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학교자치시대

자치는 힘의 균형과 긴장

오늘날 학교자치를 되짚어보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학교의 구성원이자 주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학교자치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학교에서의 자치는 어떤 모습일까? 다양한 교육주체가 한자리에 모여 학교자치의 현 상황과 문제점, 개선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정리. 변춘희(시민기자단) / 사진. 이승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

변춘희 최근 ‘자치’에 대한 요구가 많고 실제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막상 삶에서 경험이 없다 보니 좌충우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복 입은 시민 프로젝트,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학부모회 법제화 등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교육현장에서 학교자치를 실현하고 계신 분들을 모시고 학교자치의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먼저 소개와 함께 자치를 나름대로 정의해주세요.

배성호 서울삼양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흔히 학생을 가르치고 배우는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아이들을 미래의 희망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재밌는 일을 많이 했는데, 학생들을 대신해서 이야기를 전하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학생이 참여해서 참 좋네요.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이미 학교에 들어왔는데, 학교나 교육청에는 역대 기관장들 사진이 걸려 있어요. 학생이 만든다고 해놓고 이렇게 꾸미는 건 모순이죠. 지금은 복도에 학생 작품을 건 학교도 많아요. 예전에는 학급회의를 몇 번 했는지 수량적으로만 점검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에게 권한을 나누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학생회에 예산권을 줌으로써 구성원들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깨닫고, 내 학교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돼요. 자치를 위해 지금보다 학생과 평교사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학부모도 학교에서 차단당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게 필요해요.

최민선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입니다. 교육청에서는 학교자율운영체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학교자치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학교를 내 삶의 공간이라고 여기고 실현하는 거예요. 그럴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일이 교육청이 해야 할 몫이죠. 정책적으로 학생회에 예산을 지원하고 자체적으로 토론을 통해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 학부모회를 조례로 제정해서 학부모가 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어요. 예를 들어 학교 화단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누군가가 생각했을 때 통로가 없어서 얘기할 수도 없고, 학교장이 허락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었는데 이제 학생회 혹은 학부모회라는 통로가 생긴 거죠. 이런 작은 변화가 학교자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채지향 삼각산고등학교에서 학부모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권한을 부여해서 스스로 운영하는 것이 학교자치죠. 학교에서 축제를 준비하는데 학생회장이 예산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어요. 학부모회에서 학교축제 때 먹거리 장터를 준비하면서 천막이 필요했어요. 학생회에서 예산이 있으니 미리 얘기하면 준비하겠다는데 ‘너희 돈 있어?’라는 질문이 먼저 나올 정도로 처음에는 학생이 예산을 운영하는 게 낯설었어요. 예전에는 교사가 다 지시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기획안을 만들고 실행까지 도맡아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주도해서 오디션도 보고 교사에게는 보고만 해요.

조영선 영등포여고 교사입니다. 저에게 학교자치는 두발 자유예요. 학교에서 학생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3주체 회의에 참여하잖아요. 무슨 옷을 입고 어떤 머리 모양을 할지는 온전히 개인의 문제인데 이걸 합의하는 거예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집단적 결정이 아니라 ‘개인이 결정한다’는 의미잖아요. 자치를 잘하고 있다는 곳에서도 개인이 결정해야 하는 부분까지 집단적 결정에 맡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서 저에게 자치는 두발 자유입니다.

박선우 백암고등학교 학생이고,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어요.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통해서 민주적인 대화와 토론, 투표 등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자치라고 생각합니다. 자치를 하면 학교마다 각각 다른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규칙을 만들 때도 헌법이나 국제 규범에 명시된 권리는 보장하면서도 나머지는 조율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개인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를 다수의 협의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치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교과서에도 형식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삶에서 누려봐야 하는데, 어른도 실수하고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실수하면 권한 자체를 빼앗아버려요. 배성호 서울삼양초 교사

변춘희 ‘자치’라고 하면 대부분 좋다고는 생각하는데 조금 막연하거든요. 자치를 했을 때 무엇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채지향 자치를 하면 바쁘고 힘들어요.(웃음) 좋은 것도 있는데 그만큼 책임도 따르죠.

