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수다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잖아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우리의 학교 그리고 사회는 다양한 모습의 구성원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존중하고 있을까?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종종 다른 모습의 사람과 생각을 획일적인 기준에 맞춰 존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존중하는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터뷰. 전은영(<지금서울교육> 편집위원) / 정리. 신병철 / 사진. 이승준

다름을 받아들이는 여유

전은영 저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우리 교육 그리고 사회가 다양성을 조금 더 존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시험 역시 다양한 대답을 듣는 게 아니라 이미 모범답안이 정해져 있잖아요. 학교에는 외모, 생각, 가정환경 등 정말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 우리 교육이 아이들의 이 다양성을 다 담고 있는지 이야기하려고 해요. 오늘은 초중고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녀의 학부모가 모였네요. 주저 없이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일, 학생이 의견을 개진하는 일들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윤옥진 먼저 가정에서의 모습을 살펴보면, 부모가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아이들의 생각을 억누르는 경우도 많죠. ‘엄마, 아빠가 살면서 겪어보니까 그 생각은 잘못된 것 같아. 이렇게 하는 게 좋아’라고 말하는 거죠. 저는 우리나라의 교육에 획일과 효율의 비중이 높아서 아이들의 다양성을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이윤주 저는 저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독특한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부모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는 달라지더라고요.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설득하고 조율하는 과정도 많아서 그만큼 피곤한 일도 많고, 때로는 공격받기도 하니까 어차피 한국 사회에서 살 거라면 튀지 않고 무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송윤희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을 이루어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효율을 위해서라도 더 획일화된 기준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교육선진국들을 보면 선생님 한 명이 가르치는 학생 수가 우리나라보다 적은데, 그러면 학생 하나하나 여유를 갖고 다 살펴볼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는 선생님이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모든 학생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하죠.

윤옥진 교육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의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게 된 걸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먼저 유럽 여러 나라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굉장히 폐쇄된 시절들이 있었고, 근대로 접어들면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일 급했어요. 일단 의식주가 해결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기 마련인데, 획일화를 추구하면서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다 보니까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던 거죠.

“학교에서 학생자치가 더 늘어났으면 해요.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수용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건데, 그런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워요. 자기 생각을 말하는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해요.” 윤옥진

전은영 아무래도 단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룩하려다 보니까 빨리빨리 선별하고, 구분 짓는 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시대를 살아온 우리 기성세대들은 아무래도 타인의 개성을 인정하고 이해할 물리적인 여유가 부족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윤옥진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살펴보면 모난 돌이 정을 맞아왔어요. 기성세대가 가진 아픔이 자녀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투영되기도 하겠죠. 예를 들면, “그저 대세를 따라라. 옳은 소리 하면 피곤하다.” 이런 식으로요.

전은영 우리 아이의 반에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있는데, 제 아들이랑도 아주 친한 친구가 됐어요. 아이들은 부모가 참견하지 않고 그냥 두면 아무런 편견 없이 서로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렇게 1년쯤 지나고 나서 우리 아이가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고는 비장애학생에게 마음을 닫지 않고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준 그 친구가 고맙더라고요.

송윤희 저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는데요. 아이들이 어릴수록, 아이들끼리만 있으면 차별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지낼 텐데 오히려 어른들이 그 차이를 구분 지어서 다름을 차별로 만들지 않나 생각할 때가 있어요.

윤옥진 장애를 가진 학생이 그 지역의 유치원이나 학교에 입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그게 당연하도록 법제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편견 없는 유치원 때부터 자연스럽게 서로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말이죠.

