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교육

배움과 놀이가 선순환하는 교육과정의 재구성

놀면서 하는 공부, 공부가 되는 놀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입시중심 교육은 학생들의 놀이시간을 빼앗아 갔다. 놀이는 배움의 근간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왕성한 신체활동을 통해 지식을 몸으로 체현하는 시기다. 놀이를 배움의 과정에 연결해 배움이 즐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움의 즐거움이 없는 수동적 학습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다.

글. 정용주(서울시교육청 연구교사)

교육과정 밖에서 노동과 여가

노동과 여가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교육사에서 가장 뿌리 깊은 갈등은 교육이 유용한 노동을 위한 준비를 시켜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교육은 여가 생활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의 대립이었다. 듀이에 따르면, 사회가 여러 계층으로 나뉘면서 계층에 따라 교육은 노동을 위한 교육(직업교육)과 여가를 위한 교육(자유교육)으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계층에 따른 교육의 차등화를 부정하면서 등장한 근대적 공교육 체제는 자유교육과 직업교육의 분리를 통합하는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토대로 세워졌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통합하지 못한 채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과 그 필요에서 면제된 사람 사이의 계층 구분을 오랫동안 승인해왔다. 이러한 역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근대국가의 교육은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과 여가의 기회를 고상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여러 사회 구성원 사이에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을 전제로, 유용한 노동을 위한 교육과 여가를 위한 교육을 통합하는 것을 추구해왔다.

교육과정 안에서 배움과 놀이

교육과정 밖에서 노동과 여가의 문제는 교육과정 안에서 배움과 놀이의 문제로 연결된다. 달리 말해 배움 자체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놀이를 배움의 과정에 연결해야 하며, 동시에 학습시간 자체를 적정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것은 교육과정 속에서는 학습내용의 적정화와 구조화(The Less is The More) 그리고 지식, 태도, 가치를 능동적 활동 속에서 통합하는 역량기반 교육과정으로 정리된다. 학습시간을 노동으로 대응시키면서 적정한 학습시간과 학습내용을 통제하고, 충분한 학습 외 놀이(여가)시간을 제공하며, 학생이 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동시에 학습과정 자체를 놀이화하여 자기주도성과 주체성이 학습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성인에게 과도한 노동시간이 문제가 되듯이, 학생에게 과도한 학습시간은 늘 문제가 되어왔다. 특히 초등단계부터 시작된 과도한 입시중심 교육은 저학년 학생들에게 놀이시간을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것은 아동의 성장발달을 왜곡하게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충분한 놀이시간확보와 놀이를 통한 배움이 중요한 이유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육활동이 어린 학습자의 신체적 활동이라는 자연성을 고도로 통제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능동적 신체활동이 왕성한 아이들이 자연적 리듬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교실에 얌전하게 앉아 본래의 에너지를 본능과 능동적 경향성을 억압하는 소극적인 과업에 소모하게 된다. 신체적인 힘을 의미 있고 우아하게 활용하도록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자유롭게 발휘하지 못하고 억지로 부과된 의무를 받아들이는 데 쓰게 되면, 배움 자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배움으로부터 멀어지는 학생이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OECD 보고서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통제된 환경에서 배움의 즐거움이 제거된 수동적 학습을 하게 되면 단기적인 점수 향상에는 기여하는 바가 있으나 지속 가능한 배움, 전인적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문제점을 토대로 하여 교육과정 안에서 놀이와 배움에 대해 살펴보면, 학습자의 본능적 경향성에 의해 일어나는 교육활동이 정규 학교 공부의 한 부분이 될 때, 학생은 전인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자연적 충동을 활용하는 신체적 활동을 교육활동 속에서 충분히 경험하게 될 때 학교에 다니는 것이 기쁨이 되고, 학습은 더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경험이 된다. 또 교사들이 느끼는 학생 행동관리의 부담도 줄어들게 되어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이 분리되지 않고 교육활동 속에서 생활지도가 통합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습량의 적정화, 융합, 능동, 협력, 직접체험, 자기 주도적 배움이 강조되고 있고, 이를 종합하는 것이 ‘교육과정 안에서의 놀이’이다.

놀이와 배움이 선순환하는 교육과정 재구성

놀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놀이의 결정적인 특징을 단순 재미나 무목적성으로 접근하면서 여전히 의미없는 소란으로 치부한다. 또 신체적 움직임, 놀이, 능동적 활동을 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도 미비하다. 그래서 교사들은 놀이를 교육과정과 분리하여 정규교과에서 오는 지긋지긋한 긴장을 다소간 풀어주는 일종의 기분전환과 공부를 위한 충전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학습자의 관점에서 보면, 교육과정에서 놀이와 배움의 통합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놀이가 잠정적인 편의나 순간적인 기분전환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배움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학습자는 놀이와 통합된 능동적 배움활동 속에서 풍부한 의미가 내재된 학습경험을 주도적이며, 지속적으로 재구성해나가게 된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 그것도 저학년 시기는 앎의 초기 단계로 이 시기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식을 몸으로 체현하게 된다. 따라서 놀이와 배움이 바람직한 정신적, 도덕적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학습 환경이 구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특히 1, 2학년에서 놀이의 지적, 심리적, 교육학적 특성을 중심으로 배움을 능동적 활동으로 재구성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입시, 대학 서열화, 불안정 노동시장이라는 강력한 중력장’ 속에서 책 읽기, 봉사활동 등이 ‘학종’을 위한 스펙 쌓기가 되는 것처럼 놀면서 하는 공부, 공부가 되는 놀이도 수학놀이학원처럼 입시교육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주체로서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배움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놀이와 배움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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