배성호 우리는 자치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연애를 책으로 배우면 연애가 아니듯 자치도 마찬가지예요. 교과서에도 형식적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삶에서 누려봐야 하는데, 어른도 실수하고 실패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실수하면 권한 자체를 빼앗아버려요. 한번은 학생들과 학교 안의 위험한 장소를 사진으로 찾아보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걸 바탕으로 위험지도를 만들어 교장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바로 고쳐주셨어요. 이렇게 효능감을 느끼며 학교 안의 문제를 해결하니까 학교 밖으로까지 확장됐어요. 학교 주변에 위험한 곳이 많았는데, 개선해달라고 서울시장님과 서울경찰청장님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인도는 서울시 관할이고 차도는 경찰청 관할이기 때문에 차도와 인도를 일원화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어요. 편지를 두 번 써야 하니까 문제의식이 생긴 거죠. 결국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서울경찰청장님이 자필로 회신을 주셨어요. 이걸 보면서 학생들이 또 한 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조영선 좋은 점보다는 고생스러운 점이 더 많아요. 효능감이 생겨서 편지를 쓰는 건 좋은데 편지를 쓸 때 응답이 있을 거라는 제도적 확신이 있는 게 자치죠. 안타까운 건 민주시민사회의 원칙을 믿는 학생들은 그것에 기반을 둬서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좌절하는 경험이 쌓이는 거예요. 민원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자치권이라고 하면 안 돼요. 민원을 내는 권리부터 보장되어야 하지만, 민원에 대한 응답도 제도적으로 갖춰져야 해요. 민원을 내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싫어하는 학교도 있어요. 민원을 내지 않게끔 정책 실행 전에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있어야죠. 학생들이 학생회를 ‘학생회라는 이름의 노예’라고 말하는 걸 듣고 충격받았어요.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은 되지만 100%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거죠. 권한보다 의무가 많은 거예요. ‘이건 학생회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정해놓고 있으니까요. 학생의 제안을 받아서 정보와 행정력을 가진 제도가 집행을 하는 게 자치죠. 그런데 보통은 학생들이 무언가 활동을 해야 자치라고 생각해요. 활동 위주의 자치에서 학생이 생각하는 정책을 제도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통로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해요.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민주적인 대화와 토론, 투표 등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게 학교자치라고 생각해요. 등교시간이 20분 앞당겨졌는데 학생회는 존재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가 결정에 참여하지는 못했어요. 박선우 백암고 학생

변춘희 학교운영위원회가 운영을 결정하지만 실행하지는 않는 것처럼 학생회가 결정하고 학교가 실행하는 자치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학생들이 자치를 하면서 주인의식을 갖는 게 아니라 마치 ‘노예’처럼 부림을 당한다고 말하는 건 자치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배성호 너지(Nudge)가 대단한 것 같지만 남자 화장실 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은 거죠. 경로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해요. 유럽이 왜 장기기증률이 높냐면, 우리나라는 기증할 의사가 있어야 기증을 하지만 유럽에서는 기증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야 하거든요. 학생들이 예산을 사용하는 경로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해요. 저는 제도가 복잡해서 제 사비로 학급비를 만들었어요. 학생들은 가장 싸고 좋은 걸 찾아서 학급에 필요한 걸 구매해 학급비를 운영해요.

최민선 요즘 권한 이양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잖아요. 교육부에서 교육청, 교육청에서 학교로 권한 이양을 하고 있어서 대부분 권한이 학교로 가고 있어요. 교육청에서 틀을 정하면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하거든요. 학교 실정에 맞게 학교에서 시행하는 거죠.

