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서울교육과 함께한 사람들

서울혁신교육 생생 토크

혁신교육 참여 주체 미니인터뷰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확장, 서울형혁신교육지구 도입 등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서울교육의 변화를 주도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혁신’의 이름 아래 변화를 거듭해온 교육현장에서 교육의 주체로서 경험하고 바라본 혁신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교사, 학부모, 마을교육활동가 등 다양한 교육주체들에게 생생한 서울혁신교육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승준

혁신교육,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서울원당초 학부모회 회장 오순희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교육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교육활동이 다양하다는 것 정도만 알았지 궁금한 점이 많았어요. 혁신학교의 교육철학과 방향을 듣고 나서 관련 내용을 찾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었어요. OECD가 데세코 프로젝트를 통해 제시한 미래 시대 핵심역량인 협력, 소통과 혁신학교의 방향이 일치하는 걸 보고 ‘이게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느꼈어요.

혁신학교에서 아이를 성적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문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보통 엄마들끼리 모이면 시험, 성적, 학원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혁신학교 엄마들은 학교에서 아이가 어떤 활동을 하면서 얼마나 즐겁게 생활하는지 이야기해요. 성적으로 옆 친구와 비교당하지도 않고, 경쟁보다는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배운다고 들었고, 실제로 제 아이도 학교에서 그렇게 생활하고 있어요.

학부모로서 학교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학교에서 어떤 교육활동을 하는지 몰랐을 거예요. 하지만 혁신학교는 학교와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문을 열고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조례를 통한 학부모회 법제화로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찾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더 많이 학교,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다만, 아이들이 자율성을 키울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았으면 해요. 모든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같은 교육활동이나 행사를 하는 것보다 학교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기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더 많은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혁신학교를 알리고 접할 기회가 늘어났으면 해요.

마을과 학교가 함께 아이들을 돌보다 도봉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활동가 김은진

저는 현재 마을교육활동가로서 마을과 학교가 만나는 최소 단위인 행정동별로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도봉 1동을 단위로 해서 마을 안에서 민관학을 연결하고, 마을교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이에요.

혁신교육지구가 도입된 후 가장 큰 성과는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학교의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전까지는 개별적으로 자기 아이의 교육에만 신경 쓰던 부모들이 교육현장으로 나오면서 선생님이 됐고, 그저 누구의 엄마, 동네 주민이었던 분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혁신교육에 대해 얘기해요. 아이들과 수업을 통해 직접 교류하며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본인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내주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수업 수준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비를 털어서라도 아이들에게 더 좋은 걸 해주고 싶다고 하세요. 마을교사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 거죠.

학교가 마을에 문을 열면서 많은 마을교사가 학교와 함께 활동하게 됐고, 서로 소통하면서 신뢰도 많이 쌓였어요. 이전보다 돈독한 신뢰관계가 됐지만,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사실 마을교사에게 현재 책정된 강사료는 턱없이 부족해요. 혁신교육지구가 도입될 당시에는 혁신교육의 가치에 동의하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대우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정당한 대가보다는 마을교사들의 일방적인 봉사나 재능기부를 당연하게 여기는 거죠. 여전히 마을과 학교의 입장차이도 존재해요. 아직도 일방적인 도움만을 바라는 학교도 있거든요. 마을자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자원이니까 소모하는 거에만 집중하는 거죠. 마을을 필요에 따라 소모하는 자원으로 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서로를 협력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학교자치와 돌봄이 꽃피는 혁신학교 삼정중 교사 박진교

학교가 변하면서 교사,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고 있어요. 삼정중학교의 경우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하면서 모든 교사가 1년에 한 번 이상 수업을 공개하기로 했어요. 사실 교사에게 공개수업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수업혁신을 위해 자발적으로 공개수업을 하면서 참관 교사들에게 이전처럼 교실 뒤편에서 교사의 교수활동을 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보고, 비평보다는 칭찬을 하도록 유도했어요. 비평은 교육 컨설턴트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죠. 이런 공개수업은 교사들 사이의 유대감과 연대의식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어요.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교사 본연의 역할, 교육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자치, 돌봄이 꽃피는 자양분이 됐죠. 교사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수업에 빠져들고, 학생들 역시 수업에 집중해서 수업이 벌써 끝나 아쉽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껴요.

교사들이 다시 꿈을 꾸고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교육이 새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교사들의 헌신이나 열정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해요. 펌프질할 때도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마중물을 붓잖아요. 마중물을 부었으면 이제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그에 맞는 구조나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여전히 마중물에만 그치고 있어요. 흔히 혁신학교는 교사의 주도성이 너무 강하면 실패한다고 말해요. 혁신학교의 근간인 자발성이 희석되기 때문이죠. 이걸 확대하면, 교육감 혹은 교육청의 주도성이 너무 강하면 안 된다는 얘기와도 같아요. 단기적인 성과에 사로잡혀 ‘숫자’에 집착하면 안 돼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혁신학교가 늘어나는 속도와 가용자원 사이의 갭이 너무 커요. 양적으로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교사의 성장 속도에 맞춰 학교 수를 적정화해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내실을 기할지 고민해야 할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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