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나무처럼

글. 송현숙 교장선생님(서울성원초등학교)

아침 교문맞이를 끝내고 들어가는 시간에 교정에서 자주 마주치는 1학년 아이가 있다.

“교장선생님, 제 나무예요.”

어느 날 내 손을 이끌고 가서 보여준 키가 작은 나무는 까만 열매를 몇 개 매달고 있었다. 내가 아침마다 등교하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 것처럼 이 아이는 ‘나의 나무’와 매일 눈을 맞추었던가 보다. 몇 개 안 되지만 열매를 맺은 나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기뻤을 터이다.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시인이 노래한 가을이 이제 교정에도 와 있다. 우리 학교는 뜰이 넓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중간놀이 시간,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 지나간다. 재잘거림이 온몸에서 터져 나올 듯한 아이들의 생명력은 나무를 닮았다. 신록의 나무들은 다른 빛깔과 다른 모양의 잎들로 서로 다르면서 각기 아름다웠고, 푸르른 녹음을 거쳐 이제 저마다의 색으로 단풍이 든 나무들이 이루는 숲은 다채로운 빛으로 더 아름답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느 때는 가까이에서, 또 어느 때는 멀리서 많은 나무를 만났다. 하늘 높이 가지를 뻗으며 큰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도 있었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거나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도 있었다. 또한, 울타리의 쥐똥나무처럼 늘 보면서도 그 존재를 깨닫지 못했는데, 어느 봄날 낯선 향기로 자신을 알리던 나무도 있었다. 초겨울, 계절을 잘못 알고 꽃을 피우는 철없는 개나리를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모양도 성정도 서로 다른 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루고, 그 숲은 또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성장한다. 더불어 이루며 커가는 숲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 아이들은 작은 씨앗처럼 그 안에 미래의 삶을 품고 있는 하나하나 소중한 존재다. 학교는 그 각각의 미래라는 우주를 열어주고 키워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귀하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발견하고 꿈을 키워가는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사고로 집단지성을 모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건강한 숲으로 자란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도 소중히 여기면서, 함께 숲을 이루며 공동체의 가치도 놓치지 않는 교육이 학교 안에서 구현되는 방법은 가을의 나무처럼 학교마다 각기 다를 것이다. 그러나 출발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소중함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하나하나 다른 빛깔, 다른 모양, 다른 시간을 갖고 지금 여기서 함께 하는 아이들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놓치지 않는 일들이 매일 학교와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들어갈 벨이 울리자
아이들이 일제히 내 쪽으로
붉은 얼굴을 돌립니다.
저럴 땐 얼굴들이 나를 향해 피는 꽃 같습니다.

즐겨 읽는 김용택 시인의 시 ‘교실 창가에서’의 한 구절이다. 오늘도 중간놀이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뛰어들어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마주친다. 붉게 상기된 얼굴의 아이들은 생명력 넘치는 한 그루 나무이고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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