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탐방

책(북)으로 소통(소)하는 우리(리)

서울홍연초등학교의 도서명예교사회 활동

서울홍연초등학교에는 조금 특별한 책 읽기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 그 바탕에는 도서명예교사회 ‘북소리’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책 읽기 문화 장려를 위한 학교의 지원이 있다.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학부모들, 그 시간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책을 통한 소통의 이야기, 서울홍연초등학교에서 확인해보자.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학교생활에 스며든 책 읽기 문화

서울홍연초등학교(교장 김주석) 2학년 교실마다 그림책 읽기가 한창이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 앞에서 그림책을 펼쳐 들고 때로는 호랑이로, 할머니로, 어린아이로 목소리를 바꿔가며 실감 나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사람은 서울홍연초의 도서명예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다.

학생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도서명예교사가 읽어주는 그림책에 푹 빠져들어 있었다. 한 권의 그림책 읽기가 끝나고 다음 책을 준비하는 사이, 잠시 한눈을 팔거나 옆 친구와 장난을 칠 만도 한데 학생들은 빨리 다음 책을 보고 싶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낼 뿐이었다. 마지막 네 번째 그림책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하지만 움직이는 학생 한 명 없이 모두 자리를 지키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림책에만 집중했다.

이렇듯 서울홍연초에는 특별한 책 읽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문 동화구연사 못지않게 실감 나는 연기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학부모와 누구보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들. 그렇게 서울홍연초 학생들에게 책은 항상 함께하는 친구가 됐고, 책 읽기는 습관처럼 학교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바로 그 중심에는 학부모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도서명예교사회 ‘북소리’가 있다.

자발적 참여로 구성된 도서명예교사회

서울홍연초의 책 읽기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5년 전부터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독서동아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읽어주던 것이 호응을 얻으며 지금의 책 읽기 문화로 이어졌다. 현재 책 읽기 활동은 도서명예교사회인 북소리가 2년 전부터 담당하고 있다.

북소리의 활동은 그림책 읽어주기, 그림책 연구, 막대 인형극 공연 등 크게 세 가지다. 구성 첫해였던 작년에는 학부모들의 희망 활동 분야가 제각각이어서 활동에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분야 구분 없이 모든 활동이 가능한 학부모들로만 구성하여 더욱 짜임새 있고 체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 역시 이런 북소리의 체계적인 활동에 발맞춰 다양한 독서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10월에는 독서행사주간을 마련하여 그림책 작가와 학생들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북소리의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은 매달 금요일마다 열린다. 셋째 주는 1학년, 넷째 주 금요일은 2학년을 대상으로 모든 학급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활동은 단순한 그림책 읽어주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림책 읽어주기 시간이 끝나고 나면 한곳에 모여 아이들의 반응을 공유하고, 지난 시간의 후기를 발표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그림책을 읽어주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눈다. 더불어 한 해가 마무리되면 그동안의 발제와 후기 등을 한데 묶어 ‘1년 공부집’까지 발간한다. ‘교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북소리는 이 외에도 막대 인형극을 준비해 학생들에게 공연한다. 인형, 배경 등 소품은 물론 대본, 성우, 음향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것은 학부모들이 직접 제작한다. 여기에 더욱 실감 나는 공연을 위해서 음향효과는 무대 옆에 마련된 건반으로 직접 처리한다. 올해는 지난 7월 1학년과 2학년, 9월에는 3학년 학생들에게 ‘재주 많은 다섯 친구’를 공연했다. 특히, 1, 2학년 공연을 마친 뒤에는 개별반 학생 2명을 초대해 2명만을 위한 특별공연을 선보여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서울홍연초에는 책 읽기가 하나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그 바탕에는 자발적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도서명예교사회와 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학교의 노력이 깔려 있다. 서울홍연초만의 책을 통한 소통과 책 읽기 문화가 앞으로 계속되길 바라본다.

박상희 학부모

서울홍연초등학교 도서명예교사회 ‘북소리’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희 학부모는 서울홍연초 책 읽기 문화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5년 전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책 읽기 활동 당시에도 박상희 학부모는 연구회 소속으로 서울홍연초와 함께했다.

“아이와 어른이 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이제 막 읽고 쓰기 시작한 아이들은 책에 담긴 의미나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느끼기 어려워요.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돼요. 2기 어머니들이 책 읽어주기 시간에 1기의 모습을 모니터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 반응을 보이는지 경험이 쌓이면 조금 더 효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거든요.”

어느 학부모 모임보다 체계적인 북소리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활동한다. 회의마다 출석을 체크해 출석률이 90%에 못 미치면 다음 해에는 북소리 활동을 하지 못한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건 꼭 출석률 때문은 아니에요. 이전에는 흔한 전업주부였다가 선생님 역할을 할 때 삶의 새로운 활력소를 얻어요. 집에서는 연습 삼아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더 많은 시간을 대화하는 기회가 돼요. 자녀와 책으로 소통하며 노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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