조영선 학교 자율화가 ‘학교장’ 자율화가 되면 안 돼요. 열악한 학생자치 혹은 학생인권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화와 타협이 되려면 힘의 균형이 있어야 가능해요. 힘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하면 힘이 강한 사람에게 기울거든요. 교사와 학부모도 마찬가지고요. 대화와 타협의 규칙을 공정하게 정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해요. 교사와 학부모는 노조든 학부모회든 법적 단체라서 뭐든 시도해볼 수 있는데, 학생들은 그런 게 없어요.

박선우 학생회가 있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달라요. 등교시간이 오전 7시 50분에서 7시 30분으로 바뀌었는데, 선생님들이 협의해서 정했지 학생이나 학부모가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거든요.

삼각산고 매점 앞에 교사 프로필이 있는데, 그 아래에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쓰도록 만들어놨어요. 민망한 얘기도 있지만, 이런 걸 통해 서로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문제 제기와 혐오발언의 차이에 대해 학생들도 알아가는 거죠. 채지향 삼각산고 학부모회 회장

토론과 결과 공유를 통한 갈등 없는 민주주의

변춘희 학교자치의 구체적인 예를 들려주세요. 어느 중학생이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 제 친구한테 사과하세요”라고 당당히 요구한 일이 있었는데, 이 학생은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이 학생 덕분에 학생이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경험을 우리 모두 공유할 수 있었죠. 상상하지 못했는데 경험하고 보니까 당연한 거더라고요. 이런 의미에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채지향 학교에서 학생회장으로 출마한 학생이 정수기 설치를 공약으로 걸고 싶어서 교장실을 찾아갔대요. 학생이 공약 때문에 교장실에 찾아온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교장선생님은 이 학생이 학생회장이 되자 학교에 정수기를 설치하셨어요. 학부모도 학교에 연락하기를 꺼려요. 그래서 학부모회에서 의견을 모아서 학교에 전달했어요. 한번은 고3 담임선생님이 출산휴가로 중간에 휴직을 한 일이 있었어요. 휴직이 예고된 거면 담임을 맡지 않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런 말씀을 해줘야 안다고 하더라고요.

배성호 얼마 전 부산의 대변초등학교 학생이 학교 이름을 바꾼 일이 있었어요. 어디 가서 학교 이름을 얘기하기가 어렵고, 대회 같은 행사장에서 학교 이름을 소개하면 다들 웃으니까요. 이건 삶의 문제잖아요. 이걸 학생이 움직여서 바꾼 거죠.

조영선 학교에서 ‘단박아고라’라고 학생들의 자유 발언장을 열었어요. 자유 발언장을 열면 굉장히 민망하고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걱정이 많았죠.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학생들의 자유발언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서 접착식 메모지로 의견을 받았어요. 각자 반별로 모아주면 학생회장이 대신 읽겠다고 했죠. 붙이면 누가 뜯어갈지도 모르니까 모은 거예요. 그랬더니 날것의 부적절한 말들이 막 섞여 나왔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이 돼서 저에게 의견을 물어왔어요. 저는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만, 마이크에 대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양날의 칼이라는 형식적인 얘기를 했어요. 부장선생님께도 조언을 구했는데 취지에 대해 정확히 전달하겠다고 하셨죠. 선생님께서 전달하신다고 하니까 개인에 대한 언급은 빼고 내용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교장선생님께 전달했어요.

마음은 달려가는데 사회적 인식이 아직 미치지 못해서 조율하는 과정에 있어요. 학생회 예산처럼 애초 예상과 달리 운영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도 더 만들겠습니다. 최민선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

채지향 삼각산고등학교 매점 앞에 교사 프로필이 있는데, 그 아래에 학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쓰도록 만들어놨어요. ‘반말 좀 하지 마세요’ , ‘옷 좀 잘 입고 다니세요’ , ‘수업시간에 휴대폰 보지 마세요’ 같은 이야기가 적혀 있는데, 제가 보기에도 민망한 얘기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걸 통해 서로 알아가더라고요. 혐오발언에 관한 공문이 얼마 전 학교로 내려왔는데 교사가 학생에게 혐오발언을 하지 말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학생들한테도 교사에게 혐오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알리는 교육효과가 있어요. 정확한 의사전달이나 문제 제기와 혐오발언의 차이에 대해 학생들도 알아가는 거죠. 옷 좀 잘 입고 다니라는 것처럼 개인 취향에 관한 이야기를 장난스럽게 써놓았지만, 서로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어요.

