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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세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사피엔스> + <호모 데우스> 그리고 <총 균 쇠>

호모사피엔스는 10만 년 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인간 종 중에서 유일한 승자가 됐다. 사피엔스, 즉 인류는 기아, 역병, 전쟁을 진압하고, 신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불멸, 행복, 신성의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과학은 사피엔스가 창조한 상호주관적 실재의 토대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사피엔스 세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는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글.권종현 선생님(우신중학교)

두 명의 제너럴스페셜리스트

인문학책을 읽고도 연작 대하소설을 읽은 후의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미스터리 서스펜스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미묘한 흥분도 함께 느낀다.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하라리의 <사피엔스> 그리고 <호모 데우스>를 읽은 느낌이 꼭 그렇다. 아이들을 제너럴스페셜리스트로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제너럴리스트(보편 분야를 다양하게 두루 섭렵한 사람)가 되기도 어렵고, 스페셜리스트(특수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제너럴스페셜리스트가 되라고? 세상에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 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다. <총 균 쇠>의 저자 다이아몬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여 하나의 주제를 파고드는 방대한 저작물에 놀랐다. 그 책은 ‘왜 어떤 민족들은 다른 민족들의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했는가?’ , ‘왜 대륙마다 문명 발달 속도에 차이가 생겨났는가?’라는 스스로 던진 거대한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 대해 쓴 책이다. 그 답을 얻기 위해 역사학, 유전학, 병리학, 고고학, 동식물학, 문화인류학, 생태학과 생태지리학, 언어학(언어연대학과 비교언어학)의 전문 분야를 융합하고 통섭한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300만 년의 인류 역사, 1만 2000년의 신석기 혁명과 전파, 국가의 기원, 불평등의 기원, 문명과 야만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다이아몬드에게서 영향을 받아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가 인류 역사를 100년, 200년 단위가 아니라 만 년, 십만 년 단위로 응시하는 거시적 스케일은 <총 균 쇠>를 닮았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서술방식 또한 흡사하다. 질문과 답변의 내용이 다를 뿐, 다양한 학문(주로 역사학과 생물학 및 유전공학)을 통섭한 제너럴스페셜리스트라는 점에서 하라리는 다아이몬드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미래 변화를 맞아 알아야 할 것들

다이아몬드가 <총 균 쇠>에서 대륙 또는 지역 간 문명 발달 속도 차이의 원인을 찾고자 했다면,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당시 존재하던 여러 영장류 중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라는 행성을 지배할 수 있었는가를 규명하고자 했다. 우리가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아는 인류가 순서대로 출현했다가 사라졌다고 믿는 것이다. 호모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자바인, 호모사피엔스 등은 차례대로 등장했다가 사라지지 않았다. 10만여 년 전에 지구상에는 최소한 6종 이상의 인류 종이 동시에 살았다. 종은 알다시피 교배를 통해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을 수 있는 동물 분류의 최소 단위다. 호모사피엔스는 어떻게 다른 종들을 전멸시키고 지구의 슈퍼 알파 종이 되었나?

하라리는 사피엔스 지구 정복의 역사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7만여 년 전의 인지혁명은 ‘상호주관적 실재’를 창조하는 능력으로 극대화되었다고 말한다. 상호주관적 실재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모두가 믿음으로써 현실적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들은 신(神), 돈, 법, 인권, 국가 등이다. 다수가 협력할 수 있는 능력과 상호주관적 실재를 창조하는 능력은 사피엔스를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렸다. 그리고 1만여 년 전 작물화 및 가축화를 통한 농업혁명과 500여 년 전의 과학혁명으로 이어졌다. 누구도 지적(知的)설계를 하지 않았지만 사피엔스는 지구상의 슈퍼 알파 종이 되었다.

