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통합교육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다

통합교육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방향

진정한 통합교육은 어떤 의미일까? 통합교육을 주제로 한 이번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서로 다른 이들을 한데 묶는 ‘통합’이 아닌 각자의 모습 그대로 존중받는 통합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합교육, 그중에서도 장애-비장애에 초점을 맞춰 통합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본다.

정리.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이승준

다양함은 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가치

변춘희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존중하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지향점입니다. 그러나 최근 여성 혐오 사건, 특수학교 설립 반대 등 다양성 존중이나 공존이라는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장애인 교육 관련 전문가 네 분을 모시고 통합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통합교육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는데, 먼저 통합교육을 정의해주세요.

류경원 저는 초등학교에서 20년 동안 특수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통합교육은 특별한 교육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이 자신의 장애 특성이나 유형에 맞는 적절한 편의를 받으면서 일반학교에서 차별 없이 교육받고 함께 어울려 학교생활을 하는 교육입니다. 교과를 통합하는 것도 통합교육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통합교육이라고 하면 여러 의미로 이해할 수 있어요. 요즘은 장애뿐 아니라 다문화도 통합교육에 포함돼요.

김종옥 2500년 전 공자는 예를 갖추면 장애 여부나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교육했어요. 통합교육의 역사는 아주 많이 오래되었죠. 공교육의 이념이 바로 통합교육이에요.

변춘희 다양함은 소수를 위한 게 아니고 모두를 위한 가치인데도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다문화 학생을 위해 다문화 교육을 한다고 오해하시는 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장애인 통합교육에 대해 불편해하는 비장애인들이 많은데 통합교육이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요?

통합교육을 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시민교육이 이루어지는 거죠. 하지 않아도 되는 수고와 배려를 베푸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예의를 가르치길 바랍니다. 김종옥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원

김종옥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분노했던 건 장애학생을 받아주는 게 대단한 특혜인 양 생각하는 거였어요. 통합교육을 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시민교육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장애인이 같이 있어도 다르다고 의식하지 못하고,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지 않고, 소수자가 소수자임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성숙한 시민사회잖아요.

박승유 방송에서 스웨덴의 한 학부모가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고르기 위해 장애인이 있는 유치원을 찾아다니는 걸 봤어요. 우리와는 기준이 달라서 놀랐어요. 아이가 자라면 여러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텐데 어릴 때부터 함께 생활해야 더 쉽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비장애학생 학부모님들은 아이의 공부가 뒤처지거나, 지적장애나 자폐 학생이 아이를 때려서 다치게 하거나, 아이가 장애학생을 괴롭히거나 때리면서 인성이 나빠질까 봐 걱정하세요. 통합교육을 받으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정리해봤는데요. 먼저, 함께 배우고 생활하면서 장애인에 대해 생각하고 도우며 자신의 태도를 성찰할 수 있어요. 또 장애에 대해 알고 장애인을 바르게 이해하면서 다양성을 수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비장애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줄이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요. 통합교육을 받는 비장애학생들은 읽기와 수학성적의 성취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장애학생을 위해 추가로 받은 교수전략으로 인해 비장애학생에게도 효과가 나타나는 거예요. 일찍 성숙해지고 자신의 인생과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데 장애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거죠. 발달장애학생이 수업 중에 소리를 지르는 등 돌발행동을 할 때 통합교육을 받은 학생은 옆에서 토닥거리면서 “선생님 괜찮아요. 이러다가 다시 조용해져요”라며 오히려 교사인 저를 안심시키더라고요. 그런데 통합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학생들은 저를 보고도 신기해하고 긴장해요.

김정이 스웨덴 학부모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학교란 편하고 좋은 걸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불편함을 껴안는 훈련을 시키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가족과 함께 있어도 서로 다름으로 인한 불편함이 있잖아요. 이런 불편함을 껴안지 못하니까 그냥 깨버리는 거예요. 이혼율이 증가하고 아예 결혼하지 않거나 명절에 가족과 함께하지 않는 것도 불편함을 피하는 거거든요. 장애학생들도 특수학교에서 그들끼리만 생활하는 게 더 편할 거예요. 불편하더라도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이 많을수록 서로 불편함을 껴안는 경험이 쌓이고 사회적응력이 높아지는 거죠.

통합교육을 통해 함께 배우고 생활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성찰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줄이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요. 박승유 라이프라인 장애인자립진흥회 상임이사

각자의 모습으로 존중받는 통합교육

박승유 장애 하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면 불쌍하고, 불행해 보이고, 불편해 보인다는 대답을 많이 해요. 이런 개념을 가지다 보니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손상으로 말미암아 일생에 걸쳐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을 겪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요. 영국은 1970년대부터 ‘내가 장애인이어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되었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발달장애는 발달장애인대로, 지체장애는 지체장애인대로 각자 인생의 모양대로 살아가고 있는데 나를 둘러싼 사회가 나를 불편하게 바라보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 결국 내가 불편하게 되었다는 거죠. 개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해요.

