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학교자치시대

학교자치시대의 전제와 과제

학교는 가장 민주적인 삶의 공간

‘분권과 자치’는 국가 차원의 주요 과제로도 제기되며 시대적 가치로 대두되고 있다. 가장 민주적인 삶의 공간인 학교에서 그 실천적 모델이 창출될 때 분권과 자치는 시대적 가치로서 의미를 다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학교자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몇몇 과제가 있다.

글. 한만중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

분권과 자치는 시대적 가치

분권과 자치는 국가적 차원의 주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구체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시대를 열겠다”며,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 본격화될 개헌에서도 이와 관련한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이 헌법에 명문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던 ‘초증등교육 부문의 시도교육청 이양’도 2018년에는 본격화될 것이다. 이를 둘러싼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권한 이양의 궁극적 목표가 학교자치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도 ‘자율과 분권’을 내세우면서 학교자율화 조치를 취했지만, 학교의 학원화를 초래하고 학교평가와 일제고사 등으로 오히려 통제가 강화된 바 있다. 학교자치의 목표와 원리가 명확하게 구현되지 않을 때 입시 위주 교육에 익숙해 있는 우리의 실정에서 무한 입시 경쟁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8월 28일 출범한 교육자치정책협의회는 권한 이양의 목표로 학교가 ‘자율적인 교실 혁명의 주체’로, 교육청이 ‘지역 맞춤형 교육정책의 수립자’로, 교육부가 ‘자율적인 학교 혁신활동의 지원자’로 재구조화하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학교 서열화와 무한 입시 경쟁 교육을 가져왔던 교육 시장화 정책을 탈바꿈해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학교와 같은 공교육 혁신을 이루어내는 것이 새 정부의 교육목표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2018년을 교육자치 시대에 걸맞게 학교자치 시대를 본격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7년에 학교자율운영체제 원년을 선언하면서 학교업무 정상화 사업, 공모사업 학교선택제,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 운영, 학부모회 조례 제정 및 운영비 지원, 학생참여위원회 운영, 학생회 운영비 지원 등을 추진해왔던 그동안의 활동이 학교자치의 소중한 토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학교자치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학교자치 시대를 위한 선결 과제

첫째, 교육청과 학교의 역할 재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가 본연의 교육활동을 충실히 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수많은 공문을 줄이기 위한 대증요법적인 노력을 넘어서서 국가는 핵심교육과정의 원리를 제시하고, 학교구성원들이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교자체평가에 의해 책무성을 담보하는 북유럽 모델 등을 검토해 공문과 장학, 감사를 고리로 하는 운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해나가야 한다.

2017년에 강동송파와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실시했던 ‘혁신교육지원청’ 사업에서는 학교의 내부자적 시각에서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져 왔다. 2018년에는 6개 지원청으로 확대될 것이다.

사회 양극화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부가됐던 교육복지사업, 방과후활동 등 학교의 과중한 역할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기 위해 지자체가 주관하는 방과후활동 사업 등의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행정당국이 학교 운영에 중심을 두지 않고 사업 진행의 효율성이나 규정에 의해 해왔던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목적사업비 중 지속적·상시적 사업은 학교운영비에 포함해 총액 배분하고, 목적사업비의 확대 방지를 위해 교육사업비 상한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학교구성원의 역할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구성원이 스스로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수업과 평가의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자율성을 강화하고, 내부 구성원 간의 협력을 넘어 학교와 지역사회 및 지자체 간 자유로운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운영, 교육과정 편성, 인사 및 학교 조직, 예산 편성 및 운영 등의 권한을 단위 학교에 부여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핵심교과목에 대해서 정부가 최소시수를 정하고, 학교는 이를 준수만 하면 다른 교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학교평가는 교육의 질 관리와 개선을 위한 평가가 되어야 한다. 2018년에는 학교자율운영체제와 학교자율평가가 상호작용을 통해 학교구성원의 역량을 기르고, 교육력을 높이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보완해나갈 것이다.

셋째, 학교자치제도의 재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학생회, 교직원회의 등 다양한 회의 단위와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구가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춘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엄밀하게 검토하고, 보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기본법 제5조 2항에 교직원·학생·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이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제도적 보장은 미흡하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실질적인 학교 운영의 최고기구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강화 방안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제17조와 동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라 학생의 자치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나 학칙에 모두 위임하게 되어 있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들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초증등교육법시행령 제59조 제2항에는 ‘학부모위원은 학부모 중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학부모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역할이나 범위가 의무만 있고, 법적 권한이 없는 추상적 상태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회 조례 제정, 교복 입은 시민 프로젝트 차원에서 학생자치활동 강화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익적 학부모의 학교 참여와 학생자치활동 강화는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고, 학교폭력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바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참여의 제도화 수준을 넘어서서 학교구성원이 권한과 책무성을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분권과 자치’가 시대적 가치로서 의미를 다하기 위해서는 교육 부문에서 그 실천적 모델이 창출되어야 한다. 학교와 교육은 가장 공익적이고, 가장 민주적인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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