그런데 21세기 과학은 사피엔스의 상호주관적 실재의 토대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호모 데우스>는 향후 객관적 과학 지식의 성과가 사피엔스의 상호주관적 실재 세계를 무너뜨릴 가능성을 던진다. 사피엔스의 오랜 신화들, 예를 들면 인간 자아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등을 해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아란 무엇인가? 마음은 무엇이고, 행복은 또 무엇인가? 현대 과학은 이런 것들조차 전기적 신호, 데이터 흐름, 유기체 및 비유기체 알고리즘의 결과라는 사실을 밝힐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수십만 년 이어온 사피엔스 세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것이 <호모 데우스>가 던지는 질문이다. 사피엔스는 수십만 년 동안 기아, 역병, 전쟁 등과 싸워왔다. 그리고 21세기 사피엔스는 행복, 신성, 불멸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유전공학, 빅데이터, 인공지능, 나노기술, 사이보그 공학과 비유기체적 합성,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등이다. 인간은 신체는 물론 감정과 마음, 그리고 의사결정까지 점점 빅데이터와 비유기체 알고리즘에 의존한다. 반대로 데이터(기계)는 의사결정과 자기 조절이 가능하여 점점 인간의 자율 영역을 초월한다. 소위 특이점이 온다. 이 사이에서 사피엔스의 의미는 무엇이고 미래사회는 어찌 될 것인가? 당장 다가오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노동 교육 사회복지 등을 어떻게 재구조화해야 하나? 구성원의 극소수만이 호모 데우스(신이 된 인간, 불멸의 인간)가 가능한 사회의 가공할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나? 미스터리 서스펜스의 미묘한 흥분을 일으키는 스릴러가 아니고 무엇인가?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인간 문명 발전의 차이가 생기는 원인을 지리적 환경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의 역사관과 문명관은 지리적 환경결정론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인간이 나와서 세상에 영향력을 준다고 할지라도 생태지리적 환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알렉산드로 대왕이 서유라시아에서 식량생산과 문자, 철기 사용 국가들의 진로를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시기에 오스트리아 태즈메이니아나 뉴질랜드 원주민이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사는 데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의문은 생긴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의 특이성과 그들의 주체성은 뭐란 말인가. 1930년 히틀러 집권 2년 전 그가 탄 자동차는 대형 트레일러와 부딪치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만약 그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단 1초만 늦게 밟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되었을까? 석가나 예수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승만이나 박정희가 없었다면…. 이런 질문들 앞에서 다이아몬드의 방대한 책의 성과는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

하라리는 다이아몬드와 달리 역사를 얘기하면서 그 어떤 결정론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호모 데우스>에서 말한 미래도 예측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끊임없는 가능성 속 선택(자연선택이든 인위선택이든)의 결과로 지금까지 변화가 이어졌다. 그런데 그 변화를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기술이다. 기술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제아무리 우리가 민주적 지성의 희망을 담아 원하는 사회상을 그린다 할지라도 그 밑바탕은 기술이 결정한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범위 안에서만 적절히 활용하고 통제하며 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을 뿐이다. 사피엔스는 지리 환경과 기술 변화 범위 안에서 살게 마련이다. 그 조건 안에서 운명을 개척하며 살아왔다. 어떤 미래가 다가오든 역사와 지리 환경과 기술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당당히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 뭐 별거 있어? 사는 데까지 정성껏 사는 거지 뭐.”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저 | 김명주 역 | 김영사 펴냄

저자는 7만 년의 역사를 거쳐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이제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지구를 평정하고 신에 도전하는 인간은 어떤 운명을 만들 것인지, 인간이 만들어갈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미래에 대한 논쟁을 펼친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 | 조현욱 역 | 김영사 펴냄

지구상에 존재한 최소 6종의 인간 종 중에서 호모사피엔스만이 유일한 승자로 살아남았고, 이제 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사피엔스>는 이처럼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이 있는지, 지금이 전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한다.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 김진준 역 | 문학사상사 펴냄

이 책은 모든 인류가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1만 3천 년 전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제국, 지역, 문자, 농작물, 총의 기원뿐만 아니라 각 대륙의 인류 사회가 각기 다른 발전의 길을 걷게 된 원인을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역사에 대한 인종주의적 이론의 허구를 벗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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