류경원 일반학교에 있다가 힘들고 불편하니까 특수학교로 옮기는 장애학생이 많아요. 어떤 의사 선생님이 “장애 여부를 떠나서 부모님들도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 않냐. 친한 애들끼리만 뭉치고 서로 따돌리기도 하고 불편한 일이 많았을 거다. 싸우기도 하고 투덜거리며 갈등도 겪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큰다. 인간이라서 겪는 갈등이고 인간으로서 극복해야 하는 삶의 과제로 보고 접근하자”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우리가 장애에 집착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김종옥 힘들어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12년 동안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3할이고, 내 고집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일을 아이가 겪게 했다는 후회가 7할이에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12년 동안 힘든 경험이 많았어요. 학교 화장실에서 지옥 같은 일을 너무 많이 겪어서 아이가 화장실에 대한 강박감이 생겼고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해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1년은 너무 괜찮았고, 어떤 1년은 지옥에서 지냈어요. 하지 않아도 되는 수고와 배려를 베푸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예의를 가르치길 바랍니다.

학교는 편하고 좋은 걸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불편함을 껴안는 훈련을 시키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편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서로 불편함을 껴안는 경험이 쌓이고 사회적응력이 높아지는 거죠. 김정이 지식에너지연구소 대표

변춘희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통합교육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에게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는군요.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라면 장애학생이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특수학교를 더 늘리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 통합교육을 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요?

류경원 저는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특수학교에서 분리교육을 하면 장애인을 배제하게 되거든요. 일반학교의 시설을 개선하고 편의를 제공해서 통합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하지만 지금은 통합교육 지원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학교에서 힘들어하는 장애학생을 위해 특수학교도 필요해요. 초등학교는 50~60%가 통합교육을 하고 있지만, 중학교는 30%, 고등학교는 10%도 안 돼요. 중학교 시기는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학교 폭력이 심한 사춘기인데, 특수교사도 없고 학교에서 적절한 지원 없이 물리적으로만 통합해놓으니까 힘들고 상처받아서 학교를 옮겨요. 또 중고등학교는 사립학교가 많아요. 특수교사 수가 부족하고, 지위도 낮고, 계약직이 많아서 자주 바뀌는 문제도 해결해야 해요. 지금은 장애학생이 특수학급에서 수업하는 방식인데 특수교사가 일반교실에 들어가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고요. 엘리베이터, 점자, 통역사 배치 등 시각장애, 감각장애 등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해요.

김정이 장애인들에게 오카리나 같은 악기를 연주하게 한다든지, 장애인도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식의 무대가 많아요. 장애학생 부모님 중에는 예술행위를 통해서 장애가 완화되거나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예술을 도구로 생각하기도 해요.

특수교사 수가 부족하고, 지위도 낮고, 계약직이 많아서 자주 바뀌는 문제도 해결해야 해요. 지금은 장애 학생이 특수학급에서 수업하는 방식인데 특수교사가 일반교실에 들어가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고요. 류경원 서울독산초 특수교사

박승유 호주의 스텔라 영이라는 분이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무언가를 해내서 대단하다고 칭찬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굉장히 공감해요.

김정이 약 10명의 예술가가 장애인 시설에서 3개월 동안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고 나서 선보인 ‘총체적 난극’이라는 공연이 있어요. 총체적 난극은 장애인이 자신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는 무대였어요.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무대에서 보여주면 예술가들이 그걸 꾸며서 극으로 전환했어요.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큰 스크린에 탁구대를 그리면 탁구대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와서 장애인과 탁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요리사가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그리면 무대에 장애인이 라면을 끓여 먹는 과정을 보여줘요. 불과 칼을 다루는 요리는 장애인에게 금기의 영역이에요. 연극은 관객이 극에 몰입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건데 관객들이 그 느린 장면을 엄청 몰입해서 보는 거예요. 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한 아이가 무대에 올라왔는데, 한 달 전만 해도 클라리넷으로 곡을 연주했었던 아이가 병이 빠르게 진행돼서 그날 무대에서는 겨우 클라리넷을 조립만 하고는 어머니가 무대에서 데리고 내려갔어요. 영상으로 초등학교 때 클라리넷 신동으로 불리며 연주하는 모습부터 한 달 전 연주 모습까지 전 생애를 보여줬는데 대사 하나 없는 이 무대를 보고 모두가 울었어요. 저는 공연을 보면서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는 속도일 뿐이라고 느꼈어요.

변춘희 장애를 어떻게 만날지 사회적 경험도 중요하군요. 외국의 교과서나 그림책을 보면 글에 장애인이 나오지 않아도 그림에는 장애인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거죠. 오늘 주로 장애인 통합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문화 혹은 젠더 문제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녹여서 하나로 만드는 통합이 아니라 각자의 모습으로 존중받는 통합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앞으로 훨씬 빠른 변화를 기대해보겠습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