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가출소년 포획기

글. 이재연 선생님(청담고등학교)

몇 년 전, ○○고등학교에서 만났던 3학년 녀석은 그 해에만 세 번을 가출했다. 가출했어도 ‘점심 급식 먹으러 학교에 오는’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늘 내게 “네 나이는 출가해야 할 나이지, 가출로 반항할 나이는 지났다. 잘못을 제대로 시인하고, 네가 원하는 바를 설득해야 할 시기인 거다”라는 잔소리를 듣곤 했다.

녀석은 여름방학 초반, 그동안 성적표를 위조한 사실이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호되게 맞고는 세 번째로 가출했다. 부모님은 그 녀석이 앞서 가출했을 때 두 번 모두 등교는 했기에 이번에도 개학해서 학교에 가면 아이를 붙들어올 수 있을 줄 알고 나에게 늦게 알리셨다. 나는 녀석이 게임 ‘스타크래프트2’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녀석과 함께 게임을 자주 하는 우리 반 아이들 5명을 불렀다. “마지막 접속 시간, 아이디, 서버명 적어와.”

다음 날 아이들은 그 녀석이 쓰는 아이디와 마지막 접속 시간, 그리고 IP 주소까지 알아왔다. 나는 가출한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알바 알선 사이트에서 녀석이 가출한 시기에 숙식 제공 알바 구인을 올렸던 피시방 및 고깃집을 신촌, 용산 지역을 중심으로 15곳씩 정리한 후, 아이들이 알아온 정보와 함께 녀석의 어머니에게 알려드렸다. “가출 신고를 하셨으면, 이 IP 주소를 추적해달라고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세요. 그러면 게임 회사나 경찰 측에서 추적해줄 거예요. 그 IP 주소를 쓰는 지역의 숙식 제공 알바 업소를 뒤져서 아이를 찾아봅시다”라고 말하며 차근차근 수사 협조 요청 방법을 알려드렸다.

일주일 후 녀석은 학교로 돌아왔다. IP 주소 추적결과 신촌의 모 피시방이었는데, 그 근처에 내가 목록으로 정리한 고깃집이 있었단다. 잠복한 지 사흘 만에 아이를 잡았다고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펑펑 우셨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녀석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머니를 달래서 집에 보내드린 후, 나는 녀석에게 “집 나가보니 어때?”라고 물었다. 녀석은 힘들어 죽겠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 완전 딱이에요. 겁나 고생했어요.”

“개고생이지.”

“아, 진짜 잠자리도 불편하고, 밥도 삼각김밥에 컵라면으로 때우고, 학교 밥 겁나 그립고.”

“그래서 학교 오니까 좋아?

“완전! 이제 가출 안 할 거예요. 처음에는 한 일주일은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엄마한테 미안해서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엄마가 날 찾아줘서 완전 감동.”

“하이고~ 남이 너를 찾을 때가 좋은 거야.”

“맞아요. 진짜 쌤, 정말 무서움. 울 엄마한테 IP 주소랑 가게 목록 줬다면서요. 솔직히 좀 감동도 했지만 무서웠어요. 나 스타2 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아서. IP 추적할 생각은 또 어떻게 하셨대?”

“너 작년에 가출한 거까지 합하면 이번이 5번째인 거 알지?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 이젠 졸업해야죠. 학교도 졸업하고, 가출도 졸업하고.”

그래도 가출해서 고생하면서 훌쩍 철이 든 녀석은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때마침 점심시간 종이 울려 밥 먹으러 가라고 하니 녀석이 헤헤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쌤, 울 학교 밥 짱! 밖에서도 계속 생각났어요.”

결국 녀석을 학교로 돌아오게 한 것은 맛있는 밥이었을까. 급식이 맛이 있어서도 이유였겠으나, 아버지와의 갈등을 잊을 수 있는 급식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맛있는 밥 같은 존재일까? 가출한 아이가 찾아올 수 있는 맛있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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