송윤희 적어도 배움에서는 경쟁구도보다는 협력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누구 때문에 우리 반이 꼴찌를 했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경쟁이 없다면 서로 도우며 즐기고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저기까지 어느 반이 먼저 가나?’라고 하는 순간 그 학생이 짐이 되는 거죠.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답을 찾는 교육이에요. 모호한 대답은 허용되지 않아요. 비록 정답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송윤희

다름을 말할 기회

전은영 겉모습만큼이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마련인데요. 남들과는 다른 개성 있고 독특한 생각을 하거나 때로는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윤옥진 혹시 주제에서 벗어나는 말은 아닐까, 틀린 말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서게 되는데, 자기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함께 토론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경험이 없었으니까 의견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해요. 모든 일에 항상 정해진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송윤희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답을 찾는 교육이에요. 모호한 대답은 허용되지 않아요. 부모들이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이 정답이 아닌 대답을 하면 다시 정답을 말하게끔 유도를 해요. 비록 정답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부모부터가 알게 모르게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윤옥진 대학입시 논술전형에도 정해진 모범답안이 있다고 하잖아요. 핵심 키워드를 정해놓고 답안지에 그 키워드가 몇 개나 들어갔는지 먼저 컴퓨터로 선별하고, 핵심 키워드가 많이 들어간 답안지를 교수님이 채점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전은영 수학 서술의 풀이과정 채점을 보면 모범답안이 제시되어 있고, 그 과정들을 빠트리지 않고 쓰면 5점 만점, 하나를 빠트리면 4점 이런 식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식의 채점을 몇 년간 지속한다면 아이들에게 학습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보면 연필을 잡고 생각을 쓰는 순간 감점의 위기에 늘 노출되는 거죠. 상상과 창의의 날개가 자랄 시기에 형평, 효율, 획일의 잣대로 날개를 무참히 꺾어놓고, 정작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며 아이디어 전쟁으로 내몰아요. 아이러니라는 생각을 늘 해왔어요. 배움과 삶이 당당한 아이가 되려면, 대학입시를 포함해 전체 교육과정에서 평가의 관점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마다 개별성과 독특성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임을 인지하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내 아이만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부모님부터 연습해야 해요.” 이윤주

송윤희 동네에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있는데, 항상 엄마와 웃으면서 사이좋게 대화를 하더라고요. 엄마에게 ‘중2병’ 시기의 아이와 어떻게 그렇게 웃으며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무슨 얘기를 하든지 절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면서 아이는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거절당하지 않고, 엄마가 귀 기울여 들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윤주 아이들이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자리가 더 많았으면 해요. 그런데 일단 가정에서부터 부모와 아이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적고,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안타까워요.

윤옥진 그런 면에서 학교에서도 학생자치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이 수용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건데, 그런 학생자치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워요.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마련해줘야 해요.

전은영 선생님이 수업을 하면 아이들은 50분이든 1시간이든 선생님의 말을 집중해서 듣잖아요. 반대로 ‘아이가 그 시간 동안 말한다면 선생님이나 부모는 매번 들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부터도 힘들 거 같아 씁쓸히 웃음 지었던 적이 있어요. 관철 여부를 떠나 학교가 학생의 의견을 듣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윤주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가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처럼 아이들이 1년 정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찾는 과정이 있다는 거였어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걸 원하는지도 모른 채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16년 동안 쉼 없이 달리기만 하잖아요. 물론, 우리 교육에도 이런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윤옥진 자존감도 다양성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자존감이 높으면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데, 자존감이 낮으면 다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처럼 느끼잖아요. 학생 개개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은영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많이 거치면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에 상처를 덜 받게 돼요. 처음에는 반대의견에 상처를 받기 마련인데, 내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일이 많아질수록 점점 나와는 다른 의견에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그 의견을 존중할 수 있게 돼요. 반대되는 의견에 상처받지 않아야 내 의견을 말하는 데도 두려움이 없어지는 거죠.

윤옥진 물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한꺼번에 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촛불이 하나하나 모여 큰일을 이뤄낸 것처럼, 나 혼자만이라도 실천하면 결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이윤주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은데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영유아기 시절부터 아이마다 개별성과 독특성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임을 인지하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내 아이만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부모님부터 연습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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