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교육

재단하지 않은 가능성의 오로라

노르웨이 다큐멘터리 영화 <천사들의 합창 : 노르웨이 유치원>

글. 이중기

노르웨이에 위치한 발도로프 유치원인 ‘오로라’. 이곳의 교실은 유치원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곳이다. 오로라가 위치한 곳은 노르웨이의 자연이 오롯이 담긴 숲 언저리. 이곳에서 원아들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알아간다.

익숙하게 알려진 북유럽 발도로프 유치원의 모습임에도 <천사들의 합창 : 노르웨이 유치원>이 지루하지 않은 까닭은 생생한 아이들의 표정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담담한 다큐멘터리는 그 흔한 내레이션도 자막도 없다. 다만 유치원의 일상을 지근거리에서 담아낼 뿐이다. 아이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카메라는 한두 번의 만남으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생생한 평소 모습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있지만 카메라가 특히 주목하는 나이는 바로 여섯 살.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갈 여섯 살 아이들은 ‘여섯 살 클럽’이라는 재미난 이름의 모둠으로 꾸려져 활동하곤 한다. 이들의 활동은 특별할 것은 없다. 숲속에서 나뭇가지 주워보기, 숲속의 동식물 관찰하기, 나무와 바위를 놀이터 삼아 친구들과 놀이를 만들어 함께하기와 같은 것들이다. 그 과정 속에서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이야기와 규칙을 제공하면 선생님의 역할은 거기서 끝이 난다. 나머지 여백을 채워 넣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개미를 먹고 “레몬 맛이 나요”라고 외치는 아이와 풀을 뜯어보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보고 “식물도 생명이야”라고 주의를 주는 아이까지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숲속에서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실내에서의 교육은 어떨까? 아이들이 손수 찾아온 나뭇가지의 용도는 목마를 만들기 위한 재료였다. 선생님의 지도하에 아이들은 직접 대패질을 하고 페인트칠을 한다. 노작교육이다. 자신이 직접 찾은 재료를 자신이 직접 다듬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 어떤 것이든 쉽게 오는 것이 없음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그리고 그 과정과 과정 사이를 잇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가지게 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숲속에서 마이크와 비슷한 길이를 지닌 나무막대를 찾은 한 아이가 이윽고 리포터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나오는 멘트가 제법 진지하다. “사람들은 자연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유조선을 침몰시켜 바다를 오염시키죠.” 촌철살인의 연역법은 어른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동시에 숲이 주는 가르침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무엇인가를 외우거나 쓰거나 읽은 적은 없지만, 아이들은 그 어느 시절보다 예민하게 열려 있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상을 배워나간다.

영화는 아이들의 졸업과 함께 끝이 난다. 흔한 졸업식임에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아이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익숙한 것에서 안락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오로라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단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 오로라 유치원에서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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