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여자는 발레, 남자는 태권도…꼭 그래야 하나요?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교육

“남자는 씩씩해야 해. 여자는 얌전해야 해.”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지 않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양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서울금나래초 학부모독서동아리 ‘보람줄’ 학부모들의 솔직한 수다를 통해 남성, 여성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 없는 양성평등 인식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해보자.

인터뷰. 김지영(<지금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인식

김지영 요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현재 30~40대인 여성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가 현장감 있게 잘 그려져 있어서 저도 공감이 많이 됐어요. 여러분은 책을 읽고 어떠셨나요?

윤순애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제가 양성평등에 대해 무지했다고 느꼈어요. 유교사상이 깊게 뿌리내린 사회에서 불평등을 불평등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아요. 양성평등에 대한 무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된 책이었어요.

강민화 저는 책 내용이 마치 제 삶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인생의 80%가 책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더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최은희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하잖아요. 불쌍하다는 감정보다는 책 속의 이야기가 내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을 한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남자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강재운 저도 남자가 읽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제 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사실 아들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아이에게 양성평등과 남녀차별을 말로 설명해주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아이가 책을 읽고 나면 평등과 차별에 대해 제가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게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민화

김지영 책 이야기를 하면서 양성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오늘 함께하신 분들도 그동안 부모님에게 가정교육을 받았던 유년기, 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을 거쳐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고 이제는 전업주부나 워킹맘으로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동안의 경험을 떠올려봤을 때 불평등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낀 건 언제였나요?

최은희 저는 결혼을 하고 나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는데요. 20여 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여직원은 결혼하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게 일종의 관례였던 곳이에요. 솔직히 당시에는 일을 그만두면 조금은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경력이 단절된 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게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 느껴요.

윤순애 그때는 불평등하다고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불평등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어요. 회사에 같은 시기에 입사해도 여직원이 급여를 더 적게 받거나 똑같이 일해도 남자가 먼저 승진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여직원은 힘든 일이 주어지면 회피하려는 경향이 더 많다는 것도 인정해요. 근데 그렇지 않은 여직원도 많거든요. 이 사실을 아예 배제해버리는 게 문제예요. 그렇게 행동하는 여직원, 그런 환경 둘 다 문제라고 봐요.

강민화 양성평등 의식이 높아지면서 여군 인원이 많이 늘었잖아요. 직업군인인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힘든 훈련이 있을 때는 여자라서 못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반면에 화장실 문제와 같이 주변환경에 의해서 겪는 어려움을 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양성평등을 추구하려면 성별에 따른 불편함이 없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해요.

강재운 제가 다닌 회사는 학력, 성별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곳이었어요. 일한 만큼 똑같이 받고, 결혼이나 출산을 했다고 퇴직을 권유받지 않았어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사례도 있을 수 있겠구나, 내 경험과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강재운

치우침 없는 양성평등 교육

김지영 아이들을 키우면서 양성평등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우리 아이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가 평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았으면 하는 게 모두의 바람일 거예요. 그런데도 가정에서 아이를 가르치면서 은연중에 실수하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요.

강민화 저는 초등 3학년 남자, 5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무의식중에 옷의 스타일이나 색상을 성별에 맞추려고 해요. 딸아이는 발레보다는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 하고 옷도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으려고 해요. 솔직히 엄마 입장에서는 예쁜 ‘여자 옷’을 입히고 싶은데 딸아이는 싫어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가진 고정관념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윤순애 요즘에는 여자아이한테 로봇을 사 주고, 남자아이한테 인형을 사 주는 엄마들도 있다고 해요. 성별에 따른 관습과 고정관념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아이에게 주입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강민화 큰아이는 눈물이 많아서 곧잘 울어요. 그러면 저도 모르게 ‘남자가 왜 울어. 울지 마’라고 해요. 남자라도 감정이 있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데 울지 말라고만 다그쳤던 게 미안해지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흔히 하는 실수인 거죠.