배성호 지난해에 우리 반 학생들이 학교를 바꾸는 세 가지 제안을 했는데, 한 가지가 옥상을 개방하자는 거였어요. 학교 지대가 높아서 전망이 좋거든요. 학급 학생들에게 공유하려고 학급 대표들이 교장선생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녹화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옥상이 위험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절충안으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예쁘게 꾸며서 그곳을 개방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장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갈 수 있죠. 학생들이 경험을 쌓아가는 게 중요해요. 학교 안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학생들은 존중받고 있고 구성원으로서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교사도 이런 경험이 없어요. 그동안은 학교의 장이 다 결정을 했는데, 이제는 방송조회도 선생님뿐 아니라 학생들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어요.

변춘희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꿈을 담은 교실’에서도 교사와 학생의 공간을 뒤집어 교사의 전유물이던 칠판을 다 함께 사용하도록 만들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사가 반드시 위에 있는 구조를 바꿔 다락방을 비롯해 몸을 구부려서 복도와 교실을 통하게 하는 등 공간을 울퉁불퉁하게 변화시켜서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려고 했어요.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참정권을 가진다고 했는데, ‘모든 국민’의 나이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어요. 학생들이 옥상을 개방하자고 제안하면서 결과적으로 옥상이 개방됐는지 안 됐는지도 중요하지만, 협의의 과정에서 의견이 어떻게 조율되는지도 중요해요. 어떻게 공론화하고 투명하게 얘기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학생들이 자신이 믿는 민주시민사회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민원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자치권이라고 하면 안 돼요. 민원을 내는 권리부터 보장되어야 하지만, 민원에 대한 응답도 제도적으로 갖춰져야 해요. 조영선 영등포여고 교사

조영선 저는 자치나 평화 같은 건 힘의 균형과 긴장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치를 평화롭게 하려면 힘의 균형이 있어야 해요. 서로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의견을 조율하고, 입장은 다르지만 이해 가능하게 토론하고 결과를 공유해야 해요. 학교자치에서 기대하는 갈등 없는 민주주의는 지금은 어불성설이에요. 긴장과 힘의 균형을 인정하고 들어가야죠. 검열인지 사실 확인인지도 힘의 균형에 관한 문제인 거죠.

박선우 제가 학생회장 공약으로 치마 길이나 휴대폰 사용 등과 같은 인권에 관한 것, 방과 후 학교 자율화, 학교규칙에 학생의견 반영을 공약으로 냈는데 심의위원회에서 안 된다고 해서 학생고충센터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바꿨거든요. 선거기간 동안 교실에 제가 그동안 활동했던 내용을 붙이고 싶었는데, 학교명예 실추나 선거 과잉을 이유로 못하게 했어요. 학생자치를 하는 데 허용된 자치가 있고 허용되지 않은 자치가 있는 거죠.

배성호 학생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모아서기록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민선 마음은 달려가는데 사회적 인식이 아직 미치지 못해서 조율하는 과정에 있어요. 학생회 예산처럼 예상과는 다르게 운영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고, 교사자치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었는데 학생 위주로 얘기를 나누게 되어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도 만들어야겠어요. 구체적으로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제도를 제안하시는 건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가능한 한 반영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춘희 10대 때 ‘촛불’을 경험한 학생들을 어른들이 쫓아가기 버거울 수도 있겠어요. 자치를 위해 힘의 균형과 긴장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런 걸 견디고 즐길 용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가 있는 만큼 아직 가능성도 열려 있으니 다양한 자치의 경험을 쌓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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