와 마을로부터 안전하게 공적 돌봄을 받는 시스템을 전국 곳곳에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책임지는 일의 구체적 실현이며, ‘마을이 학교’가 되는 일이다. 방과후학교를 학교에 묶어두고 책임을 요구하는 대신 국가와 지자체, 마을과 학교가 협력하여 마을방과후 돌봄체계를 만들자. 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을, 마을은 방과 후를 책임짐으로써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저녁 시간 이전에 아이를 공적으로 돌보는 체계가 생긴다면, 그것이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학교도 살리며 마을을 복원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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