윤순애 책 내용 중에 식당에서 수저를 챙기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와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먼저 수저를 올려놓는 것도 스스로 행하는 성차별이라는 내용이 있어요. 저도 회사에 다닐 때 그렇게 했어요. 근데 성별을 떠나서 나이가 많은 윗사람에 대한 예의로 한 거였거든요. 아이들도 식당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수저를 챙겨드리고 칭찬을 받아요. 책을 보면서 이걸 계속하도록 할지, 하지 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이들에게는 이런 행동이 성 역할이 아니라 예의범절에 따른 행동이라고 그 기준을 정확하게 가르쳐야겠다고 느꼈어요.

강재운 관습적인 성 역할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건 자라면서 그런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에요. 부모님 세대는 아빠가 집안일을 잘 도와주거나 요리를 자주 하는 세대는 아니었잖아요. 우리도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자란 거죠. 지금 아이들도 엄마나 여자가 수저를 챙기는 모습을 많이 봐왔으니 그런 일은 여자가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죠.

최은희 일상생활에서 평등에 대해 가르치면 결국 나중에는 하나의 문화로 형성돼서 양성평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윤순애

김지영 관습적인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 가정에서부터 많이 노력하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에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니잖아요. 남자답지 못하면, 여성스럽지 않으면 눈총을 받기도 하고요. 이런 시선들 때문에 가정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고민이 되지는 않나요?

강민화 큰아이가 자주 우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많아요. 주변에서 ‘남자가 돼서 왜 저렇게 많이 울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이를 혼내고 다그치게 돼요. 그럴 때마다 아이의 성향대로 감정표현을 하는 건데 주위 시선 때문에 억지로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대로 놔두면 혹시 다른 아이들한테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갈등이 생겨요.

최은희 친구가 6살 여자아이를 키우는데, 흔히 말하는 유별난 아이예요. 만약에 남자아이였다면 장난꾸러기정도로 여기겠지만, 여자아이니까 유별나다고 하는 거죠.

윤순애 그래도 예전보다 사회 환경이나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아빠도 많고, 육아휴직을 여직원뿐만 아니라 남직원에게도 주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잖아요. 양성평등을 바라보는 인식이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그리고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최은희

김지영 앞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는 건 결국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는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이 보다 더 잘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학교와 우리 교육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오늘 수다를 마치도록 할게요.

강재운 한번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여자아이가 놀려서 하지 말라며 밀쳤다가, 여자아이를 때렸다고 선생님께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여자는 남자보다 힘이 약하니까 보호해야 하고 네가 더 많이 참아야 한다고 달래기는 했지만, 여자니까 참아야 한다, 남자니까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상황에 맞게 잘 중재했으면 좋겠어요.

강민화 저도 큰아이가 ‘레이디 퍼스트’라고 해서 종례 후에 여자아이들이 먼저 나가고 나면 남자아이들은 뒤늦게 나가게 한다면서 빨리 나가서 놀고 싶다고 불평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사실 밥을 먹거나 하교하는데 성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레이디 퍼스트를 가르쳐주는 건 좋지만, 형평성에 맞게 한 번씩 순서를 바꾸는 식으로 해서 상황과 성별에 관계없는 무조건적인 배려로 인한 역차별은 느끼지 않도록 했으면 해요.

최은희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니까 배려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레이디 퍼스트’를 하는 건데, 남자도 여자보다 약할 수 있는 거잖아요. 조건 없는 배려에만 익숙해지면 결국 여자아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나약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될 거예요.

윤순애 물론 말씀하셨던 사례들은 일부의 사례일 뿐이고, 그런 몇몇 선생님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생님은 성별로 순서를 정하게 되면 남자, 여자 한 명씩 섞거나 번호대로 하면 한번은 앞번호부터, 그 다음은 뒷번호부터 순서를 바꿔가면서 공평하게 기회를 준다고 해요. 성별을 차별하지 않는 균형 있는 교육, 아이들이 공식처럼 외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예의범절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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